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야기] 인테리어에 녹아든 파리지엔의 ‘이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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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교차로협의회
  • 06.05.12 08:53:31
  • 조회: 301
올해는 프랑스와 수교한 지 꼭 120년이 되는 해이다. 국내에서는 이를 기념하여 공연, 전시, 세미나 등 프랑스라는 이름을 달고 줄지어 행사를 열고 있다. 프랑스 문화를 만끽하기에 좋은 기회다. 프랑스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그 문화를 만들어내는 사람, 파리지엔의 라이프스타일을 들여다봐야 한다. 파리지엔의 생활 공간을 거닐다보면 거대한 퍼즐조각 맞추기처럼 진정한 프랑스의 멋을 만날 수 있다.

프랑스의 문화 코드는 멋과 예술이다. 우리 생활 속에서도 프랑스의 영향력은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바케트, 치즈, 와인, 패션, 화장품, 디자인, 문학, 노래, 그림 등 다양한 형태로 들어와 있다.

멋을 아는 사람들은 대체로 ‘프랑스풍’에 관대하다. 그만큼 ‘프랑스’ 하면 멋과 예술로 통한다. 생활 자체가 예술인, 사랑에 솔직한 누구라도 바로 디자이너가 되는 프랑스. 그 프랑스 문화를 이끄는 파리지엔의 라이프 스타일 속에는 프랑스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트렌드를 만들어내면서도 철저히 트렌드를 따르지 않는 이중성, 부조화 속의 조화를 만들어내는 위트, 자유분방하면서 엄격한 파리지엔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인테리어 스타일을 살펴보자.



#파리지엔들은 오래된 것에서 매력을 느낀다

100년도 더 된 고가구나 3~4대째 물려받은 물품을 자랑스럽게 쓴다. 프랑스 사람들이 열광하는 앤티크는 장식적인 의미가 강한 트렌드라기보다는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생활의 한 단면이라는데서 우리나라의 앤티크 열풍과는 차이가 있다. 전통에 대한 맹목적인 사랑은 쓰는 사람뿐 아니라 만드는 사람에게도 마찬가지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유명한 가구들은 대대로 이어온 전통적인 방식이나 소재, 디자인 컨셉트 그대로 고수하고 있다. 전통 속에서의 조심스러운 진보를 시도할 뿐이다.



#파리지엔은 엄격하다

만드는 사람과 즐기는 사람의 역할이 철저히 구분된다. 예술, 패션, 가구 등 모든 분야의 ‘만들어 내는 사람’에게 제품 완성도뿐 아니라 철학을 요구한다. 디자이너들은 다양한 형태로 수십번의 사회적, 문화적 검증절차를 거치며 까다로운 감성에 맞추고 있다. 가구회사는 모던 스타일, 앤티크 스타일, 로맨틱 스타일 등 철저히 자기색깔을 지니고 있다. 가구를 선택하는 사람은 자기만의 개성을 강조하기 위해 철저하게 자기 방식의 선택을 고수한다. 그리고 가구를 선택하면서부터는 공간디자이너로 바뀐다.



#파리지엔은 나만의 개성을 추구한다

파리의 노천 카페에 앉아 하루종일 지켜봐도 똑같은 스타일의 여성을 찾아볼 수 없듯이 파리의 주택들이나 상점의 창만 해도 어느 하나 똑같은 것이 없다. 커튼의 색이나 무늬·소재는 말할 것도 없고 창틀의 색깔, 심지어는 창가에 둔 작은 화분의 색깔도 제각각이다. 돈을 쓰지 않고도 가구의 배치나 다른 조합으로 새로운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파리지엔에게는 예술이 감상의 대상이 아니라 자신의 공간을 풍요롭게 하는 실생활 속 아이디어로 응용된다. 오래된 흑백사진에서 본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낭만적인 공간, 절제된 디테일이 오히려 눈에 띄는 현대적이면서 기능적인 공간, 햇빛에 반사된 듯한 작은 꽃무늬의 화사하면서도 정겨운 시골풍 등 비슷한 스타일도 제각각 이야기를 담은 생각하는 공간이다.



#파리지엔은 스스로 멋을 창조해 낼 줄 안다

프랑스 사람들은 한 계절에만 피는 꽃을 좋아한다. 온실에서 자란 꽃보다는 신선한 야생화의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즐긴다. 반면 잘 만들어진 조화를 야생화와 함께 꽂는 시도도 서슴지 않는다. 완벽하게 갖추어진 것은 2% 부족하게 흐트러뜨리는 변덕스러움도 습관적이다. 현대적인 세련된 공간에 놓인 심플하면서 모던한 소파 사이에 덩그러니 이질적인 시골풍 테이블을 두는, 유쾌한 변화를 즐긴다.

인테리어 디자이너이기도 한 주한 프랑스대사 부인 데스쿠에트는 인테리어의 묘미를 ‘부조화스러운 것들이 만들어 내는 특별한 조화’라며 믹스매치의 기본 원칙을 공개했다.

“18세기 조선시대 스타일과 루이 16세 스타일을 배치하면 오히려 멋진 공간을 만들어 내지요. 프랑스적인 것과 한국적인 것이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같은 시기에 만들어진 것 사이에는 분명 공통되는 면이 있어요. 또 각기 다른 시대, 다른 스타일이라도 같은 나라라는 공통점이 멋진 조화를 이루지요.”

프랑스의 대표적인 앤티크 가구 무아쏘니에의 지제호 실장은 파리지엔의 인테리어 스타일을 ‘아티스틱’으로 설명한다.

“다양한 문화에 대한 거부감 없는 수용과 조합은 이국적인 개인 공간을 연출해내지요. 에스닉한 영감과 모던한 그래픽의 매치로 엉뚱한 조합이 주는 의외성을 예술적으로 공간 속에 담아내는 절묘한 시도…. 각각의 개성과 현대적인 감각은 경쟁과 충돌 속에서 새로운 멋을 탄생시키는 거죠.”

프랑스인들이 가장 많이 쓰는 말 중 하나가 ‘금지되어 있습니까?’이다. 그 말속에는 ‘금지된 것만 빼고 모든 것이 네 마음대로’라는 뜻이 담겨있다. 무엇이든 시도해볼 수 있는 원천적인 자유로움이 바로 프랑스를 이끄는 힘, 파리지엔의 문화적 원형이다. 원칙을 깨거나 지키고 싶지 않을 때도 타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는, 예술과 생활의 불분명한 경계, 자유로움과 철저한 자기 검열 속에서 콧대 높은 파리지엔들은 프랑스의 이미지를 도도하게 만들어내고 있다. 허용된 것과 금지된 것의 경계선을 넘나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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