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야기] 월드컵송 ‘수문장호령가’작곡 민영치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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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교차로협의회
  • 06.06.02 09:06:15
  • 조회: 396
뭘 불러야 할지 난감할 정도로 무수히 쏟아져 나오는 월드컵송들. 그 중에서도 장구와 드럼이 어우러진 ‘수문장호령가’는 색다른 리듬으로 귀를 잡아챈다. 신해철·남궁연·바다 등이 참여한 ‘Go for the final’ 앨범에 수록된 이 곡은 재일교포 3세 민영치씨(35)의 작품이다.
“이번 월드컵은 전세계 한국인들이 국악 장단에 맞춰 신나게 응원했으면 좋겠어요. 국내에 있는 사람들에겐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장구 한가락이 외국에 있는 한국인들에겐 타는 목에 냉수같은 존재거든요.”
그러나 정작 민씨 자신은 월드컵을 제대로 본 적이 한번도 없다. 매년 6월, 미국 덴버에서 열리는 ‘한국 입양아 캠프’에 참석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는 이의 부탁에 반강제적으로 끌려갔던 첫해, 그의 장구와 꽹과리 소리를 들은 세살 꼬마 입양아가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매달렸다. “아저씨 한국갈 때 나도 데려가요. 데려가요~” 아이를 떼놓기 위해 했던 ‘내년에 꼭 다시오마’ 그 약속 때문에 그는 다음해도, 그 다음해도 덴버로 향했다.

그게 벌써 11년째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1년에 한번 돌아오는 가족 제사’처럼 빼먹을 수 없는 행사인 셈이다. 심지어 지난해엔 일본 기타노 다케시의 TV쇼에 출연제의를 받았지만 입양아 캠프 행사와 날짜가 겹쳐 미련없이 포기했을 정도. 한국인 친부모를 찾아 화제가 됐던 토리노 동계올림픽의 동메달리스트, 토비 도슨도 그가 해마다 캠프에서 함께 놀곤 했던 한국인 입양아 중 한명이다.
그는 이번 월드컵 앨범의 개런티 모두 입양아 캠프에 기부했다. 정작 한국인들은 수수방관하고 있는데도, 노랑머리 양부모들은 아이들의 한국 뿌리를 찾아주기 위해 자신들의 호주머니를 털어 캠프를 열고 있다는 게 창피해서다.

“전 태어나서 이제껏 비주류의 인생만 살아온 사람이에요. 그래서 그런지 저보다 더 외롭고 힘든 사람들이 저를 필요로 한다는 생각이 들면, 언제 어디든 달려가지 않을 수가 없어요.”
그랬다. 그가 속한 집단은 태어난 이래 쭉 단 한번도 주류이지 못했다. 중학교 때까지 한국말 한마디 못했지만, 그는 거부할 수 없는 일본 속의 한국인이었다. 음악의 길을 걷게 됐지만 J-POP도, K-POP도 아닌, 한국에서조차 인기없는 국악을 선택했다. 그리고 그 국악인들 틈에서도 대중음악과의 퓨전을 고집하는 비주류 속의 비주류. 그래서인가보다. 이젠 한국인도 즐기지 않는 국악에 빠져들고, 한국에서 나고 자란 우리보다 입양아 문제에 더 열심인 것은.

중학교때 일본에서 김덕수 사물놀이패의 대금소리를 접하고 난 후, ‘나도 한국에 가면 김덕수 선생님처럼 연주할 수 있을거야’란 믿음으로 혈혈단신 한국에 들어왔다. 그러나 서울대 국악과를 졸업한 후 정작 그가 선택한 길은 정통 국악인이 아닌, 대중음악과 국악의 접목이었다. 보수적인 국악 선생님들은 “영치야, 그러지마라”고 타이르기도 했다. 국악인이 국악을 해야지 왜 가요나 팝이랑 짬뽕을 시키냐는 거였다.
“생각해보세요. 넥스트가 콘서트를 하면 만명이 몰려와요. 제가 협주를 할때 그 중 1,000명이라도 ‘저 악기 뭐야? 신기하네’라고 생각한다면 목표달성 하는거죠. 김덕수 선생님이 진짜 불고기라면 전 불고기 버거가 될거예요.” 그동안 패닉, 넥스트, 남궁연, 숱한 가수들의 앨범에 참여해왔다. 가요와 국악의 퓨전인 노래의 90%는 민영치의 작품이라고 생각해도 된다.

그리고 4년 전부턴 본격적인 활동무대를 일본으로 옮겼다. 방송 관계자도 음반 제작사도, 아는 사람 하나 없지만,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일본에 국악을 제대로 알리기 위해서다. “요즘 한류가 뜬다지만, 그건 사실 ‘장사’에 불과하잖아요. 진짜 한류는 문화를 전달하고자 하는 나라의 밑바닥부터 함께 호흡하고 살면서, 우리 전통문화로 승부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국악엔 아무런 관심도 없고 하워드 열풍 이후 반짝하던 입양아 얘기도 쏙 들어가버린 지금, 비주류의 길을 자처한 그의 지난날들은 더욱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오랜만에 한국에서 자신의 곡이 수록된 월드컵 응원앨범을 냈지만, 이번 월드컵때도 그는 어김없이 덴버에 가 있을 예정이다. 그리고 그는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가는 순간까지 어눌한 한국말로 덴버의 입양아 캠프에 대한 한국인의 관심을 재차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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