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 공무원도 재택근무[서재로 출근하는 특허청 공무원 김은래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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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교차로협의회
  • 06.04.18 09:11:39
  • 조회: 1306
공무원 김은래씨(44)가 출근하는 데 걸린 시간은 정확히 ‘10초’였다. 출근을 위해 안방 문을 열고 나오는 시간에서부터 사무실 책상에 앉는 시간까지를 ‘출근시간’이라고 하고, 시간을 재봤다. 초침이 없는 시계는 측정이 불가능했다. 똑딱똑딱, 정확히 10초 후에 김씨는 자신의 사무실에 도착했다. 그의 사무실은 자신의 집 서재다. 안방에서 나와 거실을 잠시 지나 책상과 컴퓨터가 있는 서재로 들어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사실상 이보다 훨씬 짧다. 왜냐하면 서재로 들어가기 전 식탁에서 물을 한 잔 마신 시간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안방에서 서재로 출근하지만, 그래도 출근은 출근

김씨는 특허청 공조기계심사팀의 심사관(5급)이다. 김씨는 지난해 12월부터 ‘집’에서 업무를 본다. 이른바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 것이다. 특허청이 같은해 3월 이 제도를 도입한 뒤 김씨도 재택근무를 선택했다. 김씨가 하는 일은 특허청에 제기된 특허출원 서류를 심사해 특허 여부를 결정하는 것. 고도의 지식과 전문성이 요구되는 이 일은 심사관 개개인의 판단이 무엇보다 중요시된다. 그래서 특허청의 업무 중 재택근무에 가장 잘 맞는 것으로 꼽힌다. 김씨는 “출퇴근에 걸리는 시간을 일에 쏟아붓고 싶어 재택근무를 신청했다”고 했다.

사무실로 출근할 때, 김씨는 대전 중구 목동 집에서 특허청이 있는 정부대전청사까지 오가는 데 1~2시간은 소비했다. 지금은 단 몇초 만에 출근할 수 있지만 김씨가 ‘출근’을 위해 안방을 나서는 시각은 재택근무 이전과 변함이 없다. 사무실로 출근할 당시 김씨는 밀려드는 특허심사 관련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오전 8시 훨씬 전에 집을 나섰다. 재택근무를 시작한 뒤에도 김씨가 안방을 나서는 시각은 같다. 특허청이 자신에게 재택근무를 하도록 한 것은 그만큼 일을 충실하게 하라는 것이지 노는 시간을 많이 가지라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는 비록 안방에서 서재로 출근하지만 ‘복장’은 늘 제대로 갖춰 입는다. 복장이 허술하면 자칫 마음까지 흐트러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부인은 비서(?)

김씨는 사무실(서재)에 들어가자마자 컴퓨터의 전원을 넣는다. 그리고 바로 특허청의 고유인증서가 담긴 디스켓을 작동시켜 출근신고를 한다. 지문인식시스템을 통해 출근인증을 받으면 업무가 시작된다.

재택근무를 하는 김씨의 집은 높은 수준의 정보기술(IT)로 무장돼 있다. 심사용 ‘특허넷’과 정부공동원격근무지원센터 연결 시스템, 디지털저작권관리망 등이 깔려 있어 사무실과 똑같은 기능을 한다.

김씨는 대부분의 일을 컴퓨터로 처리한다. 하루종일 수십장, 수백장의 서류를 들여다봐야 하는 그에게 부인 유연실씨(43)는 일종의 ‘개인비서’다. 재택근무를 신청할 때는 몸이 약한 부인의 잔일을 도와가면서 일을 할 생각이었지만 막상 집에서 일을 하다보니 부인의 도움을 받는 경우가 더 많았다. 부인은 물도 가져다주고 과일 등 간식도 챙겨준다.

김씨는 “재택근무의 최대 장점은 일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사무실에서 일을 할 때는 수시로 울려대는 전화벨 소리 때문에 심사업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았으나 지금은 업무에 몰두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하루종일 집에 있다보니 오해를 받는 경우도 많다. 부인은 이웃들로부터 “요즘 남편 출퇴근 모습을 볼 수가 없는데 혹시 무슨 일이 있는 게 아니냐”는 질문을 받기도 한다. 어떤 사람은 직장에서 쫓겨난 것으로 오해하기도 한다.



#월요일 하루는 ‘진짜 출근’, 회식 날에는 ‘저녁 출근’

김씨는 매주 월요일 하루만 특허청 사무실에 나간다. 이 날은 ‘그리운’ 동료 직원을 만나볼 수 있는 날이다. 특허청 재택근무 심사관들은 한 주에 한 차례 사무실로 나가야 한다. 미공개 출원서를 확인하는 등 집에서는 해결할 수 없는 일이 있기 때문이다. 재택근무자들은 이날 점심시간에 동료들과 만나 대화를 나누며 정보를 주고받는다. 회식이 있는 날에는 오후 6시30분쯤 집을 나선다. 집을 나서다보면 ‘밤에 출근하는 남자’ 같다는 묘한 생각도 든다.



#‘공무원 재택근무’, 아예 특허를 내버릴까

특허청이 ‘공직분야의 업무혁신’을 위해 재택근무제도를 도입한 뒤 이 제도의 긍정적인 효과가 많이 나타나고 있다. 재택근무자들의 업무성과가 사무실 근무시보다 훨씬 높아진 것이다. 특허청이 최근 실적평가를 실시한 결과 재택심사관들의 업무실적이 목표치를 14~20%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허청은 이에 따라 현재 100명선인 재택근무자의 수를 연말까지 200명선으로 늘리기로 했다.

특허청 내부에서는 “우리나라 공공기관 가운데 처음으로 대규모로 도입된 재택근무가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노하우를 특허출원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농담도 나오고 있다.

김씨는 “재택근무 공무원 중에는 서울 등 다른 지역에서 일을 하는 경우도 많다”고 소개한 뒤 “이제는 ‘근무지’가 아니라 ‘근무의 질이 중요한 시대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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