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야기] 그의 죽음은 왜? [군의문사진상규명위 여성조사관 4인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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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교차로협의회
  • 06.05.24 10:23:50
  • 조회: 339
세상에는 알 수 없는 일들이 많이 일어난다. 그 많은 일들은 또다른 일들에 의해 묻혀진다. 그래서 사람들은 대체로 사건사고에 무감각해진다. 크고 작음에 상관없이 자신의 일이 우선 순위인 시대에도 군대 이야기는 ‘주변인의 무용담’으로 자주 오르내린다. 군대란, 갔다온 사람이든 갔다오지 않은 사람이든 할 말이 많은 곳. 그 군대 이야기에 ‘단 한마디’라도 실마리를 찾아보려 매달리는 사람들이 있다. 군의문사 유가족들과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조사관들.

‘내성적 성격’ ‘군대 부적응’ ‘가정환경 비관’ ‘애인 변심’ 등의 원인으로 대부분 자살로 종결된 군 사망사건들…. 자살 동기에 대한 기록이 천편일률적이다보니 유가족들의 의문은 더욱 꼬리에 꼬리를 문다. 유약한 고인의 탓으로 결론지어진 사망 원인으로 유가족들은 가족의 죽음이라는 슬픔 외에도 석연찮은 의문 속에서 고인의 명예회복이라는 큰 짐을 지게 된다.

‘/돌아오지 않을 아들을 기다리며 그나마 호소라도 할 창구가 생겨 감사한 마음으로/‘다녀오겠습니다’라는 아들의 약속이 지켜지도록/…가해자들을 찾아 처벌하려는 것이 아니라 명예를 회복하려는 것/…병역을 기피한 것도 아니고, 건강한 몸으로 당당히 입대했다가 억울하게 희생된 죽음이 한점 의혹없이 재조사되도록/
유가족들이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홈페이지에 올린 글 몇 편의 일부다. 위원회는 올 1월1일부터 현재까지 접수된 군내 의문사 사건 144건 가운데 우선 23건을 재조사하기로 했다. 위원회 소속으로 현재 45명의 조사관이 있으며, 그 중엔 4명의 여성 전문조사관이 있다. 그동안 군의문사에 대한 조사가 남성 조사관의 영역이었다고 할 만큼 여성 조사관의 등용은 이례적이다. 조사관의 이력은 임상심리학 수련자, 여성청소년심리 전문가, 범죄심리 전문가, 시민단체 활동가이다. 군수사 결과 유가족들이 받아들이기 모호한 ‘심리적 사안’이 많기 때문에 그동안의 조사 방식과는 다른, ‘사망에 이르게 된 정확한 배경’과 ‘고인과 유족이 당한 인권침해’ 규명을 위한 여성 조사관의 활동은 많은 기대 속에서 시작되었다.
“15~17년 동안 자식의 명예 회복을 위해 진상규명을 다니는 가족 대부분 건강 약화는 물론 가정 파괴까지 겪고 있어 안타까워요. 이미 고통이나 억울함을 넘어선, 끝없는 슬픔의 깊이로 점점 화석이 되어간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정윤하 조사관(39)은 민주화운동유가족협의회에서 일하다 공개 채용을 통해 조사관이 됐다. ‘시민단체 활동을 하면서 유족의 원초적인 아픔이나 고통을 오랫동안 봐 왔기 때문에 유가족과의 면담 과정이 비교적 순조로운 케이스다.
“사망자의 여동생과 첫 만남을 가졌어요. 총기 사건인데 ‘타살 흔적 없음, 변사’로 종결된 사건이에요. 부모님들과는 달리 체계적으로 유가족으로서 느끼는 의문점 등 자료도 만들어 왔어요. 현재 가족들은 아무도 믿지 못하고 시신을 보관한 냉동실 온도가 혹시라도 올라갈지 몰라 24시간 냉동실 앞을 지키고 있어요.”

