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야기] 한국야구 미래 ‘쓸쓸해지면 어떡하나요’[설 땅 좁아지는 어린이 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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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교차로협의회
  • 06.03.21 09:03:45
  • 조회: 646
한국 야구의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무대에서 야구 종주국인 미국마저 꺾어버린 한국 드림팀의 대파란. 요며칠 이승엽 선수의 잇단 홈런포에 전국이 들썩거렸다.
그러나 혹시 알고 계시는지. 이승엽 선수가 야구 꿈나무로 첫발을 내딛었던 대구 중앙초등학교엔 더이상 야구부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SBS, KBS 양사의 야구 해설위원인 박노준·이용철 선수 등을 배출한 서울 봉천초등학교 야구부는 선수가 부족해 지난해 어린이 야구대회에 출전조차 못했단 것을.

전국 유일의 리틀야구구장인 서울 장충야구장. 용산리틀야구단이 쓸쓸하게 연습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리틀야구연맹 한장철 심판위원(56)은 “얼마전 같이 연습하던 ‘자이언트’ 리틀야구단이 해체되는 바람에…”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자그마한 체구에 헐렁한 투구. 그러나 누구보다 초롱초롱한 용산리틀야구단의 막내, 최원태군(10·초4)은 박찬호 선수 같은 훌륭한 투수가 꿈이다. 더 많은 친구들이 함께 야구를 했으면 좋겠는데, 다들 학원 가느라 바빠서 운동을 안 하는 게 작은 불만이다. 최철원 감독은 “감독들이 학교마다 가서 책받침까지 돌리면서 ‘우리 야구하자’ 꼬시면 하나같이 대답이 ‘축구할래요’죠. 월드컵 때문에 애들이 다 축구한다 그러니…”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현재 전국 초등학교 축구선수는 6,700명. 그러나 야구선수는 1,989명으로 유소년 축구인구의 3분의 1도 되지 않는다. OB 베어스, MBC 청룡의 점퍼를 자랑스레 입고 다니던 야구 꿈나무들은 온데간데 사라졌다. 월드컵 붐이 일기 시작한 후 순식간에 역전됐다.

선수 수급이 제대로 되지 않으니 연습도 쉽지 않다. 적어도 15명은 돼야 팀플레이 연습이 가능한데, 서울시내 31개 초등학교 야구부 중 엔트리 기준 9명조차 넘기지 못하는 야구부가 7개나 된다. 박종호 선수를 배출한 서울 구암초등학교는 선수부족으로 지난해 학교측이 야구부 해체결정을 내리자 이를 반대하는 동문들과 내홍을 겪어야 했다.

봉천초등학교 윤장술 야구부 코치(39)는 “초등학교 야구가 흔들리니 이젠 중학교 야구부도 인원수급이 안 돼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곧이어 고등부까지 타격을 입을 테고 그러면 우리나라 야구 전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봉천초등학교는 지난해 5명의 학생들이 갑자기 야구부를 그만두는 바람에 선수가 4명밖에 남지 않아 대회에 출전하지 못했다. 다행히 몇달 전 6명의 학생을 새로 뽑아 겨우 엔트리 기준을 넘겼지만 여전히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월드컵 분위기에 편승한 TV 프로그램 ‘FC 슛돌이’가 전 국민의 귀여움을 독차지하는 동안, 어린이 야구선수들은 캐치볼할 장소조차 찾기 힘들다. 전국 유일의 서울 장충야구장은 라이트 시설이 지난해 겨울에야 설치돼, 그전까진 학교수업 끝나고 오후 4~5시쯤 연습 시작하면 금세 해가 떨어져 아이들은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멀어서 장충야구장을 이용할 수 없는 팀은 한강둔치에서 캐치볼을 하고, 지방에선 축구장 귀퉁이를 빌려 연습을 하기도 한다.

“이러다가 프로야구까지 다 죽습니다. 제2의 이승엽, 제2의 박찬호가 나오려면 밑바닥이 튼튼해야 하는데, 선수가 없으니…. 이번 WBC를 통해 한국야구의 저력을 느끼셨다면, 앞으로 유소년 야구에도 관심을 쏟아주세요.” 리틀야구를 사랑하는 관계자들의 하소연이다. 우리는 10년, 20년 후에도 한국 야구 드림팀의 승전보에 울고 웃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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