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야기] 녹슨 쇠벽에 감추인 ‘꿈의 쉼터’[대학로의 쇳대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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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교차로협의회
  • 06.08.22 08:57:49
  • 조회: 519
가장 유서 깊은 청년문화의 공간 대학로. 5차선의 넓은 도로와 저마다 개성을 뽐내는 점포들, 문화의 향기가 숨쉬는 소극장들 사이로 한 겹만 파고 들면 낙산 아래로 정겨운 서울의 옛동네가 펼쳐진다. 옥상에 노란색 물탱크를 얹은 연립주택이 주를 이루지만 아직 기와지붕을 고수하는 낡은 한옥, 넓은 잔디밭에서 과거의 영화가 느껴지는 개인주택도 간간이 눈에 띈다.
우리 전통 열쇠와 자물쇠를 전시하는 쇳대박물관(관장 최홍규·48)은 대로변에서 멀지 않은 골목길에 자리잡고 있다. 문예진흥위원회와 방송통신대 샛길로 150m가량 들어가면 시뻘겋게 녹슨 창고처럼 보이는 박물관이 나타난다. 특이한 소재와 큰 덩치에도 불구하고 주변 풍경에 거슬리지 않는 것이 신기하다.
이곳은 19세때 재수비용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로 철물점 직원생활을 시작한 이후 30년을 쇠와 더불어 살아온 주인 최홍규씨(48· 최가철물점 대표)의 분신과 같은 곳이다. 첫 직장 사장님의 쇠처럼 강직한 성품에 반해 14년간 그 밑에 머물면서 쇳물에다 인생을 던진 그는 1989년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최가철물점’을 열어 국내 첫 철물디자이너라는 명성을 얻었다. 방범창부터 못·문고리·액자·꽃병·화분·재떨이·스위치 커버·휴지걸이까지 그의 손길이 닿으면 철물은 작품이 된다.
그런 최씨가 고향처럼 느껴지는 종로로 다시 돌아온 것은 3년 전. 젊은 시절부터 인사동·황학동 등지를 뒤지며 모은 철제 유물 3,000여점 가운데 열쇠와 자물쇠만 모아서 전시하는 쇳대박물관을 열기 위해서다. ‘장사꾼이 문화사업을 하겠다고 나선 셈’인데 아예 박물관 건물에 복합문화공간과 소극장, 살림집까지 세트로 마련했다.
먼저 개인주택이 있던 대지 180평을 사들인 그는 평소 눈여겨봤던 건축가 승효상씨를 찾았다. 동국대앞 웰컴시티 사옥 외벽에 국내 최초로 벌겋게 녹슨 내후성 강판을 사용했던 승씨의 아이디어가 쇳대박물관에 적합했기 때문이다. 지하 1층, 지상 6층, 연면적 500평의 복합문화공간 쇳대박물관은 이렇게 태어났다.
박물관 외형은 1층 카페와 주차장으로 드나드는 입구를 제외하고는 창문 하나 없이 강판으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벽 안쪽으로 들어서면 지하층 바닥이 까마득히 보이는 중정과 함께 뻥 뚫린 하늘이 나타난다. 녹슨 쇠벽이 공간을 사방으로 감싸고 노출 콘크리트과 유리로 지은 건물은 중정 안쪽에, 각층으로 이어지는 계단은 중정 바깥쪽에 자리잡고 있다. 소극장(지하), 아트숍(2층), 이벤트홀(3층), 박물관(4층), 살림집(5·6층)이 이곳에 공존한다.
“폐쇄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들어갈수록 열려있는 공간, 강하고 이성적인 느낌의 쇠로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포근하고 따뜻한 자연과 휴식이 있는 공간, 그런 양면성이 이곳의 매력입니다.”
평생 소중하게 모아온 철제 유물이 쇼케이스에 정갈하게 정리된 박물관 전시장이나 다양한 철물 작품이 진열된 아트숍, 붉은 철과 초록 이끼가 어우러진 중정 등 곳곳에 매력적인 장소가 숨어있지만 최관장이 무엇보다 아끼는 곳은 살림집 가장자리에 마련한 작은 정원이다. 그는 복층 살림집 가장자리를 따라 좁고 긴 자투리땅에 전통 꽃담을 쌓고 갖가지 식물을 키운다. 그곳에서는 1년 내내 산수국·옥잠화·실란·아네모네·비비추·목단·병아리꽃이 피고 지면서 계절을 알린다. 낙산(동)·인왕산(서)·남산(남)·북한산(북) 등 서울의 4대 명산이 병풍처럼 눈앞에 펼쳐진다.
“새로운 문화 키워드는 메이드 인(made in)이 아니라 메이드 바이(made by)”라고 말하는 최관장은 쇳대박물관을 매개로 고급예술과 철을 접목시키는 실험을 하고 있다. 지난해 안상수, 진태옥, 구본창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를 끌어들여 ‘열쇠전’(열사람이 쇠로 만든 작품전)을 연데 이어 올 초에는 ‘건축가의 가구전’을 열었다. 승효상, 황두진, 서혜림 등 3명의 건축가가 디자인한 철가구를 ‘최가철물점’에서 제작했는데 그중 3점을 현대화랑이 사들였다. 하반기에는 금속공예가 전용일씨와 손잡고 ‘쇠로 만든 남성장신구전’을 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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