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야기] 숨쉬는 흙으로 생명을 짓다[회촌마을 흙전도사 고제순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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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경향신문 자료제공(www.khan.co.kr)
  • 06.11.02 09:3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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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제순씨(47)는 흙집에서 현대문명의 혁신을 꿈꾸는 흙의 전도사다.
강원 원주 근교의 회촌마을에서 대안건축학교인 ‘흙처럼 아쉬람’을 운영하며 흙집 짓기를 가르치는 그는 “벌도, 새도, 거미도, 뱀도 스스로 집을 마련하는데 왜 인간은 그렇게 하지 못하느냐”고 묻는다. 이 질문은 10여년 전 자신에게 던졌던 바로 그 질문이기도 하다.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 대학에서 ‘칼 포퍼의 철학이념’이란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1993년 귀국해 2년여 시간강사로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그러던 어느날 ‘뭔가 잘못 살고 있구나’라는 회의가 들었다. 사람에게는 정신영역 외에도 몸이란 영역과 영혼이란 영역이 있는데 자신이 지나치게 이성적 활동에만 치우친 기형적 삶을 살아왔다는 반성과 자각을 하게 됐다.
“인간이란 먹고, 쉬고, 자고, 병을 스스로 치유하는 생명체입니다. 그래서 식주의(食住醫)는 인간생활의 근본영역입니다. 그런데 이 분야에 대해 제가 전혀 홀로서기 능력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오랫동안 정신노동만 하며 살아온 결과로 얻은 학위증은 내가 현실의 박사(博士)가 아니라 이론의 협사(俠士)라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었지요.”
그때부터 그는 무경운·무비료·무농약·무제초를 추구하는 조한규 선생의 자연농법을 배우고, 통나무 학교에 나가 손수 집 짓는 방법을 터득했다. 그런데 서양의 통나무집은 70평 내외의 큰 집이 대부분인데 비해 우리나라의 통나무집은 실내공간이 좁아 답답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전통가옥에 대한 책과 자료를 수집해 공부를 하다보니 기와집, 초가집, 귀틀집, 너와집 등이 모두 흙집이었다.
“흙을 사용해 집을 짓는다는 것은 우리나라 전통 건축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흙은 그 자체가 생명체이기도 하면서 수많은 생명체를 양육하는 생명의 어머니이기도 하니까요.”
전통 흙집에서 벽체와 천장, 창문, 출입문의 단열문제만 보완하면 현대에도 훌륭한 살림집이 된다는 사실을 안 그는 낙안읍성, 하회마을, 각종 사찰의 흙집기행을 하면서 2~3년간 독학을 한 끝에 쉽고도 편리한 흙집 짓기 방법을 개발했다. 또 대체의학, 자연의학 분야의 책을 보면서 ‘돌팔이’ 의사 노릇도 하고, 몸학 강의도 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2000년 그는 아내와 당시 초등학교 3학년, 유치원생이던 두 남매를 데리고, 현재 살고 있는 회촌마을에 손수 흙집을 지어 귀농했다. 이때의 경험에 대해 “육체적으로 굉장히 힘들었지만 세상에 못할 일이 없겠다는 삶의 자신감을 얻었다”고 회고한다. 그후 하루 24시간 중 잠자는 시간, 밥먹는 시간을 뺀 나머지 시간을 3등분해 3분의 1은 육체노동을 하고, 3분의 1은 정신노동을 하고, 나머지는 기도를 하거나 명상을 하거나 경전을 읽는 등 영적생활에 보내는 일상을 지켜나가고 있다.
그가 2004년 ‘흙처럼 아쉬람’(www.mudashram.com)을 만든 것은 그간의 공부와 경험, 지식을 나누기 위해서였다. 정규반의 경우 1주일간 숙식을 함께 하면서 흙집짓기를 배우는데 지금까지 총 400여명의 수강생을 배출했다. “흙집을 지으려는 사람들은 대부분 생태적 사고를 가졌는데 흙집이 수백년간 유지되면서도 수명이 다한 뒤 자연으로 되돌아간다는 데 매료된다”는 게 고씨의 말이다.
그는 또 회촌마을에 생태적 흙집마을 조성을 추진 중이다. 터닦기가 거의 끝났고 내년 봄부터 8~9채의 황토집을 지어 예쁜 마을로 만들 작정이다. “태양열로 전기를 공급하고 한의대와 연계해 치유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수십년간 쌓아온 자신의 아성을 부순 지 10년 만에 그는 새로운 세계를 짓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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