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야기] 선생님으로 모국에 돌아온 입양아 박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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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교차로협의회
  • 06.05.11 09:09:08
  • 조회: 338
자신을 버린 어머니의 나라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심정은 어떨까?
4살 때 독일로 입양돼 베를린 음대에서 석·박사를 마친 박광진씨(36)는 지금 한국외국어대 부속 외국어고등학교에서 독일어를 가르치고 있다. 밝고 낙천적인 그의 모습에서 입양아라는 그늘은 찾아볼 수 없다. 학생들 역시 선생님이 입양아라는 사실을 조금도 이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재미있고 공부 잘 가르치는 선생님’ ‘잠을 확 깨워주는 최고 선생님’으로 통할 뿐이다. 독일의 명문 음대를 나와 그곳에서 안정된 생활을 누릴 수 있었을 텐데 그는 왜 한국에 왔을까?
“독일생활 30년이 되는 날이었어요. 더이상 한국방문을 미뤘다가는 영영 한국에 가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는 더 늦기 전에 자신의 뿌리를 찾고 싶었다. 독일에서 생활인으로 자리를 잡아버리면 아무래도 한국방문이 자유롭지 못할 거라는 생각에 서둘러 가방을 쌌다. 그리고 2년 전 서울로 왔다.
“18살 때 독일에서 태권도를 배우면서 한국에 대해 처음 접했어요. 그리고 대학에서 만난 한국친구 덕분에 한국에 대해 좀더 알게 됐죠.” 그러나 직접 접한 한국은 자신이 생각했던 한국과는 많이 달랐다.
“제가 알고 있던 한국은 껍데기였어요. 진짜 한국 속에서 한국문화와 생활 속에 젖어보고 싶은 마음이 본능처럼 일어났어요.” 그는 한국에 대해 깊이 더 자세히 알고 싶어서 ‘한국어학당’에 다니면서 한국과 한국문화를 배울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갔다. 요즘도 주말이면 명승지를 찾아다니고 우리나라의 차와 명상, 음악, 한의학, 기수련 등을 두루 배우고 있다.
한국말이 웬만큼 되기 시작한 지난해 겨울에는 용기를 내 생모를 찾아나서기도 했다. 자신의 입양기록에 적힌 그 이상을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독일로 떠나기 직전 지냈던 대전의 한 ‘보육원’을 둘러보며 눈물을 쏟았다.
“한국은 알면 알수록 좋아지고, 한국생활은 잃어버린 것들을 하나하나 찾아내는 것처럼 황홀해요.” 30년을 독일에서 보냈지만 독일생활이 까마득해질 정도로 그는 한국인이 되어가고 있다. 더군다나 한국에서 동생 같은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은 벅찬 감격으로 다가온다.
“학생들이 착하고 말도 잘 듣고 공부도 열심히 해요.” 1학년의 경우 독일어를 배운 지 2달 정도밖에 되지 않는데도 독일식 조크(농담)까지 알아들을 정도라며 혀를 내둘렀다. 학생들이 열심히 하기 때문에 자신도 수업준비를 게을리 할 수 없다며 “한국 학생들 너무 대단해요!”를 연발했다.
어린 시절 그는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 자신을 키워준 독일의 어머니가 청각장애자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었고, 자신의 음악적 재능이나 끼를 찾아준 분도 바로 학창 시절 담임선생님이었기 때문이다. 인생의 길에서 안내자가 되어주었던 자신의 선생님처럼 그도 누군가의 안내자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어고등학교에서 첫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재미있고 박력 넘치는 선생님이다. 오죽했으면 학생들이 ‘잠을 확 깨워주는 선생님’ ‘스트레스를 날려주는 선생님’이라 부를까?
“3·6·9 게임을 하면서 독일어 숫자를 배우고 자리에서 일어나 온 교실을 돌아다니며 회화수업을 해요.” 독일어과 1학년 김보형양은 개방적이고 활발한 선생님의 수업방식이 마음에 든다며 좋아했다. 2학년 송지원양은 “언어는 문화와 함께 배워야 한다면서 말뿐 아니라 독일의 문화를 알려주려고 노력하는 선생님의 모습이 존경스럽다”고 소개했다. 박광진 선생님의 이러한 열의는 독일어과 학생 전원이 여름방학을 이용해 독일 현지 기업에서 인턴십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성사시켰다.
“독일에 사는 누나가 지난 4월 한국을 다녀갔어요. 수업에 함께 참여하기도 했는데 학생들도 누나도 몹시 즐거워했어요.” 그는 한국과 독일이 더 가까워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때가 되면 자신의 양부모님처럼 어려운 아이들을 돕는 일도 하고 싶다고 했다. “어머니(생모)에 대한 원망은 전혀 없습니다. 다만 꼭 한번만이라도 보고 싶고, 어떻게 사시는지, 식사라도 한끼 같이 하고 싶다”며 말끝을 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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