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야기] 난, 소중하니까…![‘행복한 이기주의자’2030 여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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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경향신문 자료제공(www.khan.co.kr)
  • 06.08.21 08:56:38
  • 조회: 257
“란제리 입은 행위예술가, 낸시 랭을 좋아하세요?”
이런 질문에 ‘예’라거나 최소한 ‘나쁘지 않다’고 답한다면 당신은 2030 여성, 혹은 그들의 정서를 공유하는 사람이다. 그녀가 너무 튄다거나 ‘예술을 판다’고 눈살을 찌푸린다면 당신은 최근 인터넷을 달군 된장녀 논쟁의 이면(K2 참조)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2030 여성이 우리 사회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 스스로 행복하기 위해서는 어떤 고생도 마다하지 않는 여성, 그러나 자신이 싫으면 기필코 거부하는 여성, 돈과 권력과 출세를 내놓고 당당하게 ○○○는 여성, 이를 위해 때로 권모술수와 잔꾀도 부릴 줄 아는 여성, 순수보다 속물에 마음이 끌리는 여성, 일과 연애도 좋지만 자신을 가장 사랑하는 여성. 한마디로 그들은 ‘행복한 이기주의자’들이다. 어느 광고의 카피를 빌리자면 ‘난 소중하니까족’이다.
21세기판 신인류라고 할 만한 이들의 등장이 새삼스런 일은 아니다. 그들은 풍요로운 1980년대 전후로 태어나, 88올림픽이 열리던 해에 초등학교나 중학교를 다녔으며, IMF가 터지기 직전까지 과거에 비해 경제적으로 윤택하던 부모 밑에서 충분히 누리면서 자란 세대다. 세계화의 영향으로 일찌감치 뉴욕이나 파리를 옆동네 도시로 알고 자라온 영상세대이기도 하다.
이들의 출현은 2,000원짜리 라면을 먹으면서 4,000원짜리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거나 취업준비생인 ‘주제’에 명품 구두와 핸드백을 탐내는 소비행태로 종종 구설수에 올랐다. 소문난 레스토랑의 명성을 꼭 확인해야 속이 풀리고 통장부터 성적 취향까지 꼼꼼히 따져본 뒤 남자를 고르는 일도 이들 세대의 특성이다. 주식이 후식보다 중요하란 법은 없으며 백수가 탐하지 말아야 할 상품목록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유사 이래 늘 약자의 자리를 지켜온 여성들에게 ‘나쁜 여자’가 되고 싶은 유혹은 늘 있어왔다. 그러나 소수 비주류가 택했던 비극과 고난의 길이 요즘 2030 여성들 사이에서는 자연스러운 주류로 자리잡고 있다. ‘주변의 예측과 기대에 맞춰 행동하기보다는 내가 먼저 행복해지기를 원한다. 그럼으로써 주변에 행복바이러스를 감염시키고 싶다.’ 이것이 행복한 이기주의자들의 지론이다.
하얏트호텔에 근무하는 김영화씨(29)는 집안에서 튀는 막내딸로 통한다. 어릴 때 부모를 따라 미국과 일본에서 생활했던 그녀는 ㅅ여대 경영학과에 입학했으나 3학년때 그만두고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호텔에 관심이 있던 그는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호텔에서 공짜로 유리창을 닦는 인턴생활부터 시작해 자신의 적성을 확인했다. 딸의 유학결심을 들은 부모는 비싼 학비와 늦은 유학에 대한 걱정 때문에 반대했으나 결국 손을 들었다. 코넬대에서 호텔경영학을 전공한 김씨는 귀국한 뒤 신라호텔을 거쳐 현재 직장에 근무하고 있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인생에서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는 그는 “직장생활을 하다보니 단순히 일 잘하는 여자보다 똑똑한 여자가 돼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털어놓는다.
배정현씨(33)는 쇼핑에 인생을 걸었다. 학창시절 자신을 소개할 기회가 생기면 “제 취미는 쇼핑이에요. 특기도 쇼핑이고요”라고 서슴없이 말했던 그는 명품 부럽지 않은 동대문 제품을 골라내는 감식안을 갖게 됐고 10년간의 잡지사 패션담당 기자생활을 거쳐 관심이 비슷한 친구들과 함께 인터넷 쇼핑몰(everydayhappy.co.kr)을 운영하고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물건을 찾아 런던 뉴욕 홍콩 도쿄 상하이 등 전세계를 누볐던 그는 최근 ‘쇼핑 앤드 더 시티’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 “캐리(드라마 ‘섹스 앤드 더 시티’의 주인공)가 섹스 컬럼을 쓰는 것처럼 저는 국내 최초의 쇼핑 컬럼니스트가 될 거예요.” 그녀가 그리는 미래다.
대학생 김선미씨(23·중앙대 문예창작과 4년)도 거침없는 2030의 전형이다. 대학 2학년때 LG IBM이 주최한 ‘잉카·아마존 대학생 탐사단’에 2,0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됐던 그는 여행을 다녀온 뒤 탱고와 스페인어를 배우면서 라틴의 매력에 흠뻑 빠져있다. 탱고의 경우 프랑스 단기유학까지 고려할 정도인데 그렇다고 해서 전공을 등한시하는 건 아니다. 현역 방송작가 밑에서 드라마 작업을 하면서 틈틈이 시나리오도 쓰고 있다. 뛰어난 사극 전문작가가 되는 게 김씨의 꿈. “내가 가진 여건 안에서 행복하고 재미있게 사는 것”을 추구하는 그는 “원하는 것을 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과정도 내 꿈을 위한 하나의 도전”이라고 말한다.
이들의 공통점은 자기 욕망에 충실하고 원하는 바가 뚜렷한, 행복한 이기주의자라는 것이다. 주변의 기대와 시선에 맞춰 행동했던 전통적인 여성상에 대한 의식적 반항이 이전 386세대 여성들의 특성이라면 2030 세대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사는 삶에 대한 자의식마저 느끼지 않을 만큼 당당하고 자연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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