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야기] 서울에서 평양까지 울트라마라토너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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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교차로협의회
  • 06.05.08 09:11:31
  • 조회: 272
1 년동안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울트라마라톤’ 대회는 몇개나 될까. 자그마치 20여개나 된다. 한달에 1번 이상 대회를 치르고 있다. 대회마다 500명에서 1,000명의 ‘마라톤맨’들이 참여한다. 울트라마라톤 마니아가 급증하고 있다는 얘기다. 2000년 한국에 울트라마라톤이 처음 도입된 이래 6년 만의 성과다.

울트라마라톤, 사전적 정의로는 42.195㎞ 이상을 뛰는 모든 마라톤을 지칭하지만 일반적으로는 ‘풀코스+하프코스’ 거리인 60㎞ 이상부터 해당된다. 요즘은 최소 100㎞가 대세다. 한국울트라마라톤 연맹 회원은 현재 400여명. 회원수가 생각보다 적은 이유는 가입자격이 엄격하기 때문이다. 최소 100㎞ 이상을 완주한 경험이 있고 매년 1차례 이상 100㎞를 뛰어야만 회원자격이 유지된다. 대회에 참가하는 사람들 숫자를 감안할 때 국내 울트라마라톤 마니아는 3,000여명으로 추산된다.

울트라마라톤은 한계와 가능성이 명확한 운동이다. 한계는 인라인스케이트 등 다른 스포츠처럼 대중스포츠가 될 수 없다는 점이다. 하지만 모든 풀코스 완주자는 잠재적 울트라마라토너다. 울트라마라톤을 하는 이유가 대부분 마라톤 풀코스 완주가 ‘시시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좀더 강한 자극, 좀더 강한 도전상대를 찾는 사람들이 선택한 스포츠의 하나이기 때문에 ‘익스트림’ 스포츠로 분류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한국 마라톤이 3백만명 시대를 맞이했고 완주자도 수만명이 넘는 상황에서 앞으로 발전가능성은 충분한 상황이다.

한국 울트라마라톤은 2000년 추석때 울트라마라톤연맹 현 회장인 이용식씨를 비롯, 10여명이 강화도에서 강릉 경포대까지 한반도 횡단에 나선 것에서부터 시작됐다. 다들 무모하다고 말리고 비웃었지만 이들은 3일동안 꼬박 뛰고 걸어서 완주했다. 이들의 도전에 자극을 받은 마라토너들이 하나둘씩 참여하면서 대회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현재는 308㎞의 한반도 횡단은 물론 해남 땅끝마을에서 강원도 고성(622㎞)까지, 부산 태종대에서 임진각(537㎞)까지 뛰는 종단 코스까지 생겼다. 이들 3개 대회를 모두 완주한 사람을 ‘그랜드슬래머’라고 부르는데 벌써 그랜드슬래머가 10여명에 이르고 있다. 올해에도 낙동강 200㎞대회와 대구~광주간 영호남화합 대회가 신설됐다.

울트라마라톤의 특징은 대부분 40대 이상의 중년 남성들이 도전한다는 것이다. 사단법인 한국울트라마라톤연맹 이사 박복진씨(55)는 “중년남성들의 목표의식이 뚜렷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왜 뛰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스스로가 알고 있다는 얘기다. 30대만 해도 직장일로 너무 바쁜데다 굳이 이렇게 뛰어야 하는 이유를 모르지만 인생의 공허함을 느끼기 시작한 40대는 성취감을 맛보기 위해서 스스로 동기부여를 하는 경우가 많다. 박씨는 “울트라마라톤은 막연히 오래 달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사랑하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운동”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공무원인 강영석씨(42)는 전형적인 입문 코스를 밟았다. 홀로 횡단보도도 건너지 못할 정도로 허리디스크가 심했던 강씨는 수술을 하기 위해 찾은 병원에서 등산과 마라톤을 권유받고 98년부터 시작했다. 풀코스 수십차례 완주. 이후 100㎞대회 ‘연습’ 끝에 2002년 308㎞의 한반도 횡단에 도전했지만 170㎞ 지점에서 실패했다. 절치부심하며 연습에 매달렸다. 2004년 4월 제주도 200㎞ 대회, 5월 포항 호미곶 100㎞대회 6월 광주 100㎞대회를 완주하고 결국 9월 횡단 재도전에 성공했다. 현재 100㎞대회만 10회 완주. 하지만 강씨는 몇회 완주는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울트라마라톤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겸손합니다. 몇회 완주했고 이런 거 따지지 않게 돼요. 스스로에 대한 도전이고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기 때문이죠. 며칠 밤낮을 걸으면서 ‘내가 왜 이걸 하고 있나’라고 스스로에게 묻고 답하기를 계속하면서 성찰할 뿐이에요.”

