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넷/통신] 사이버세상의 ‘수사반장’[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 이영필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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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교차로협의회
  • 06.05.01 10:21:07
  • 조회: 554
최근 게임업체 사이에 화제가 되는 인물이 있다. 전 국민을 놀라게 한 명의도용사건 수사를 진두지휘한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 이영필 팀장(35)이다. ‘설마, 경찰이?’ 했던 게임업계 관계자들조차 해박한 지식에 혀를 내둘렀다는 후문이다. 호랑이보다 더 무서운 시어머니가 등장한 것이다. 사이버 캐릭터들과 PC속에서 추격전을 벌이는, 21세기 범죄의 최전선에 있는 그를 만나봤다.

드라마 혹은 영화 속의 ‘수사반장’들. 그들의 얼굴에는 으레 살벌한 분위기가 먼저 자리잡고 있다. 그런 맥락에서 본다면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 이영필 팀장은 좀 유별난(?) 수사관이다. 10여년에 달하는 수사경력, 그 험한(?) 이력들에도 불구하고 이팀장의 분위기는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예상치를 훨씬 벗어나기 때문이다. 외유내강형 캐릭터로 수많은 피의자들의 ‘마음의 문’을 열고 있는 사람이 바로 이팀장이다.

“죄를 짓고 온 피의자 역시 제 도움을 필요로 하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진실을 이야기하지 않아서 결국 궁지에 몰리는 건 피의자 자신일 뿐이라는 걸 진솔하게 이해시키는 거죠. 대학시절 경제학을 전공했는데, 피의자가 어떤 맥락에서는 또 다른 마케팅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지난 1997년부터 경찰 조직에 몸을 담아 온 이팀장은, 3년간 무려 109건의 간통사건을 비롯해 1,000여건의 사기사건·사이버선거사범과 공직비리 등을 수사해온 베테랑이다. 이후 2000년 경찰청 지능범죄수사과로 옮겨와, 작년부터 사이버테러대응센터에 몸을 담았다. 그의 ‘피의자 마케팅론’은 경찰청 내에서도 그만의 장기로 통한다. 도무지 해결의 단초가 보이지 않는 사건들도 열이면 열 이팀장의 ‘마케팅’에는 술술 풀려나가기 때문이다. “마케팅을 하려면 세세한 부분까지 정확한 기록과 조사가 필수적이고, 이는 수사도 마찬가지”라고 이팀장은 설명했다.

이런 그의 장기는 지난해 부임해 온 사이버테러대응센터에서 더욱 그 빛을 발하고 있다. 취임 직후 가장 큰 성과는 바로 내국인 5만3천명의 주민번호를 도용하고 1천억원 상당의 온라인 게임 아이템을 유통시킨 일당 50여명을 적발한 것이다. 올 2월 이 사건은 ‘리니지 명의도용’이라는 사회적 이슈로 확대되며 큰 파장을 낳기도 했다. 아직 ‘게임’과 ‘아이템’이란 것에 대한 법·경제적 인식조차 명확하게 서지 않은 시점에서, 이들을 통한 심각한 국부유출이 진행되고 있다는 게 더욱 충격적이었던 것.
“국내 온라인 산업은 폭발적으로 발전했지만 그에 따른 개인과 업체의 도덕적 성장은 그만큼 따라오지 못한 게 현실입니다. 그래서 ‘리니지 사건’은 수사의 결과나 성과라기보다, 사이버 전반의 더 큰 문제 해결을 위한 시작에 불과합니다. 인터넷 산업에도 이젠 보다 높은 차원의 도덕적, 제도적 책임이 필요하다는 부분을 공감하기 시작했다는 점이 굳이 성과라면 성과겠죠.”

사이버테러대응센터에는 월 단위로 약 6만여건의 사이버관련 민원이 접수된다. 최근 대다수의 범죄가 온·오프라인의 경계가 없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란다는 말을 실감하고 있다는 이팀장. 특히 국경을 넘나드는 수사과정에서 무엇보다 큰 난관은 바로 국가간의 공조와 인력부족이다.

“사이버 상의 범죄는 오프라인보다 훨씬 교묘해지고 있습니다. 범인들이 온라인 상에 남긴 흔적을 찾아내며 숨바꼭질을 하다 보면, 어떤 순간에는 투명인간을 쫓고 있는 것 같은 허망한 기분이 들 때도 많습니다.”
이 난관을 뚫고 나가는 데에는 공부밖에 없다는 게 이팀장의 설명이다. 매일 아침 8시 출근 10시 퇴근. 인터넷 망망대해의 길고도 긴장감 넘치는 하루, 오늘도 이팀장과 ‘투명인간’의 아슬아슬한 숨바꼭질 놀이가 어김없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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