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야기] 금대접에 왕대접 남편 氣 살려봐요[금도자기 개발 보급 도예가 정지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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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교차로협의회
  • 06.07.15 09:11:25
  • 조회: 478
정지현씨(49)는 아버지 기일에 자신이 직접 만든 금도자기 주전자와 잔으로 제사를 지냈다. 오랜만에 효도한 것 같아 뿌듯했다. 도자기를 만든 지 30여년, 이제 그 역시도 쉰이 다 된 나이. 부모님 돌아가신 후에 무슨 금주전자냐 하겠지만 그의 회한은 남달랐다.
“도자기 만드는 집에 변변한 술주전자 하나 없더라고요. 해서 만든 게 금주전자와 금술잔입니다.”
장남이고 가장이었지만 도자기에 빠진 20여년 동안 가족을 돌보지 못했다. 외환위기 때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 모진 마음으로 생활자기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러기를 10년, 그의 백제도자연구소엔 1,300여종의 생활자기 디자인이 쌓였다. 여주, 이천 지역 단일 공장에선 최다 디자인을 보유하고 있다. 63빌딩, 인터컨티넨탈호텔, 리츠칼튼 호텔, 아미가 호텔, 바이킹 부페 등 호텔을 비롯해 1,000여군데 식당에서 그가 빚은 그릇들을 사용하고 있다. 그의 이름은 몰라도 그가 빚은 그릇은 수많은 사람들의 밥상에 오르고 있다.
“어딜 가도 밥은 공짜로 먹죠. 예술 대신 사람을 얻었습니다.”
생활자기를 시작하면서 여유가 생기자 그는 새로운 디자인에 대한 열정을 불태웠다. 수익의 30%는 새로운 기술 개발에 투자했다. 1년을 꼬박 투자한 끝에 작년 12월, 백자 위에 금물을 입힌 금도자기가 탄생했다.
요즈음 그의 집 식탁은 여느 집과 다르다. 금밥그릇, 금물컵, 금국그릇…. 손님이라도 오는 날엔 모두 눈이 휘둥그레진다.
“된장국 한그릇인데도 기분이 다르다고들 하죠. 우울한 날에도, 식탁에 앉으면 왕이 된 느낌이거든요.”
세미나 참석차 해외에 갔다가 최고급 호텔에서 식사를 하는데 식기가 모두 금도자기였다. 마치 왕의 만찬 같은 기분을 느껴 금도자기 기술을 개발했다. 특권층만 이런 기분을 누릴 게 아니라 좀더 ‘저렴하게 만드는 법을 개발해 대중적인 보급을 해보자’는 생각이었다.
제일 먼저 개발된 상품은 언제나 묵묵히 내조해주는 아내가 일차적인 소비자다. 설거지 하기에 무겁다거나 음식을 담기에 불편하다는 등 아내의 쉼없는 잔소리 끝에 금도자기는 생활자기로서 합격점을 받았다. 상품으로 탄생된 금도자기 세트는 20여종으로 가격대는 10만~20만원대이다.
노부모가 계신 지인들에겐 금밥그릇 도자기 세트를, 친구 부인들에겐 금커피잔 도자기 세트를, 좋아하는 친구들에겐 금술주전자 도자기 세트를 선물했다. 아까워서 그릇장에 모셔두고 있는 사람이 많은데, 손님대접엔 금도자기만한 것이 없다면서 적극적인 사용을 권했다.
대한민국 공예대전 특선, 동아공예대전 초대작가, 대한민국미술대전 공예부문 심사위원 등 그의 이름 앞에 붙는 다양한 직함도 있지만 이제 그런 것들에 무감각해져 있다. 소더비 경매장에서 최고가로 팔리는 항아리나 박물관에 전시된 청자나 백자 중에 작가가 누구인지 나와있는 작품은 없다. 온 마음을 다해 자기를 빚으면서도 자신의 이름자 하나 새겨 넣지 않은, 그런 도공의 마음을 닮고자 한다.
“제가 만든 그릇에 물 한 잔 부어 마셔도 기분 좋게 누군가가 사용하면 그게 행복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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