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야기] 꿈에 터치다운하러 갑니다 [세무사·변리사 주축 음악밴드 ‘터치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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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교차로협의회
  • 06.03.15 09:08:13
  • 조회: 561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굳이 톨스토이의 소설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누구나 ‘지금 이 순간’은 자신의 삶에 있어서 중요한 시기다. 하지만 우리 시대의 직장인이나 가장은 자신을 위해 ‘지금 이 순간’을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바쁜 일상에 휩쓸리다보면 변변한 취미 하나 제대로 가꾸기 힘들다.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를 갖고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마추어 음악밴드 ‘터치다운’의 멤버들은 이런 점에서 행복한 이들에 속한다. 현재 직장인 밴드는 많이 활동하고 있지만 전문직 종사자가 주축이 된 밴드는 의사를 제외하고는 많지 않은 실정이다. ‘터치다운’은 세무사와 변리사가 주축이 된 음악밴드. 결성 3년째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만큼은 여느 프로 밴드들 못지않다.

이들은 지난해 연말 신촌 라이브홀에서 콘서트를 열어 30여곡의 레퍼토리를 ‘무난하게’ 소화했다. 공식적으로는 두번째 무대. 멤버들은 연습 부족에도 불구하고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치자 자신들의 역량에 스스로 감동받기도 했단다. 최근에는 그 여세를 몰아 멤버들끼리 비용을 갹출해 전용연습실을 마련했다. 첫 앨범작업도 구상하는 등 대중들에게 다가가기 위한 음악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터치다운은 리드보컬 겸 퍼스트기타를 맡고 있는 세무사 정연태씨(38·에스크로 세무회계 대표세무사)에게서 비롯됐다. 어릴 때부터 음악을 좋아했지만 집안이 워낙 가난해 음악공부는 엄두를 내지 못했다. 음악학원은 근처에도 가지 못하고 자랐다. 그가 가장 부러웠던 것은 피아노학원에 가는 아이들이었다. 늘 음악에 대한 갈증으로 지새웠다. 음악에 대한 허기를 푼 것은 대학에 다닐 때부터였다. 집안형편 때문에 등록금 없는 세무대에 진학한 그는 이때부터 음악과 가까이할 수 있었다. 졸업후 세무공무원이 되었지만 적성에 맞지 않아 그만두었다. 경력을 바탕으로 세무사가 되는 길을 포기하고, 회사에 다니면서 세무사 시험을 준비한 끝에 4년 만인 1999년에 합격했다.



밴드를 결성한 것은 2004년 여름. 얽히고 설킨 인연으로 의기투합한 것이 밴드 결성으로 이어졌다. 정씨와 장성욱씨(40·에스크로건설 대표이사)와의 만남은 극적이다. 고객인 약국이 세무조사를 당했는데, 약사의 남편이 바로 장씨였다. 건설회사를 경영하는 장씨는 알고보니 중3때부터 기타를 익힌 베테랑급 뮤지션이었다. 밴드에서는 베이스기타 담당이다.

장씨와 드러머인 임우상씨(37)와는 서울예전 동문. 대학시절에는 같이 뮤지컬을 하기도 했다. 임씨는 현재 정연태씨의 사무실에서 동업을 하고 있다. 임씨는 서울예전 실용음악과를 나와 멤버 가운데 음악실력이 가장 뛰어난 편. MBC 록페스티벌에서 동상을 수상했고 옴니버스 앨범을 두장 내기도 했다.



음악도에서 세무사로 ‘전향’한 특이한 경력을 지녔지만 아직도 음악에 대한 열정이 넘치고 있다. 임세무사는 세무공무원을 지낸 정세무사에게 세무사로서의 ‘수습’과정을 거치면서 인연을 맺었다.

세컨드기타를 맡은 권혁성씨(36)는 변리사다. 정세무사와 도서관에서 시험공부를 하다 만났다. 배고픈 ‘백수’시절에 만나 동료애가 남다르다. 키보드 담당인 정인강씨(42)는 주류회사 이사로 근무하고 있다.

멤버들 대부분 밴드활동을 하면서 그동안 접고 있던 음악을 다시 하게 됐다. 그 연결고리 역할은 대부분 정세무사를 통해서 이루어졌다. 한두 사람의 인연이 얽히고 설켜 음악밴드를 탄생시킨 셈이다.



정연태씨는 “터치다운은 궁극적으로 돈을 받고 음악활동을 하는 프로를 지향한다”고 말한다. 음악 또한 386세대 중심의 ‘올드 록’ 풍으로 승부를 걸겠다고 한다.

“다른 아마추어 음악밴드들이 대부분 순수 취미활동에 머물고 있지만 우리의 목표는 아마추어가 결코 아닙니다. 언젠가는 팬들의 사랑을 받는 프로가 목표죠. 3040세대의 노래문화가 실종되다시피한 음악풍토에서 그 틈새를 메우는 노래를 하고 싶어요.”

정연태씨는 수년전부터 장애인들에게 자원봉사를 해오고 있다. 어렵게 살아온 만큼 어려운 이웃들을 돕고 싶어서다. 음악밴드 역시 봉사활동을 겸할 작정이다. 이들은 70, 80년대 붐을 이루었던 ‘그룹사운드 세대’에게 음악적 향수를 전해줄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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