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야기] 오늘밤 알죠?[인터넷 커뮤니티 ‘시솝중의 시솝’ 황홍식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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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교차로협의회
  • 06.03.31 08:57:23
  • 조회: 343
한국은 ‘인터넷 커뮤니티의 천국’이다. 1백만개 이상의 커뮤니티가 운영되고 있다고 추정될 정도다. 그리고 그 커뮤니티 숫자만큼의 시솝(인터넷 동호회 운영자)들이 있다. ‘시솝을 보면 요즘 유행을 알 수 있다’는 말은 빈말이 아니다. 시솝은 인터넷 문화를 이끄는 첨병이거니와 한국 특유의 커뮤니티 문화를 선도하는 ‘트렌드 메이커’다. 이들의 꼭지점에는 ‘시솝중의 시솝’ 황홍식씨(34)가 위치한다. 황씨는 시솝들의 모임인 ‘시솝클럽(www.sysopclub.com)’의 시솝이다. 낮에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다가 퇴근 후엔 회원 1백만명의 ‘국내 최대 비영리 사조직’을 이끄는 총수가 되는 셈이다.

“시솝클럽은 동호회 운영에 도움을 주기 위해 만들어진 모임이에요. 운영 노하우 등 정보를 공유하고 애로사항을 청취해 포털에 개선요청을 하는 게 주요 임무죠. 또 크고 작은 오프라인 행사를 진행하기도 하죠. 얼마전 경향하우징페어에 마술동호회 회원 등이 참가해 체험프로그램을 선보였는데 관람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어요. 단순한 관람에 흥미를 더한 거죠.”

황씨는 인터넷 커뮤니티 때문에 인생이 바뀐 케이스다. 대학에서 환경공학을 전공하고 한국수자원공사에 입사한 그는 1999년 친구와 함께 공짜동호회 ‘프리존’을 결성해 시솝을 맡게 됐다. 당시 몇몇 언론이 이들의 경품타기 노하우를 보도하면서 ‘프리존’은 유명 동호회가 됐고 황씨 또한 회사일보다 동호회일로 더 바빠지게 됐다. “한창 때엔 매일 하나씩 경품에 당첨될 정도로 대단했어요. 나한테 디지털카메라만 5대가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당시 받은 경품들 대부분은 불우이웃에게 기부했죠. 요즘 프리존 활동은 예전만 못해요. 당첨 비법이 공개된데다 당시 인터넷을 몰랐던 아줌마들이 대거 경품에 매달리면서 ‘수익률’이 뚝 떨어졌거든요. 하지만 그때 다니던 봉사활동은 6년 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동호인들과 경품 타는 재미에 맛을 들인 황씨는 결국 공기업 연구소 생활을 청산했다. 더욱 넓은 세계에 대한 갈망과 적성에 대한 고민은 결국 황씨가 웹기획자가 되는데 일조했다.

‘시솝클럽’이 결성된 것은 2001년. 한 포털사이트에서 유명 동호회 시솝을 모아 좋은 동호회를 만들기 위한 방안을 논의한 것이 계기가 됐다. 황씨는 이 모임에서 영감을 얻어 시솝들의 모임을 제안했다. 시솝클럽의 시솝으로 활동하면서 황씨의 이름은 더욱 유명해졌다. 일부 포털은 황씨에게 많은 보수를 제시하며 스카우트를 제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황씨는 단호히 거절했다. 시솝활동을 하기 위해선 포털과 거리를 두고 중립적이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현재 황씨는 자동차부품산업진흥재단이라는 비영리재단에 취직해 웹기획자로 근무하고 있다.

황씨를 가장 유명하게 만든 것은 2002년 말 이른바 ‘프리챌 유료화 파동’이었다. 프리챌이 고객 동의없이 동호회 서비스 유료화를 단행하자 황씨는 ‘X 프리챌’이라는 커뮤니티를 만들어 시솝으로 활동하면서 프리챌의 부당함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 커뮤니티는 개설 한달 만에 수만명이 몰릴 정도로 화제와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 결국 커뮤니티 사이트로 업계 1~2위를 다투던 프리챌은 광범위한 안티운동과 네티즌의 외면 때문에 중소업체로 몰락하게 됐다. 이 사건은 인터넷 안티운동의 대표적 성공사례로 꼽히고 있다.

“포털들은 커뮤니티를 ‘돈’으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어떻게 해서든 커뮤니티를 활용해 돈 벌 궁리만 하는데 프리챌이 대표적이었죠. 하지만 커뮤니티는 수익원이기 전에 포털의 고객이고 사회현상임과 동시에 인터넷이 낳은 문화자산입니다. 그 점을 인식하지 못한다면 어느 회사든 ‘제2의 프리챌’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명확합니다.”

황씨가 추구하는 것은 ‘한국 커뮤니티 문화의 세계화’다. 시솝클럽은 황씨의 주도로 2004년부터 매년 한강변에서 동호회 페스티벌을 개최하고 있다. 지난해 6월엔 ‘강변카페 페스티벌’이라는 이름 아래 40여개의 동호회가 참여해 마술, 여행, 코스프레, 노래, 공예 등 자신의 분야를 선보이고 교류했다. 황씨는 “인터넷 커뮤니티 축제는 전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하다”며 “세계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한국의 대표 문화상품으로 키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커뮤니티 예찬론자’답게 황씨의 대부분 활동과 인맥 역시 커뮤니티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황씨는 2003년 ‘학연, 지연보다 강한 디지털 인맥’이란 책을 출간했다. 황씨는 “처음 웹기획자가 되기로 했을 때 막막했는데 동호회 활동을 하면서 알게 된 ‘디지털 인맥’들이 큰 도움을 줬다”며 “디지털 인맥은 정보를 공유하면서 형성되고 서로 다른 분야가 만나면 시너지 효과가 발생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현재 황씨는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동호회 운영을 위한 매뉴얼을 만들고 있다. ‘잘나가는’ 동호회도 평균 2년을 못넘기는 현실에서 성공적인 동호회의 사례를 분석해 다양하게 적용해 보려는 것이다. 포털의 지나친 간섭에서 해방되기 위해 독자적인 도메인을 가진 ‘오픈 커뮤니티’의 확대를 추진중에 있다. 포털이 망할 경우 자료가 모두 사라져 버리는 불상사를 막기 위함이기도 하다 .

또 인터넷 커뮤니티 동호인들이 한강시민공원에 오프라인 모임을 가질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중이다. 말하자면 한강을 ‘커뮤니티 문화의 아지트’로 만들려는 것이 황씨의 생각이다.
“왜 동호회 활동에 매달리나”란 기자의 질문에 황씨의 대답은 간단명료했다. “커뮤니티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기 때문이죠. 오프라인 없는 온라인 커뮤니티는 대부분 오래 지속되지 못하더라고요.” 결국 인터넷이 아니라 사람이 커뮤니티의 중심이라는 얘기다. 그게 사람 만나서 놀기 좋아하는 ‘커뮤니티 총수’의 철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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