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야기] 또 하나의 한류 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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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교차로협의회
  • 06.08.09 09:49:39
  • 조회: 346
2년 전 ‘신흥호남향우회’라는 글자가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다. 미국의 팝스타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이 글자가 새겨진 원피스를 입은 사진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네티즌들은 “합성 아니냐”며 눈을 의심했다. 그뿐이 아니었다. 호주의 한 남성이 ‘나는 평범을 거부한다’는 문신을 등에 새긴 사진이 도는가 하면, 베트남에서는 ‘강남미술학원’이나 ‘○○건설’ 등이 새겨진 시내버스가 다니기도 했다. 이런 소동은 2년 전이라면 놀랄 일이지만 지금은 아니다. 2006년, 한글은 확실한 인기상품이다.



#“한국어 배우자” 외국인 몰려온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국어를 가르치는 아리랑TV의 ‘렛츠 비 코리안’ 인터넷 게시판에는 교재와 방송 VHS를 구할 수 없느냐는 문의가 쇄도한다. 한 달 평균 VOD 시청건수만 1만5천건이 넘는다. 한국어 공부와 방송에 대한 문의가 끊이지 않는 프로그램 게시판에서 ‘게시판 지킴이’를 자처하며 댓글을 다는 열성 시청자는 ‘sead’라는 아이디를 쓰는 사우디아라비아인이다. 호주, 불가리아의 네티즌도 눈에 띈다.

홍보심의팀 최정희 차장은 “동남아시아는 물론 아랍권 국가에서도 한국어 공부에 관한 문의전화가 온다”고 말했다. 고려대 국제하계대학 프로그램에는 올해 916명의 외국학생이 참가한다. 작년보다 3배가량 늘어난 수치다.

한국외국어대 외국어연수평가원의 10주과정 교육프로그램 수강생 수는 지난 해 100명에서 올해 150명으로 늘었다. 지난해 말 일본 문부성은 고교교육과정의 제2외국어로 한국어를 선택한 학교가 프랑스어를 선택한 학교보다 많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한글 디자인도 인기다. 2001년 설립된 ‘이건만 AnF’는 한글의 자음과 모음을 가방과 넥타이, 핸드백 등에 도입해 화제를 모았다. 시작 당시만 해도 촌스럽다, 반짝상품에 불과할 것이라는 비난도 들었지만 지금은 연매출 20억원대의 튼실한 기업으로 성장했다. 일본, 중국 등에서도 수출제의가 끊이지 않는다.

한글 액세서리 디자인 ‘니은’은 한글로 반지, 목걸이, 귀고리 등의 액세서리를 만들었다.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들에게도 인기가 좋다. 외국인의 경우 자신의 이름을 표기할 수 있는 한글자음으로 만든 펜던트를 많이 사간다. ‘니은’의 박상태 대표는 “외국용어가 난무하는 패션계에서 오랫동안 푸대접을 받던 한글이 이제 조금씩 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디자이너 이상봉씨는 지난 2월 파리패션쇼에서 소리꾼 장사익씨와 화가 임옥상씨의 글씨체를 옷에 담아 선보였다.



#디자인·출판 등 국내도 한글 바람

한글 열풍은 국내 출판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상반기에 ‘훈민정음의 사람들’ ‘훈민정음 암살사건’ ‘역사가 새겨진 우리말 이야기’ ‘뿌리깊은나무’ 등 한글을 소재로 한 책들이 줄지어 출간됐다. 한국어에 대한 연구서적, 학습서적의 형태를 넘어 한글 자체가 소설의 소재가 되기도 했다.

특히 세종대왕의 훈민정음 반포와 이를 막으려는 기득권층의 이야기를 그린 ‘뿌리깊은나무’는 우리 역사를 팩션의 형태로 그린 소설로 출간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라 있다.

한글의 인기요인은 무엇일까? 일등공신은 7~8년 전부터 분 한류바람이지만 한글 자체의 우수성에 무게를 두는 의견도 있다. 디자인 ‘니은’의 박상태 대표는 “한글은 태생부터 디자인이 된 유일한 문자”라고 말했다. “한글은 다른 문자와 달리 자음과 모음이 함께 조합돼 하나의 글자를 이룬다. 이러한 한글의 생김, 구성 자체가 조형적이고 과학적인 디자인의 요소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뿌리깊은나무’의 저자 소설가 이정명씨는 “한글이야말로 가장 정보화, 디지털화에 적합한 글자”라고 말했다. 모든 정보를 0과 1로 나누는 디지털 기호처럼 모음 석 자와 자음 다섯 자를 이용해 28개의 글자를 만들어내는 한글은 600여년 전에 이미 디지털화를 구현해냈고, 단순해 보이는 기호 속에 음양오행의 철학까지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한글이 담고 있는 철학이나 세계관 등의 우수성을 한글을 처음 접하는 외국인들이 더 높게 평가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우리의 국력이 발전하면서 한글 공부의 필요성이 높아진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이다. 재미교포 출신으로 연세대 언어교육연구원 국제서머스쿨을 졸업한 신항진씨(28)는 “한국 취업을 원하는 이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어,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제대로 배우자는 움직임이 교포사회에서 활발하다”고 말했다. 한국외국어대 외국어연수평가원 조지연 과장은 “한국어연수 프로그램을 수강 중인 외국인 학생 중 많은 수가 국내 대학원 진학을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한글로 된 교재를 직접 공부하고 한국문화를 익히기 위해 한국어 공부만 1년 반 정도 걸리는 코스를 이수한다.



#한국문화가 담긴 브랜드로 키우자

최근의 한글열풍에 대해 우려를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이건만 AnF’의 이건만 디자이너는 “한글에 대한 외국인들의 관심은 오리엔탈리즘에 대한 외국인들의 호기심에서 비롯된 측면이 많다”고 말했다. 시들해진 중국과 일본에 이어 한국에 눈을 돌렸다는 것이다. 이씨는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한글이 새겨진 옷을 입었던 것은 한글 때문이 아니라 ‘돌체앤가바나’라는 브랜드 때문이었다”고 말하고, “한글을 ‘신기한 무늬’ 가 아닌 ‘한국의 문화가 담긴 브랜드’로 키워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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