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야기] 울려퍼진다, 전원교향곡[방송·영화음악 작곡가 안지홍씨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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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경향신문 자료제공(www.khan.co.kr)
  • 06.10.31 09: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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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영화 음악 작곡가 안지홍씨(46)의 집안에는 주인처럼 머리가 긴 4살짜리 삽살개 댑빵이가 살고 있다. 장미라는 이름처럼 까칠한 성격을 가진 16살짜리 토이푸들은 지난달 갓 결혼한 아내 김나형씨(34)의 품을 떠나지 않는다. 이들 부부가 음악 및 수십마리 개들과 함께 살고 있는 경기 양평의 전원주택단지는 평화롭고 따뜻한 가을햇살에 싸여 있었다.
안씨는 드라마 ‘제3공화국’ ‘제4공화국’ ‘제5공화국’ 시리즈를 비롯해 ‘엠(M)’ ‘짝’(이상 MBC), ‘청춘의 덫’ ‘홍길동’(이상 SBS), 영화 ‘닥터봉’ ‘고스트 맘마’ 등을 통해 이름을 알린 영상음악 작곡가. 고려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유학길에 올라 반도체 재료공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삼성전자 64메가D램의 개발팀 주역으로 일했던 그의 이력은 방송계와 영화판에서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그러나 그의 음악적 이력은 제도권 전공보다 훨씬 오래 됐다. 중학교때 클래식에서 팝까지 서양음악을 두루 섭렵하면서 작곡을 시작했고 대학때는 고교시절 친구인 재즈피아니스트 김광민씨와 함께 ‘시나브로’란 밴드를 결성, 활동했다. 황인뢰 PD의 의뢰를 받아 어린이 드라마 ‘호랑이 선생님’의 방송음악을 작곡한 것도 대학시절이다. 유학때는 아르바이트로 미국 기업과 시카고시청의 홍보음악을 만들었다.
“공학을 택한 건 음악으로 밥 먹고 살기 어렵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요즘은 방송·영화·CF 분야에 필요한 영상음악 장르가 생겼지만 옛날만 해도 돈 벌려면 대중음악을 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기는 싫었고….”
그의 음악적 취향은 아트 록이라고도 불리는 프로그레시브 록이다. 거기에다 국악 작곡과 연주를 공부해 동서양의 취향이 섞여있으면서 비트가 강하고 선이 굵은 음악을 선보였다. 안씨가 활동을 시작한 1990년대 중반은 방송드라마의 전성기로, 다양한 장르의 실험이 이뤄졌는데 그의 음악도 여기에 한몫 했다. “기성곡에서 방송음악을 선곡하던 시대를 지나 드라마 내용에 맞게 곡을 만들기 시작한 때였기 때문에 좌충우돌하면서 재미있게 일했다”고 돌아본다. 거기에는 요즘 영상음악이 매너리즘에 빠진 데다 미리 상품으로 기획하는 과정에서 드라마에 녹아들지 않고 억지로 만들어진 측면이 강하다는 선배 세대로서의 비판이 들어있다.
요즘도 그는 방송과 영화 음악 만들기를 계속하고 있다. 올해말 MBC에서 방영 예정인 드라마 ‘에어포트’와 디지털영화 ‘일편단심 양다리’의 음악이 그의 작업실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 그의 관심은 우리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음반시장이 살아있는 미국·유럽을 겨냥하거나 기계음악에서 U턴한 라이브무대 만들기에 쏠려 있다.
내년쯤 현대음악 작곡가인 구스타프 홀스트의 클래식곡 ‘혹성’을 오케스트라와 신시사이저를 포함한 대단위 편성으로 녹음해 유럽시장에 진출할 예정. 무용을 덧붙인 국내무대도 아울러 구상중이다. 자신이 작곡한 록음악을 프로젝트 밴드 ‘알 수 없는 기억’과 함께 음반으로 만들어 미국·영국 시장에 수출하는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특히 ‘뮤직 팜 하우스 콘서트’는 그가 애정을 기울이는 기획이다.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연주하고 듣고 즐기고 정보를 공유하는 살롱 문화를 재건하자는 것이지요. 무명이지만 재능있는 뮤지션을 발굴하기 위해 철저히 비상업성을 지키려 하고요.” 돈을 받고 보여주는 연주회라면 무명 뮤지션이 설 자리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지난 9월16일 첫 콘서트를 열었는데 이는 다름아닌 자신의 결혼식이었다. ‘웨딩 콘서트’란 제목으로 신랑신부가 ‘All I Ask of You’ ‘Jazzy Walking Down the Aisle’ 2곡을 연주했으며 김명기, 최윤실, 그랜드오퍼스 등 동료들이 출연해 특별한 결혼식을 연출했다.
띠동갑인 아내 김나형씨는 음악과 애견, 두가지 측면에서 안씨와 천생연분. 워낙 개를 좋아했던 안씨는 9년전 친동생인 건축가 안형민씨가 지은 양평의 전원주택단지로 이사오면서 한두 마리씩 개를 늘려 현재 35마리의 대식구를 거느리고 있다. 그의 집앞에 인기척이 들리면 이 개들이 연속으로 짖는 소리가 스테레오 사운드로 들릴 정도. 삽살개보존회, 토진회 회원으로도 활동중인 그는 ‘애견인이라면 소외견 하나쯤 보듬어안자’는 캠페인도 벌이고 있다. 그런 그가 3년전 작곡가와 피아니스트로 처음 만난 아내 김씨는 유기견(버려진 개) 보호모임의 시숍이었다. 이래저래 그의 집 개들 중 10여마리는 장애가 있거나 주인에게 버림받은 소외견이다.
두 사람은 개를 돌보고 음악을 만드는 일을 함께한다. 안씨가 곡을 만들고 기타나 국악기를 연주하면 아내는 신시사이저 건반을 두드리고 첼로를 켠다. 지하층에 마련된 작업실에서 음악에 몰두한 뒤에는 개들과 함께 인근 산길을 산책한다. 두 부부의 꿈이라면 현재 살고 있는 집 맞은편의 빈 땅에 ‘뮤직 팜’이란 이름의 작은 콘서트홀을 지어 연주회를 열면서 말 그대로 음악을 일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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