박씨는 한번도 중도포기를 한 적이 없는 ‘악바리’다. 무역업을 하던 그는 마라톤이 좋아서 현재 마라톤화만 전문적으로 생산하고 수출하고 있다. 훈련을 위해 상일동에서 송파구 석촌호수까지 매일 뛰어서 출근하고 한달에 한두번은 40~60㎞를 뛰기도 한다. 한달 평균 300㎞ 정도는 뛰고 있다. 박씨는 “내가 특이한 게 아니라 울트라마라토너 대부분이 이런 식으로 생활한다”며 “연맹 모임이 있으면 일단 다같이 몇십킬로미터 뛰고 시작하는 것이 일상”이라며 웃었다.

울트라마라톤은 무모해보이지만 사실은 안전한 운동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한마디로 ‘준비된 마라토너’만이 할 수 있는 운동이기 때문이다. 마라톤을 하다가 심장마비로 죽는 사람도 많고 얼마전 개그맨 김형곤씨의 돌연사로 운동중독증이 논란이 되기도 했지만 이들은 울트라마라톤을 하는 사람중에선 다치거나 죽은 사람이 한명도 없다고 얘기한다. 조민연씨(45)는 “울트라마라톤은 며칠씩 가지만 중간에 쉴 수 있기 때문에 스스로를 조절할 수 있다”며 “일반마라톤의 경우 다른 사람들 분위기에 휩쓸리거나 기록 단축을 위해 ‘오버페이스’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울트라마라톤은 진짜로 자기와의 싸움”이라고 말했다. 식당을 운영하는 조씨는 100㎞를 뛰고 와서 영업을 할 정도로 체력 조절에 익숙해 있단다.

울트라마라톤연맹은 올해 큰 대회 두개를 준비중이다. 하나는 10월8일 미사리 조정경기장에서 열리는 ‘IAU월드컵 세계 100㎞대회’다. 전세계 40여개국 대표선수 300여명이 와서 실력을 겨룬다. 이 경기는 ‘스피드울트라마라톤’으로 10㎞트랙을 10번 돌아 100㎞를 누가 빨리 완주하느냐로 순위를 매긴다. 최상급 실력자는 6시간대에 주파한다고 한다. 강씨는 “도입 6년밖에 안된 한국이 이 대회를 개최하게 된 것은 세계에서 한국의 울트라마라톤을 인정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또 하나는 서울~평양간 220㎞ 대회의 성사다. 2003년부터 연맹의 숙원사업으로 추진중이지만 남북정세의 미묘함 때문에 성사 직전에 매번 무산됐다. 박씨는 “정주영 회장이 소떼를 몰고 북한을 갔듯 500여명의 마라토너가 평양까지 뛰어갈 수 있다면 이것 또한 남북 화해의 상징적 사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맹은 제주도 200㎞ 대회 완주자에게만 참가자격을 줄 예정이다.

소득이 1만달러를 넘으면 마라톤 붐이 일고 1만5천달러가 넘으면 울트라마라톤 마니아가 생긴다고 한다. 수만명의 마라토너들이 ‘서울에서 평양까지’ 달리는 것도 꿈만은 아닐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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