• [꿈/이야기] 밀실과 소통, 욕망을 지진다 [왜 한국인은 찜질방을 좋아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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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교차로협의회
  • 06.11.02 09:35:18
  • 조회: 481
한국인들은 왜 그렇게 찜질방을 좋아할까.
추석이나 설 연휴끝의 가족나들이는 물론, 주부들의 사랑방이자 직장인들의 회식장소, 연인들의 데이트코스, 시험을 끝낸 중학생들의 뒤풀이 장소로까지 이용되는 찜질방은 가히 우리나라의 국민레저라고 불릴 만하다. 한국찜질방중앙협의회 추산에 따르면 현재 찜질방 수는 2,000여개. IMF사태 이후 급증하던 신규 개점이 주춤해진 반면, 규모는 날로 커져 연면적 1만평이 넘는 복합레저단지로까지 발전했다. 웬만한 찜질방에는 끄떡하지 않는 고객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기능성과 서비스도 다양해졌다. 기본적인 목욕, 한증막, 사우나에서 시작해 헬스클럽, 수영장, 수면실, 노래방, 식당, 카페테리아, TV·비디오·DVD 감상실, 인터넷카페, 라이브공연에 이르기까지 찜질방이 흡수하는 여가활동의 목록은 끝이 없어 보인다.
우리 국민들이 찜질방을 이렇게 즐기는 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한의학에서 볼 때는 한국인의 절반을 차지하는 태음인에게 찜질이 좋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많은 이용객들이 열기를 쐬고 땀을 흘린 뒤 몸이 개운해지는 효과를 본다는 것이다. 자생한방병원 박영은 원장(부인과)은 “한방에서 습담이라고 불리는 태음인의 체질은 순환기능이 떨어져서 몸에 노폐물이 쌓이기 때문에 혈액순환을 돕고 땀을 내는 찜질방에 자주 가면 건강에 좋다”고 말한다.
소양인(30%)이나 소음인(20%)의 경우(태양인은 거의 없다) 태음인에 비해 찜질방이 체질에 맞지 않는다. 이들은 땀을 흘리면 기가 쇠한다. 그러나 요즘들어 육식 위주의 식습관이나 인스턴트 식품 섭취, 과도한 식사량으로 인해 혈당이나 혈중 지방농도가 높아지고 노폐물이 쌓이기 때문에 찜질을 해서 땀을 내는 것이 효과적이다.
찜질방이 건강에 좋은 영향을 주지만 이것만으로는 국민레저의 위상을 설명하기에 역부족이다. 최석호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레저경영)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공중목욕탕 문화에다가 요즘 사람들이 원하는 각종 레저시설이 들어간 복합여가공간이 찜질방”이라고 말한다. 여가에 대한 요구가 다양화, 복합화하면서 한 장소에서 여러가지 활동을 할 수 있는 복합여가공간이 각광받는데 찜질방은 여기에 맞춰 진화해왔다고 볼 수 있다. 최교수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공간은 남고 이용률이 떨어지는 시설은 사라지는 식으로 찜질방의 변화는 계속된다”면서 “라이브공연처럼 현장성이 강한 요소가 각광받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김찬호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강의교수는 찜질방이 온돌문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본다. 찜질방의 정수는 널찍하고 따뜻한 방바닥인데 여기에는 찌개나 탕, 온돌처럼 뜨끈뜨끈한 것을 유난히 좋아하는 한국인들의 문화가 들어있다는 것. 그러면서 노래방, PC방, 비디오방 등 그동안 왕성하게 증식해온 방들을 총집결시키는 소우주가 찜질방이라고 지적한다.
현대인과 방문화는 밀접한 관련이 있다. 방은 자신만의 공간, 밀실이면서 동시에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공간이다. 현대인이 ‘방’을 찾는 이유는 도시에 살면서 많은 사람과 부대끼고 고도의 스트레스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임시밀실을 찾는 것은 개인적인 공간을 확보하려는 인간의 본능이라고 할 수 있다.
현대인이 방을 찾는 또다른 이유는 첫번째 이유와 상반된다. 대량정보와 빠른 생활리듬은 인간을 외롭게 만들고, 그럼으로써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서 지내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생겨난다. 그러나 현대사회의 인간관계는 이미 피상적으로 변했고 친한 친구조차 어렵게 약속을 해야 만날 수 있는 바쁜 세상이 됐다. 또 직장동료, 동창들과 만나더라도 대화를 나누는 것이 신통치 않다. 그때 여러가지 ‘방’들은 좋은 놀이터를 제공한다. 굳이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내지 않아도 즐겁게 놀았다는 포만감을 안겨주는 것이다. 이 때문에 관계지향적인 우리 사회의 특성상 ‘방’문화를 통해 놀이문화가 형성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김교수는 찜질방에서 낯선 사람끼리 뒤엉켜 잠자는 것을 놓고 ‘침실의 공유’라고 부르면서 “사적 영역의 경계가 사라지면서 경험되는 묘연한 일체감이 찜질방의 매력”이라고 해석한다. 타인과의 일체감을 느끼는 가운데 연인끼리 스킨십을 즐긴다든지, 자연스럽게 몸을 노출하는 등 일상생활에서 해보지 못한 행동을 하는 욕망의 해방구로 기능한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찜질방 문화는 붉은 악마의 응원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최교수는 “찜질방이 가장 한국적인 동시에 가장 세계적인 레저”라고 말한다. 주한 외국인들은 친구들이 방문하면 제일 먼저 데려가는 곳으로 찜질방을 꼽는다. 해외단체관광객의 필수코스이기도 하다. 이들은 7,000원만 내면 여러가지 시설에서 하루종일 놀 수 있는 찜질방 문화에 혀를 내두른다. 목욕이 집안 욕실에서 이뤄지는 지극히 사적인 행위일 뿐인 그들에게 공중목욕탕의 경험은 놀랍고도 짜릿하다. 때문에 그들은 ‘오~ 다이내믹 코리아’를 연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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