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야기] 장애인들과 함께 큰 산 정복 ‘희망원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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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교차로협의회
  • 06.04.28 09:20:57
  • 조회: 276
‘차라리 어린이날이 없으면 아버지가 나랑 좀더 놀아주지 않을까’란 한 소년의 푸념엔 상당한 무게의 진실이 담겨 있다. 그날만큼은 세상의 주인공인 마냥 띄워주지만 하루만 지나도 언제 그랬냐는 듯 무심한 것이 세상인심이기 때문이다.

지난 20일 장애인들이 느낀 감정 역시 비슷했을 거다. 대통령을 비롯한 각종 정치인과 출마 예상자들은 장애인시설을 방문해 사진을 찍고 언론은 이를 보도하기에 바빴다. 모두들 장애인의 현실과 인권에 대해 진지한 성찰을 하는듯 하지만 크게 변한 것은 없다.

장애인에게 진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보행권, 사람들의 관심, 그리고 사회보장제도 등등.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이 빠져있다. 희망이다. 장애인도 할 수 있다는. 내안에서 버려진 나의 프라이드, 은연중의 패배주의, 무기력함과 절망이 나를 갉아먹을 때 희망은 나를 구원할 수 있는 쓰디쓴 열매다. 그건 육체적 장애인이건 마음속의 장애인이건 마찬가지다.



#히말라야·킬리만자로 등정기 책으로

지난해 장애인·비장애인의 히말라야·킬리만자로 등정으로 화제가 된 ‘희망원정대’는 본질을 꿰뚫었는지 모르겠다. 64명의 1·2기 희망원정대는 육체적 고행을 통해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는 구루처럼 엄숙하면서 즐겁게 정상에 올랐다. 그들은 높은 산에서 각자의 정상을 만났고 물리적 높이의 산을 뛰어넘어 희망이라는 최고봉에 도달했다.

희망원정대 몇이 모여 최근 ‘우리 사랑하다’란 책을 냈다. 한주에도 수백권의 책이 쏟아지는 시대에 책을 낸 것은 대단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원정이 끝났어도 함께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가슴 속에 피어오른 희망을 모두 함께 나눠야겠다는 마음가짐이 아름답다. 그들의 애초 신념처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힘을 모아 만들어낸 책이기에 값지다.



#원정은 끝나도 여운은 영원히

신선해씨(26)는 한마디 입을 떼는 것도 힘든 뇌성마비장애인이다. 가수 서영은씨와 짝이 되어 히말라야를 다녀온 그는 자신의 새로운 능력에 눈을 떴다. 원정중 서씨의 노래 ‘혼자가 아닌 나’에 새로운 가사를 붙였고 그의 노래는 ‘희망원정대가’로 채택됐다. 얼마전 서씨의 노래 ‘꼬마마녀’에 가사를 쓰며 작사가로 ‘화려하게’ 데뷔했다.

신씨는 “장애인들도 장애종류에 따라 끼리끼리 어울리곤 하지만 희망원정대에선 모두가 하나였다”면서 “하나가 됐던 감정은 차별 가득한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는 용기가 됐다”고 고백했다.

윤석화씨(26)는 청각장애인으로 서울삼성학교 교사로 재직중이다. 자신의 한계를 시험해보고 싶어서 원정에 도전한 그는 “내면의 울림을 극복해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청력 상실로 남들과 다른 자신을 질책하며 부끄러워했던 자신을 부끄러워할 수 있는 용기와 자신감을 얻었다. 이 책은 윤씨의 기획으로 시작됐고 다른 사람들이 그의 뜻에 동조하면서 구체화 됐다. 작가의 꿈을 키워가는 윤씨는 “암울했던 생각을 떨쳤고 살아야하는 의미를 찾았다”며 즐거워했다.

KBS 라디오 PD 조휴정씨(43)는 희망원정대를 처음부터 끝까지 진두지휘한 ‘철의 여인’이다. 그 에너지의 원동력은 ‘사랑’이었다. ‘우리 사랑하다’란 어찌보면 ‘평범한’ 제목을 밀어붙인 것도 그다. 조씨는 “희망은 절망끝의 사랑 속에서 피어난다. 원정중에서 사랑하는 법을 배우게 됐다”며 웃는다.



방송작가 여은영씨(36)는 ‘비움의 철학’을 깨달았다. 혼자 먹을 간식까지 주섬주섬 챙겨들고 올라갔던 산행에서 아무 것도 필요없음을 깨달았다고 한다. 여씨는 “나눔과 비움이란 것을 진지하게 고민하지 못했던 나를 보며 부끄러웠다”고 고백했다. 산을 내려오면서도 현지 아이들에게 다 나눠주지 못한 자신의 이기심이 부끄러웠단다.

원정은 끝났고 원정대원은 모두 자기자리로 돌아갔다. 조씨는 KBS 1라디오로 발령이 났고 여씨는 ‘킬리’라고 이름 붙일 새생명을 갖게 됐으며 윤씨는 평생을 같이할 남자친구를 원정속에서 만났고, 신씨는 불편한 몸을 이끌고 노인들을 위한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이들과 함께 했던 원정대장 엄홍길씨는 로체사르봉에 3번째 도전하고 있고, 오세훈 변호사는 서울시장 후보에 출마했다. 그외 모든 대원들은 나름의 희망을 찾아 뛰고 있다.

이들은 운이 좋았는지도 모른다. 모든 장애인이 히말라야와 킬리만자로를 오를 수는 없는 상황에서 이들은 선택된 소수였다. 적지 않은 돈이 들어간 이 행사가 장애인들에게 얼마나 희망을 줬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원정대원 64명만큼은 희망을 찾았다고 스스로 느끼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을 보며 또 다른 장애인들도 원정대를 꿈꾸며 희망을 그리고 있다.

“산은 각자의 마음속에 있으니 각자의 마음으로 정상을 오르면 된다”는 말은 장애인에게나 비장애인에게나, 희망을 찾은 이에게나 찾는 과정에 있는 사람에게나 모두 해당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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