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야기] 뿌듯한 13년 발품[‘좋은교사운동’ 평택 한광中 김재균교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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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교차로협의회
  • 06.04.17 08:54:49
  • 조회: 314
하루종일 봄비가 오락가락하던 지난 4일. 경기 평택 한광중학교 1학년5반 담임교사인 김재균 선생님(38)은 밤 10시가 다 돼서야 집에 돌아왔습니다. 교단에 선 지 2년째 되던 해부터 시작해 13년째 계속하고 있는 가정방문. 김선생님은 아이들의 환경을 직접 보고 부모님도 만나 교육에 대한 고민도 함께 나누는 ‘연례행사’를 1년 중 가장 소중한 행사라고 했습니다. 김선생님의 ‘가정방문’은 기독교사 단체인 ‘좋은 교사’의 ‘운동’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 운동을 실천하는 선생님들은 학생들의 가정형편을 보려는 것이 아니라 교육환경을 제대로 알아야 제자를 이해하며 가르칠 수 있다고 합니다. 교육의 첫걸음은 제자를 이해하고 관심갖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것이지요.



#다 같이 돌자 친구네 집 한바퀴

“선생님, 정말 우리도 가는 거예요?” “그러~엄. 그런데 비가 와서 안됐다, 농구 한판 하고 아이스크림도 먹고 가면 좋은데…”

가정방문 나흘째. 선생님과 함께 교문을 나선 아이들은 친구네 집에 가서 놀 수 있다는 생각에 소풍가듯 한껏 들떠 있었다.

띵동띵동~. 첫번째 집은 호섭이네.

“야 호섭아. 이게 인기있다는 일본만화 ‘원피스’구나. 요즘 이거 보니?” 어느 집에 가든 선생님의 눈길이 처음 머무는 곳은 아이의 방.

선생님이 어머니와 상담하는 동안 아이들도 친구방에서 바쁘다. 만화도 하고 게임도 하고 친구가 키우는 거북이도 구경하고.

선생님은 호섭이가 아버지와 어떻게 지내는지, 누나들과 사이는 어떤지, 학원은 어디에 다니는지, 뭘 잘하고 나중에 뭐가 되고 싶어하는지, 고민거리는 없는지를 물어보고 벽에 걸린 호섭이 사진도 찬찬히 보았다. 어머니는 말이 굉장히 늦어 걱정했다는 얘기며, 새로운 환경을 무서워한다는 것, 호섭이가 기타를 잘 치고 어렸을 땐 경찰이 되고 싶어하다가 요즘은 파티셰에 관심일 많다는 얘기, 아버지 사업 얘기와 할아버지, 할머니가 편찮으시다는 것까지 털어놓았다.

“호섭이가 가진 재능을 맘껏 펼쳐 가족에겐 자랑이 되고 사회에 든든한 일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또 늘 즐겁게 생활하고 진실한 친구들을 만날 수 있도록 해 주시옵소서…” 선생님은 간절한 기도까지 끝내고 나서야 다음 집으로 발길을 옮겼다.



#아이들 곁으로 다가서기 위해

“한 가정당 머무는 시간이 20분을 넘지 않을 겁니다. 제가 저녁을 먹고 출발하니 정 섭섭하시면 시원한 냉수 한 컵을 준비해주세요. 그럼 평안하시고 가정방문때 뵙겠습니다.”

매년 학기초 김선생님은 학부모들에게 가정방문을 하겠으니 편한 시간을 알려달라는 ‘편지’를 띄운다. 가정방문을 가기 전 아이들과 부모님으로부터 간단한 소개글을 받아 이를 바탕으로 가정방문을 하고 다음날 소감문까지 받고 나면 끝이다. 보통 세 집에서 일곱 집씩 같은 동네끼리 묶어 방문을 하는데, 기간 중 여의치 못한 집들까지 방문하고 나면 밤 9시, 10시에 퇴근하게 된다. 이런 생활이 2주 정도 계속된다.

‘사서 하는’ 고생이지만 마음은 뿌듯하다. 집단상담도 하고 집에 데려가 이야기도 해봤지만 아이들을 이해하는 데 역시 가장 좋은 방법은 가정방문이었다. 부모님이 모두 장애인이라는 것, 겉으론 한없이 수줍고 점잖은 아이가 실은 돈벌러 다른 지방으로 가신 부모님과 헤어져 할머니와 살며 마음의 고통이 컸다는 것, 당뇨에 시달리는 형이 있어 의기소침해 있다는 사실, 겉으론 별 고민이 없을 것 같은 아이가 부모님의 부도로 생계가 어려울 지경이라는 것…. 가정방문을 안 했으면 1년 동안 모르고 지나갔을 이런 저런 사연들이 이젠 선생님 자신의 문제가 되어 가슴에 와 박힌다. “○○의 외로움을 달래주시고, 할머니와 갈등없이 생활하도록 도와주세요.” “경제적인 어려움을 해결해주세요.” 가정방문이 한집한집 끝나면서 선생님의 기도제목도 같이 늘어난다.



#교사도 아이를 함께 키우는 부모입니다

준민이는 엄마 아빠가 같이 중국음식점을 운영한다. 준민이네 부모님이 저녁 늦게 가게로 와주었으면 좋겠다고 해서 선생님은 역시 아이들을 데리고 가게로 갔다. 밤 9시를 넘어 가게를 나섰을 때 탕수육을 하나씩 입에 문 아이들은 “친구들과 만화책 보고 컴퓨터 하고, 체스도 하면서 논 게 얼마 만이냐고, 학원도 빠지고 노니까 정말 재미있었다”며 얼굴 가득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자장면 한그릇이라도 접대받지 않는다는 것과 함께, 가급적이면 아이들과 함께 방문하자는 것이 김교사의 또 하나의 원칙. 친구 집에 가보기는커녕 1년이 지나도 같은 반 친구 이름도 모르는 것이 요즘 아이들이다. 이런 삭막한 환경 속에서 집집마다 돌아보는 동안 눈에 띄게 친해지는 아이들을 보는 것이 그렇게 흐뭇할 수 없단다.

“저도 열심히 지도해보겠습니다. 가정방문 이유 중 하나가 서로 편하게 안면 트는 거예요. 어려워하지 마시고 사소한 일이라도 연락 주세요. 문자도 보내시고.”

“선생님만 믿습니다. 형처럼, 아버지처럼 대해주세요.”

매번 집을 나서면서 오가는 말들이 정겹다. 주어진 역할을 넘어 서로를 알게 된 학부모와 선생님. 서로의 환경을 이해하고 친해진 아이들. 선생님의 가정방문 속에서 교육의 중요한 바탕은 이미 다 이뤄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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