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야기] >> 은퇴후 가회동 한옥마을 거주 김종남·차영민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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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교차로협의회
  • 06.09.06 09:18:56
  • 조회: 442
“한옥으로 옮기니 참 좋습니다. 공기 맑고, 문화시설 가깝고, 생활비 싸고. 무엇보다 세살짜리 손녀가 놀 수 있는 마당이 있어 좋아요.”
지난해 11월 서울 가회동 한옥마을로 이사온 김종남 전 명지대 교수(66)와 차영민 사단법인 한국차문화협회 이사(62) 부부의 한옥 자랑이다. 압구정동과 옥수동의 아파트에서 살았던 이들은 “늙으면 한옥에 살자”고 다짐해오다 김교수가 학교를 정년퇴직한 지난해 그 약속을 실천에 옮겼다.
이들은 가회동 일대의 집을 보러 다니다가 터가 높고 정남향인 43평짜리 한옥 한 채를 발견해 이전에 살던 58평 아파트의 3분의 1 값으로 사들였다. 그러나 건물이 몹시 낡은 데다 동선이 불편해 대대적으로 손을 봐야 할 처지였다. 당시 이 집은 대지가 층이 지고 마당이 건물보다 깊으며 방 한 칸이 대문을 사이에 두고 뚝 떨어진 상태였다.
김교수 부부는 평소 친하게 지내던 황일인·조건영씨 등 두 건축가에게 자문을 구해가며 터를 바로잡는 일부터 시작했다. 층이 진 대지는 평평하게 만들고 마당은 노부부가 오르내리기 쉽도록 건물 높이에 맞춰 돋웠다. 대문을 가장자리로 밀어내고 문간방을 다른 방들과 연결시켰다. 전체적으로 보면 남쪽의 작은 화단을 빼놓고 동북서로 ㄷ자형 건물이 대지를 둘러싸고 앉은 모양이 됐다.
일단 터를 정비한 뒤 한옥 리모델링 업체인 HRC의 김장권 사장에게 의뢰해 건물 수리에 들어갔다. 동남쪽 끝방은 아내인 차이사가 손녀와 함께 생활하는 내실, 그 다음 칸은 욕실, 그 다음 칸은 김교수의 서재로 꾸몄다. ㄷ자의 가운데 부분에 가로로 길쭉한 거실을 두었고, 다시 꺾이는 부분에는 부엌과 아들 내외의 방이 만들어졌다.
마당에는 철쭉과 목단, 채송화·봉숭화를 심었다. 리모델링에 들어간 돈은 모두 1억8천만원. 이 중 3천만원은 서울시가 한옥지구 보존을 위해 무상지원하고 3천만원은 3년 거치, 10년 분할상환 조건으로 빌릴 수 있었다.
“넓은 아파트에 살다 오니 좀 좁은 느낌은 있지만 청소하고 관리하기가 너무 편하다”는 게 아내인 차이사의 말이다. “처음 수리하고 입주한 직후에도 새집증후군은커녕, 오히려 머리가 맑았던 것도 한옥이 황토나 나무 같은 천연소재로 지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김교수도 “바람이 잘 통해 에어컨 없이 올 여름을 났다”며 “집이 좁으니까 마당에 천장을 얹어서 실내처럼 사용하라고 충고하는 사람도 있지만 한 발짝만 내디디면 바깥이어서 시원하다”고 말한다.
지난 겨울도 별 어려움 없이 지냈다. 한옥은 춥다는 편견과 달리 창호지와 유리로 만들어진 이중창이 황소바람을 든든하게 막아주었다. 오히려 천장이 높아서 공기순환이 잘 되고 건강에 좋다는 게 이들 부부의 설명이다.
이들이 사는 집 앞 좁은 골목에는 자수박물관, 가회박물관, 매듭박물관 등 작은 박물관이 3개나 되고 전통한옥을 구경하려는 해외관광객의 발길도 끊이지 않는다. 조금만 걸으면 닿을 수 있는 인사동의 문화공간도 큰 매력이다. 경제 관료로 청와대 경제비서관, 상공부 전자전기공업국장 등을 지낸 김교수는 사진찍기가 취미다. 또 차이사는 우리 차 이외에 중국차와 일본차도 깊이 연구하고 있다. 그런 만큼 각종 전시회와 문화강좌가 줄을 잇고 전통차와 다기를 쉽게 구할 수 있는 점이 이들 부부를 즐겁게 한다.
“한옥으로 이사했다고 하니까 호기심에 방문하는 친구들이 많지요. 이곳에 오면서 갖고 있던 가구와 짐을 많이 버리고 정리했어요. 우리 조상들은 지금보다 훨씬 좁은 공간에서 적은 물건을 갖고도 풍족하게 살았던 것 같아요.”
노년을 맞아 소박하면서도 기품 있는 삶의 공간을 택한 이들 부부에게 이사 후 유일한 호사는 마당에 비닐 풀장을 들여놓은 것이다. 한낮에 어린이집에서 돌아온 손녀를 위한 것이지만 할아버지인 김교수는 자신이 더욱 애용했다며 껄껄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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