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야기] 우린 주말마다 마트에 간다[이젠 ‘마트형인간’이 대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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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교차로협의회
  • 06.03.29 09:07:08
  • 조회: 348
배진원(33·코오롱 과장)·이명진(32·여·롯데호텔 기획실)씨 부부는 일주일에 두번쯤 집 근처 서울 용산구 이마트 용산역점에 간다. 쇼핑하러 가는 건 아니다. 밥 먹고, 영화 보고, 아기자기한 팬시용품이며 프라모델 구경도 하고, 산책도 한다. 퇴근 후 집에 돌아와 밥 해먹고 나면 저녁 10시.

부부간의 저녁시간을 식사준비로 때우기엔 아깝다는 것이 배씨 부부의 생각이다. 차라리 이마트의 즉석 요리를 사 먹거나, 마트 내 푸드코트에서 한끼 해결한다. ‘제대로 된’ 요리가 먹고 싶으면 같은 건물 3층 식당가를 이용한다. 그날이 금요일이라면 같은 건물 6층 영화관에서 영화도 한편 본다. 영화 시작까지 시간이 남으면 서점이나 음반가게도 기웃거리고, 미용실에서 머리를 깎기도 한다. 그들이 ‘마트’로 통칭하는 건물은 식당이자 영화관, 데이트 공간이자 쇼핑 공간이다. 이씨는 “구경하고, 쇼핑하고, 먹고, 영화보는 것까지 한자리에서 모두 해결할 수 있다”며 “마트는 거의 놀이터”라고 말했다.



#마트는 생활의 거점

배씨 부부처럼 마트(할인점)가 생활의 거점이 되는 ‘마트형 인간’이 늘고 있다. 가족이 손을 잡고 마트를 가는 광경은 이제 익숙한 주말 풍경의 하나다. 특히 영화관·스포츠센터·쇼핑몰·식당가 등을 낀 복합건물에 마트가 속속 입점하면서 하루를 아예 마트에서 보내는 사람도 적지 않다. 롯데마트가 지난해 12월 이용객 1,05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주말’에 쇼핑한다는 대답은 75%로 2000년 같은 조사의 66%보다 크게 늘어났다.

김영희씨(39·여)도 주말을 서울 마포구 상암동 까르푸 월드컵몰점에서 지낸다. 마트 입구의 브랜드 의류 매장에서 아이쇼핑을 하거나 필요한 옷을 산 뒤 식당가에서 점심을 해결한다. 같은 건물 내 영화관에서 영화를 한편 보거나, 미용실에서 헤어스타일을 바꾼다. 일주일치 장을 본 뒤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 들고 마트 앞 하늘공원에서 잠시 쉬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 ‘생활’이다. 김씨는 “예전엔 영화보러 종로가고, 머리하러 압구정동 가고, 쇼핑하러 명동에 나갔지만 이젠 마트에서 한번에 해결한다”고 말했다.



#창고 대신 복합 놀이터로

한국체인스토어협회에 따르면 2월말 현재 전국의 마트는 303개(이마트 중국 점포 8개 제외), 15만명당 1개 꼴이다. 1993년 창동 1호점을 개점한 이마트의 점포수는 현재 79개. 지난 6년새 점포수가 4배 가까이 늘어났다.

‘마트형 인간’의 등장은 마트수 증가뿐 아니라 한국적 마트의 특수성에도 원인이 있다. 외국 마트가 ‘창고형 할인매장’인데 비해 국내 마트는 쇼핑과 부대시설이 어우러진 ‘복합 생활 공간’에 가깝다.

이마트 용산역점, 까르푸 월드컵몰점 등은 쇼핑몰, 사우나, 영화관, 전자제품 전문매장 등이 같은 건물에 입점한 복합단지 형태. 지난해 9월 개점한 이마트 죽전점도 어린이 놀이터, 영화관, 도서관, 골프연습장, 스포츠센터 등을 낀 복합 단지에 입점해 있다. 주말 하루 평균 1만7천명이 찾는 까르푸 월드컵몰점은 주변 매장의 많은 유동인구로 인해 아시아 까르푸 매장 전체에서 가장 매출이 높다.

변명식 장안대 교수(프랜차이즈 비즈니스과)는 “유통 복합화에 따라 쇼핑에 엔터테인먼트 기능이 합쳐지면서 쇼핑몰이 ‘쇼핑+생활’ 공간으로 바뀌어가고 있다”며 “아파트가 밀집한 일산·분당·수원·영통 등에는 예외없이 대형 유통점이 복합 단지 형태로 조성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한국형 원스톱 쇼핑

외국과 달리 도심·부도심권에 위치한 마트의 입지도 ‘한국형 마트’의 특징 중 하나다. 임복순 대한상공회의소 유통물류팀장은 “특히 이마트 용산역점이나 롯데마트 서울역점처럼 마트가 역세권에 위치한 것은 미국 등에서 찾아볼 수 없는 우리만의 독특한 형태”라고 말했다. 땅값이 비싼 시내에 자리를 잡으면서 건물도 외국의 단층형과 달리 지하 매장과 지상 주차장을 갖춘 3~4층 복층 건물이 대부분이다.

취급하는 품목도 독특하다. 외국 마트는 주로 공산품을 판매하지만, 국내 마트는 식품·의류·가전제품·계절용품 등 ‘모든 것’을 판다. 작은 슈퍼마켓이 집적화된 형태다. 놀이방·약국·미용실·애완동물병원 등 부대시설, 발달된 푸드코트도 한국형 마트의 특징이다.

마트가 ‘창고’에서 ‘복합 생활 공간’으로 바뀌면서 마트들은 차별화·고급화를 시도하고 있다. 마트 내에 문화센터와 갤러리를 설치하는가 하면, 백화점에서나 볼 수 있던 유기농 제품, 고급 의류, 패밀리 레스토랑 등도 입점시키는 추세다.

20대 및 노인층을 겨냥한 연령대별 쇼핑존을 만들고, 가격 대신 품질 경쟁력을 강화한 프리미엄 PB(자사 브랜드)상품도 잇달아 출시하고 있다. 홈플러스 측은 “가족 모두가 쇼핑하고, 먹고, 쉬고, 놀 수 있는 가족형 할인점을 지향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트형 인간의 그럴싸한 밥상차리기’(21세기 북스)를 펴낸 자유기고가 김낭씨(38)는 “마트는 사회생활을 중시하는 맞벌이 부부나 신세대들에게 가사, 데이트 등 사회생활 외적인 부분을 원스톱으로 커버해주는 곳”이라고 말했다.

이제 ‘마트 가자’라는 말은 ‘놀러 가자’ ‘영화보러 가자’ ‘시장 보러 가자’를 ‘원스톱’으로 대신해주는 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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