장미정 조사관(29)은 심리학을 전공했고, 범죄심리사다. 그동안 청소년재범 방지 프로그램 개발에도 참여했다. 장조사관은 모든 의문은 조사 과정이 비공개적인 데서 시작된다고 보기 때문에 조사 시작 때부터 공개적으로 할 생각이다. 버릇처럼 건장한 청년만 보면 몇 사단 출신이냐고 묻는다. 혹 연관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서.
“제가 맡은 사건의 시신은 부검하기 곤란한 지경이에요. 가족들은 장례를 치르지 않고 시신을 냉동시설에 보관해왔어요. 아들의 의문을 밝힐 수 있는 마지막 보루로 생각하고 그 끈을 잡고 있지요. 군의문사는 가족을 수십, 수백번 고통 속으로 빠트릴 뿐 아니라 영원히 그 고통 속에서 헤어날 수 없게 하는 것 같아요.”

조명숙 조사관(35)은 임상심리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그동안 고려대병원, 한양대병원, 가톨릭대병원, 길병원 등에서 임상심리 수련을 오랜 기간 거쳤다. 조조사관은 “가족들이 원하는 것은 거창한 게 아니고, 왜 죽었는지 그 원인을 제대로 알고 싶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제가 맡은 사건은 1999년도 총기자살로 종결된 것이에요. 처음 유가족을 만났을 때 조금 놀라기도 하고 가슴 아팠죠. 첫 면담이었는데 자리에 앉자마자 녹음하자고 하시더군요. 불신의 깊이가 얼마나 컸던지, 아무도 믿지 못하는 듯했어요. 오전부터 8~9시간 면담이 이어졌는데 몇 시간이 지나서야 경계를 푸시는 거예요. 얘기 도중 아버님의 눈에서 굵은 눈물이 한방울 툭 떨어지는데….”

박지숙 조사관(26)은 중학교 때부터 범죄심리학자가 꿈이었다. 장조사관이 1기 범죄심리사이고, 박조사관이 4기다. 박조사관은 경찰청에서 청소년범죄 가해자와의 면담에서 한정된 시간내에 최대한의 정보를 끌어내야 하는 과정을 많이 거친 만큼, 감정이 복받친 유가족으로부터 사건 개요를 듣는 데 별 어려움은 없다. 조사관으로 일하면서 그의 원칙은 단 한가지, ‘나는 최대한 중심을 지키고 공정하자’이다.
/소포를 받고 ‘보내주신 곳,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글씨를 보면서 가슴이 덜컹했습니다. 떨리는 손으로 편지봉투를 뜯어보는 순간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습니다. 우리 유가족들의 마음을 그나마 헤아려주시고, 진상규명에 대한 확고한 마음을 보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지난 5월8일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에선 진정 접수를 한 유가족 140분께 죽은 아들들을 대신해 카네이션과 함께 편지를 보냈다. 유가족들은 홈페이지를 통해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유가족들의 외로운 행보에, 위원회의 작은 배려는 큰 감동을 주었다. 홈페이지도 세세하다. 3년 한시 조직이지만,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출발은 순조롭다.
2005년 군의문사 진상규명 등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공포됨에 따라, 2006년 대통령소속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가 설립되었다. 위원회는 수사권한은 없고 조사권한만 있다. 하지만 조사 결과 범죄행위에 해당된다고 인정될 때는 검찰총장, 국방부장관 또는 소속 군 참모총장에게 고발할 수 있으며,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할 수 있다. 그리고 조사 결과 명예회복과 보상이 필요하다고 인정될 경우엔 국방부장관에게 필요한 조치를 요청할 수 있다. 진정접수 기간은 2006년 12월31일까지다. 진정 자격은 군의문사를 당한 사람과 친족관계(8촌 이내의 혈족, 4촌 이내의 인척, 배우자) 또는 군의문사 사건을 목격한 사람이다. 그리고 군의문사 사건을 목격한 사람에게 직접 전해들은 사람도 진정을 할 수 있다. 진정이 접수된 사건의 조사 개시 여부는 위원회의를 통해 결정된다.
인터넷 진정접수 홈페이지 http://www.trut hfinder.go.kr, 문의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조사기획과 민원팀 (02)2021-8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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