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야기] 캐주얼의류 모델 캐스팅 자폐 수영선수 김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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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교차로협의회
  • 06.05.25 09:08:11
  • 조회: 378
“연이은 세미나에도 진호를 데리고 가야 하나, 어디다 맡기고 가야 하나 걱정했지만, ‘엄마 혼자 다녀오세요. 난 집에 있을래요’ 하며 뜻밖의 말로 나를 감동시키곤 했지요. 진호의 변화를 엄마인 저 역시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또 녀석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생각에 저 자신이 부끄럽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감히 생각지 못했던 일, 1분 1초도 눈을 뗄 수 없었던 시한폭탄 같은 아이였다며 진호엄마 유현경씨(45)는 지난 시간을 파노라마처럼 일시에 돌이켜보는 듯했다. 정신없이 앞만 보고 달려온 지 16년. 이제는 진호 혼자 학교 가고, 운동 연습하고, 집도 곧잘 본다. 가끔 설거지까지도 도와준다. 세상과는 철저히 격리되어 두꺼운 유리벽 속에 갇혀 있던 진호. “모든 것을 버리고 제가 진호의 유리벽 속으로 들어갔을 때, 혼자서는 그 두꺼운 유리벽을 깨뜨릴 엄두조차 못 내고 있던 진호는 그때서야 비로소 나를 향해 눈길을 주기 시작했지요.”

4세 때 자폐증으로 정신지체장애 2급 판정을 받았지만 장애인 수영 세계 랭킹 3위, 아시아 1위를 기록한 김진호 선수(21)의 얘기다. 김진호는 엄마의 정성으로 2005 세계장애인 수영선수권대회에서는 세계 신기록을 수립하며 금메달(배영 200m)과 동메달(배영 100m)을 땄다. 2003년 12월 말 홍콩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장애인청소년대회에서 금메달(배영 100m)과 은메달 2개(자유형 50m, 100m)를 땄다. 내년 2월이면 부산체육고를 졸업, 진학과 취업을 결정해야 한다. 대학 진학보다는 실업팀 선수로 결심이 기울고 있다. 엄마의 최대목표는 진호가 혼자 남았을 때, 엄마 없는 세상에서도 잘 이겨낼 수 있게 모든 것으로부터의 독립, 자립이다.

두 사람이 손을 꼭 붙잡고 조심스럽게 세상을 향해 한 걸음씩 내딛는 둘만의 세상살이는 작년 MBC 프로그램 일요일 일요일 밤의 한 코너로 만들어진 ‘진호야, 사랑해’를 통해 세상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방송은 진호에게 많은 선물을 주었다. 우선 사람이 크게 달라졌다. ‘방송치료’의 개념을 가지고 출연에 응했던 엄마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조금씩 조금씩 의사표현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175㎝ 키의 잘생긴 외모는 특히 많은 사람의 이목을 끌었다. 가족을 제외하고는 늘 두사람만의 세상에 하나둘 친구들이 놀러 오기 시작했다. 진호의 팬카페가 생겼다. 진호의 팬카페 ‘친구만들기’는 9,000명의 회원이 가입되어 있다. 그리고 일요일 일요일 밤에 출연은 ‘2005년 MBC 방송연예대상 공로상’을 안겨주었다.

진호의 세상을 향한 도전에는 불가능과 멈춤이 없다. 엄마와 함께 하루하루 살아 나가는 것이 모두 새로운 길을 열어가는 것이다. 적어도 진호에게는 그렇다. 굳이 비교를 하자면 초등학교 저학년 정도의 인지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초등학교 저학년이 아닌, 수영선수 진호의 세상이 하나 더 있다.

그는 나누면서도 배우고, 배우면서도 가르치는 ‘보배’다. 발달 장애 속에서도 힘든 훈련을 이겨내고 당당히 금메달(2005 세계장애인 수영선수권대회)을 따 많은 사람에게 ‘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와 감동을 안겨줬다. 소외된 이웃과 장애인들을 돕자는 취지에서 ‘희망세상 만들기’라는 프로젝트 앨범도 냈다. 진호군은 네 번째 트랙에 수록된 ‘또하나의 열매를 바라시며’ 곡에 클라리넷과 노래로 참여했다. 현재 ‘희망세상 만들기’의 홍보대사로 활동 중이며 어머니 유현경씨도 프로젝트 앨범에 동참했다. 앨범 수익금은 경제능력이 제한적인 발달장애우들에 대한 전문적인 서비스와 도움을 줄 ‘희망세상’ 센터의 건립기금으로 활용된다.

무쇠덩어리 같은 체력의 진호군, 하지만 그가 가진 장애의 특성상 강인한 힘에 반해 ‘쇠떵거리’ 같은 형편없는 유연성으로 받은 ‘공룡’이라는 멋진 별명. 천하장사 진호는 학교 때문에 수원에서 부산으로 이사한 후 주말에만 만나는 아빠가 혹 못 올까봐 조바심을 냈지만 이젠 오히려 서울로 볼일 보러 가서는 잠깐 아빠에게 들렀다 오기도 한다. 진호에게 수영 말고 다른 일이 생긴 것이다. 진호의 대단한 도전, (주)행텐코리아의 신규브랜드 H&T의 남자모델로 발탁되어 뉴욕에서 톱 모델로 활동하는 혜박과 함께 패션화보를 찍었다. 화보는 H&T의 매체광고로 지금 사용되고 있다. 카메라 앞에서 전혀 어색해하지 않으며 자신이 입을 옷을 고르는 진호의 뒷모습, 어느새 으젓한 청년이 돼버린 소년…. 어느날 불쑥 ‘나 장애인이니까 장애인대회 나갈래’라며 엄마의 가슴을 덜컥 내려앉게 했던 진호. 그래도 엄마는 희망을 본다. 자신이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것조차 모르던 시절이 불과 얼마전이었으니까. 유리벽 속에서 도무지 움직이지 않았던 진호는 이제 성큼 거리로 나와 인사를 한다. 함박웃음을 머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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