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야기] 노숙여성 자선콘서트 여는 팝페라 그룹 ‘라 스페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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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교차로협의회
  • 06.10.23 09:20:28
  • 조회: 263
“세상의 희망을 만드는 일에 우리가 빠질 순 없지요.”
한국에서 첫선을 보이는 팝페라 그룹. 네 명의 남자로 이뤄진 ‘라 스페란자’가 첫번째 단독 콘서트를 갖는다. 출생신고와도 같은 첫 공연이 뜻밖에도 기부 콘서트다. 이탈리아어 ‘라 스페란자’(La Speranza)는 ‘희망’이라는 뜻. 네 명의 멤버들은 “적어도 이름값은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일체의 출연료 없이 공연하고, 수익금 전액을 노숙여성들의 쉼터 마련을 위해 기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팝페라는 ‘팝’(Pop)과 ‘오페라’(Opera)의 합성어. 대중음악을 성악적 발성으로 노래하거나, 기존의 오페라 아리아를 팝 스타일로 편곡해 부르는 것을 일컫는다. 라 스페란자의 멤버들도 대부분 성악이 전공이다. 국내의 오페라와 뮤지컬 무대에서 활약하다 ‘팝페라’로 의기투합했다. 리더인 양정열(36·바리톤)은 “오페라가 일부의 향유물로만 존재하는 것이 답답해 좀더 대중성 있는 출구를 찾게 됐다”며 “대중가요부터 가곡·오페라까지 폭넓게 소화하면서, 격조 있는 대중성을 만들어보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러시아와 이탈리아에서 유학한 후 귀국, 2001년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에 캐스팅돼 ‘라울’ 역으로 인상 깊은 연기를 펼쳤다.
“성악을 전공했지만 국내에 오페라 무대가 별로 없더군요. 라울 역을 따내기 위해 9번의 오디션을 거쳐야 했어요. 사실 뮤지컬 무대에 서면서 갈등도 없지 않았지요. 하지만 두번째 작품이었던 ‘싱잉 인 더 레인’을 공연하면서 뮤지컬의 매력에 흠뻑 빠졌어요. 저희 멤버들도 대부분 뮤지컬을 통해 만났지요. 한 명 빼고는 모두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에 출연했어요.”
또 한 명의 바리톤 오성원(33)은 뮤지컬 ‘명성황후’로 낯익다. 1998년부터 뮤지컬 무대를 밟았던 그는 ‘명성황후’와 6년 동안 동고동락했다. 처음엔 코러스로 출발했고 단역, 조연을 거쳐 주인공 가운데 한 명인 ‘고종’ 역까지 거머쥐었다. 오성원은 “‘명성황후’에서 가장 많은 역을 맡았던 배우가 나”라며 웃었다. 그는 이 밖에도 창작 뮤지컬의 수작(秀作)으로 꼽히는 ‘마리아 마리아’의 베드로 역으로도 팬들과 낯을 익혔다.
테너를 담당하고 있는 정현철(30)은 멀티 플레이어다. 넷 가운데 유일하게 성악을 전공하지 않은 그는 고교 시절부터 연극에 빠지기 시작, 군대를 제대한 늦깎이로 서울예대 영화과와 단국대 뮤지컬 학과를 다녔다. 영화와 드라마를 두루 거치다가 마지막으로 정착한 장르가 뮤지컬. ‘마리아 마리아’ ‘지킬 앤 하이드’ 등에서 내공을 닦은 그는 다음달 중순부터 내년 1월까지 공연되는 ‘에비타’에서 체 게바라 역으로 등장한다.
막내인 신상진(28)은 베이스를 맡고 있다. 체코의 프라하 국립음악원에서 성악을 공부하고 귀국, 국내에서 주로 오페라와 종교 합창 무대에서 섰던 그는 최근 라 스페란자에 합류했다. 남성적이고 묵직한 음색이 팝보다 고전적 레퍼토리에 한층 어울릴 법하다. 넷 가운데 뮤지컬 무대를 밟지 않은 유일한 멤버. 자칫 가벼워질 수도 있는 라 스페란자의 화음 속에서 든든한 무게 중심을 잡아줄 목소리인 셈이다.
한국에서는 아직 남자들로만 이뤄진 팝페라 그룹이 낯설다. 하지만 호주 출신의 테너 10명이 모인 ‘더 텐 테너스’(The Ten Tenors)를 비롯, 유럽에서 주로 활약하는 ‘일 디보’(Il Divo)가 세계적 인기를 끌고 있는 요즘이다. 특히 일 디보는 남자 네 명으로 이뤄진 팀이라는 점에서 라 스페란자와 비슷하다. ‘혹시 짝퉁?’이라는 의혹도 있을 성싶다.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일 디보가 국내에 소개되기 한참 전부터 팝페라 그룹을 만들려고 계획했어요. 첫 콘서트를 기부음악회로 치르자고 네 명이 함께 약속했지요. 스스로 했던 약속을 이번에 지키는 겁니다. 관객들이 많이 오셔서 여성 노숙인들의 쉼터를 만드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랄 뿐입니다.”
열린여성센터가 여성 노숙인들의 전셋집을 마련키 위해 매달 한번씩 마련하는 ‘쉼표를 위한 에튀드’가 어느덧 28회째. 라 스페란자의 단독 무대로 꾸며지는 이번 공연은 13일 서울 압구정동 장천아트홀에서 열린다. 네 남자가 강조하는 ‘격조 있는 대중성’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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