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야기] 소냐는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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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교차로협의회
  • 06.07.10 08:59:13
  • 조회: 265
가 수 겸 뮤지컬 배우 소냐(27). 지난 3월 소냐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엄마 그 이상의 존재였던 외할머니와 긴 이별을 했다. 어린 시절 엄마가 떠난 빈자리를 홀로 지켜주신 외할머니였다. 깊은 슬픔에 한동안 말을 잊고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기도 힘들었다. 앞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소냐는 지금 자신에게 한국뮤지컬대상 여우신인상(2004년)을 안겨준 ‘지킬 앤 하이드’ 무대에 다시 서 있다. 오는 9월에는 창작뮤지컬 ‘마리아 마리아’의 주연을 맡아 아버지의 나라, 미국에도 진출한다. 눈물이 나올 때면 무작정 들판에서 뜀박질했던 소녀, 야간학교를 다니며 봉제공으로 일하면서 슬픔을 잊기 위해 노래를 불렀던….
어른이 된 소냐는 이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마저 가슴 속에 묻은 채 웃고 울며 관객을 사로잡을 줄 아는 프로가 됐다. 달려온 7년보다 앞으로의 시간들이 더욱 기다려지는 소냐. 막걸리 한사발 들이켜고 구성진 타령을 불러주시던 할머니도 저 먼곳에서 대견해하시겠지.

<b>#할머니가 가르쳐준 10원짜리 행복 </b>
학교에서 굶고 돌아와 할머니가 지어주신 늦은 보리밥 저녁으로 연명하던 어린 시절. 할머니는 항상 말씀하셨다. “10원짜리 한개 갖고도 행복할 줄 아는 사람이 돼야 하는 거야.” 그땐 할머니의 말씀이 이해되기는커녕 원망스러웠지만 나이 들수록 가슴에 와닿는다.
뮤지컬 배우로, 가수로 사랑받는 지금의 행복을 이제야 깨닫고 있기 때문이다. 소냐가 가장 행복해하는 순간은 무대의 커튼이 올라가기 직전. ‘지킬 앤 하이드’에서 소냐가 연기하는 루시는 술집 여자로 지킬 박사와 사랑에 빠지지만 하이드에게 잔인한 죽음을 당하는 비련의 인물이다. 2004년 초연 당시 원작의 애절하기만 했던 루시와는 달리 앳되고 거침없는 활달한 루시로 재창조해내 큰 호응을 얻었다.
심각한 배역과는 달리 소냐는 막이 오르기 전 마치 야생마 같다. “오늘도 간다, 가.” 외치는 두 손엔 땀이 흐른다. 더욱 커지는 심장 박동 소리. 커튼이 올라가면 이제 ‘나’는 없다.
“음반을 내고 가수로 활동할 때는 소냐라는 사람을 최대한 멋지고 예쁘게 보여야 했어요. 방송에 꾸며져 보이는 제 모습이 별로 달갑지 않았죠. 그런데 무대는 달라요. 나를 잊고 연기하는 인물에 100% 빠져들 수 있으니까요. 정말 매력 있어요.”
1999년 가수로 데뷔하면서 소냐는 뛰어난 가창력으로 주목받는 동시에 혼혈이라는 또다른 포커스에 몸살을 앓아야 했다. 방송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것도 그때 너무 덴 탓이다.
그렇다고 무대 위의 생활이 평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뮤지컬 배우가 됐을 때 한동안은 신인 가수 출신이라는 따가운 시선과 뒷말에 상처받기도 했다. 그냥 실력만으로 평가하지 않는 분위기가 원망스러웠다. 그러나 ‘페임’ ‘렌트’ ‘가스펠’ ‘카르멘’ 등 주요 작품들에서 빛을 발휘하면서 이제는 중견배우로 당당히 인정받게 됐다.

<b>#브로드웨이까지 넘나드는 배우 </b>
뉴욕 진출작 ‘마리아 마리아’는 좀더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할머니의 뜻에 따라 어려서부터 천주교 신자가 된 소냐는 종교를 떠나 마리아의 순수한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이 작품을 사랑한다. 또 작품 속 노래 ‘당신이었군요’를 처음 듣는 순간 더욱 빠져들었다. 오디션에 도전했고 마침내 오는 9월 오프 브로드웨이 무대에 선다.
“창작뮤지컬의 주인공으로 미국 땅을 밟게 돼 감회가 남달라요. 솔직히 아버지가 살고 계신 곳이라는 특별한 감상은 없어요. 아버지를 공연에 꼭 초대할 생각도 아직은 없고요. 아버지와는 3년 전 한번 만난 게 전부예요.”
소냐의 어릴 적 별명은 선머슴. 행동이 거침없고 말투가 털털한 스타일이지만 밝은 표정 뒤에는 대중이 알 수 없는 아픔이 아직 남아있는 듯하다.
배우와 가수가 아닌 자유인으로서 소망이 있다면 단란한 가정을 꾸리는 것이다. 자녀 계획도 일찌감치 세웠다. ‘딸 아들 아들’ 아니면 ‘아들 아들 딸’. 신세대답지 않게 왜 아들을 밝히느냐는 물음에 “어려서부터 할머니와 오래 살아 생각이 보수적으로 바뀐 것 같다”며 “아들이 둘은 돼야 듬직하지 않으냐”고 웃었다. 그리고는 “내년엔 아홉수라서 시집가면 안돼요”라며 선수친다.
소냐는 틈이 날 때면 대학로를 자주 찾는다. 연극을 보기 위해서다. 자신에게 부족한 것을 채우려는 욕심 때문이다. 언젠가는 연극에도 도전해보고 싶다.
“한번 ‘모노드라마’를 해보고 싶어요. 대학로에서도 아무나 할 수 없다고 하지만 저 혼자 떠들고 웃고 울면서, 실오라기 하나 안 걸친 온전한 나를 보여줄 수 있는 무대잖아요.”
지난해 5집 앨범을 내놓은 소냐는 당분간 배우생활에 전념할 계획이다. 기획된 음악말고 영감을 받아 정말 노래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을 때 나서고 싶다. 뮤지컬로는 ‘아이다’ ‘레미제라블’ ‘미스 사이공’ 등 하고 싶은 작품이 많다. 가수로서 사랑해주는 팬들과 뮤지컬 배우로 사랑해주는 팬들이 있어 기쁨도 두배다.
“우리 팬들은 마음씨도 참 고와요. 함께 출연하는 다른 배우들의 선물까지 가져오고 똑같이 성원해 주세요.”
100m 달리기에서 14초를 기록하며 육상선수로 활약하던 소녀시절. 뛰고 난 뒤 흘리는 뜨거운 땀이 좋았다. 무대 위에서 흘리는 지금의 땀도 그때처럼 값지고 달기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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