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야기] 2002년 계기로 서울정착 외국인 켈라보 & 튜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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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교차로협의회
  • 06.05.17 08:45:36
  • 조회: 514
캐나다에서 온 요아프 켈라보(37·사진 왼쪽)는 서울 남산 아래 해방촌에 산다. 캐나다 공영방송 CBC 프로듀서인 그는 현재 한국에서 영자신문 ‘코리아 헤럴드’ 기자로도 일하고 있다. “해방촌의 야경은 정말 아름답다”고 말하는 그는 오토바이를 타고 서울 곳곳을 돌아다니기 좋아한다.

영국 명문 옥스퍼드대를 졸업하고 한국으로 온 다니엘 튜더(25·오른쪽)는 영국계 금융회사에서 주식거래인으로 일한다. 두 사람 모두 2003년 11월 한국에 ‘정착’했다. 계기는 같다. 2002년 한·일월드컵. 광화문과 시청 앞에서 목이 쉬도록 “대~한민국!”을 외쳐봤기 때문이다. 켈라보는 “감동했다(amazed)”, 튜더는 “제 정신이 아니었다(crazy time)”고 말했다. 확실한 것은, 두 사람 모두 월드컵 때문에 한국에 ‘중독’됐다는 사실이다.



#내 인생 최고의 날

“한국-독일전이 끝나고, 시청앞 광장에서 새벽 5시까지 수백명과 함께 춤추고 노래하며 놀았어요. 내 인생에서 가장 멋진 날이었죠. 그 때 결심했어요. 대학만 졸업하면 한국에 오겠다고.”

튜더는 대학 재학 중이던 2002년 6월 처음 한국에 왔다. “박지성이 뛰고 있는 맨체스터가 고향”이라는 그는 원래부터 열성적인 축구 팬이었다. 한국인 유학생을 포함해 친구 3명과 함께 월드컵 기간 내내 한국을 일주하며 경기를 관람했다. 온 나라가 한덩어리가 돼 열정을 발산하던 때. 빨려들 수밖에 없었다. 한국-스페인전 때는 부산 해운대 해변에서 대형 전광판으로 경기를 지켜봤다. 해변을 메운 사람들 때문에 뒤로 계속 밀려났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물이 허리까지 차는 바닷속. 흠뻑 젖고도 서로 끌어안고 열광하는 ‘미친’ 사람들에게 홀딱 반했다.

빨간색 티셔츠는 기본. 얼굴엔 페이스페인팅을 하고, 북까지 준비해 경기장을 돌아다녔다. 한국-독일전이 열린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선 경기가 끝나자마자 그라운드로 뛰쳐나갔다. 북을 두드리며 “대~한민국!”을 외치다 뒤를 돌아보니 100여명이 꼬리를 물고 따라오고 있었다. 웬만한 한국인보다 더 뜨겁게 응원하는 모습이 눈에 띄어 국내 한 케이블 방송의 ‘월드컵 특집’에 출연하기도 했다.

켈라보도 마찬가지였다. 월드컵 취재차 한국에 왔다가 ‘붉은 물결’에 빠져들었다. 광화문·대학로·삼성역 등을 돌아다니며 한국전 모든 경기를 지켜봤다. 빨간색 티셔츠를 입고 거리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경기가 끝나기 무섭게 거리는 ‘파티장’으로 변했다. 북을 든 사람들이 어디선가 나타나고, 맥주잔을 내밀고, 어깨를 걸고 ‘축구 노래’를 불렀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축구선수도 아닌 그에게 갑자기 사인을 해달라며 종이와 옷을 들이밀기도 했다. 그는 “모든 것이 가능한 때였다”며 “어느 팀의 경기건, 어느 나라 사람이건 상관없이 다 함께 열정적으로 어울리는 모습에 크게 감명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독일월드컵의 슬로건 ‘친구가 되자’는 이미 2002년 한국에서 달성됐다”고 덧붙였다.



#“위 라이크 ‘정신없어’”

켈라보는 한·일월드컵 이듬해 다시 한국에 왔다. 전세계 어디건 원하는 곳을 택해 취재하라는 회사의 지시에 주저없이 한국, 서울을 택했다. 신·구 문화가 한데 섞이고, 몇개월에 한번씩 큼지막한 국제적 이슈를 터트리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었다. 그는 “월드컵이 계기가 돼 결국 ‘다이내믹 코리아’에 중독된 것 같다”고 말했다. 튜더 역시 짧은 한국어를 섞어 “위 라이크(We like) ‘정신없어’”라고 강조했다.

“서울 생활은 정말 ‘정신없어’요. 직장 다니면서 밴드 활동도 하고, 영화에 단역으로 출연하기도 했어요. 서울이기 때문에 이런 재미있는 인생이 가능한 거죠. 영국 생활은 솔직히 지루하거든요. 집에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실제 한국 생활은 ‘다이내믹’ 이상이었다. 켈라보는 “세계 곳곳을 가 봤지만 이렇게 친절한 나라는 없다”고 말했다. “길거리에 서 있으면 2분도 안돼 누군가 와서 도와줍니다. 대부분 영어를 거의 못하세요. 손짓 발짓으로 물어보고 목적지까지 데려다주곤 하세요. 아니면 택시라도 태워 주시고요.”

튜더 역시 “한국에서 가장 좋은 것은 ‘정’”이라고 거들었다. 제주도 여행 때 길을 잃었지만, 모르는 가게 주인이 2시간이나 가게 문을 닫고 숙소까지 데려다준 적도 있단다. 그는 지난 2년반 동안 영국 친구들을 7번이나 한국에 초대했다. 한국어를 배우고, “싸이월드 홈페이지 방명록에 글을 남겨달라”고 말할 만큼 ‘한국인’이 다 됐다.


#한국-영국 결승전에서 맞붙는다면?

두 사람은 오는 6월 월드컵에 대한 기대가 크다. 다시 한번 시청 앞과 광화문에서 ‘그 때의 열기’를 느끼고 싶어서다. 켈라보는 “지난 월드컵만큼은 아니어도 좋으니 대규모 응원전이 다시 벌어진다면 정말 행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튜더는 지난 월드컵 이후 한국 축구팀의 모든 경기를 쭉 지켜봤다. 그는 “현재 한국팀엔 좋은 스트라이커가 없다”면서도 “16강엔 무난히 진출할 것으로 보인다”고 평했다. 그의 ‘꿈’은 올해 월드컵 결승에 한국과 영국이 나란히 진출하는 것이다.

“영국이 우승하면 정말 기쁠 거예요. 내 나라니까요. 하지만 한국이 이긴다면 5백만명 넘는 사람이 한꺼번에 ‘미친듯’이 기뻐할텐데…. 아, 어느 팀을 응원할지 고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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