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야기] 우리 가족 안의 세계[김종휘씨네 통해 본 다국적 가족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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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교차로협의회
  • 06.03.06 08:48:09
  • 조회: 335
‘다국적 가족’은 더이상 보기 드문 현상이 아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4년 한국 남성과 결혼한 외국인 여성은 2만5천5백97명이고 1990년부터 2004년까지 누적 12만8천7백여명에 달한다. 이미 우리나라엔 10만개가 넘는 다국적·다문화 가족이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9월 외교통상부 발표에 따르면 총 6백63만8천3백38명의 동포가 해외에 거주하고 있다. 특히 중국, 캐나다, 호주 등은 동포수가 크게 늘었다. 새로운 일거리를 찾아, 자녀교육을 위해 이민을 가거나 공부를 하기 위해 유학을 갔기 때문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국내에 복귀하고 이들의 자녀는 이중국적인 채로 성장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중국적에 대한 우리 국민의 시각은 여전히 차갑기만 하다. 지난해 국내를 떠들썩하게 한 이른바 ‘홍준표 국적법’은 국익과 개인권의 충돌이라는 민감한 문제를 제기했다. 어쩔 수 없이 이중국적을 갖는 사람이 갈수록 느는 세계화시대에서 이에 대한 정서적 거부감은 고민해봐야 할 문제다. 이중국적은 특혜도, 원죄도 아니기 때문이다.
롯데월드 홈페이지를 관리하는 김종휘씨(36) 가족은 모두 ‘토종 한국인’처럼 아주 평범해 보인다. 하지만 이들의 국적은 평범하지 않다. 첫째 나래양(13)은 덴마크, 둘째 희수군(11)은 대한민국, 셋째 나름양(9)은 캐나다 국적을 가지고 있다. 나래·나름양은 한국 국적도 가지고 있는 소위 이중국적자다.

이렇게 국적이 다양한 것은 김씨가 젊어서부터 여러 나라에서 살았기 때문이다. 발전기 엔지니어인 아버지를 따라 1987년에 덴마크에 간 것이 코스모폴리탄 인생의 시작이었다. 코펜하겐 국제고등학교를 졸업한 김씨는 22살이던 92년에 부인 신선미씨(33)와 덴마크에서 결혼을 했고 첫째 아이를 낳았다. 이후 김씨는 캐나다로 이주했고 2년 가량 있다가 호주로 거주지를 옮겼다. 이후 호주와 캐나다를 오가며 생활하다 군복무를 위해 한국으로 들어왔다. 김씨가 군복무 중에 부인 신씨가 둘째 희수군을 낳았고 군제대 후 다시 캐나다로 가서 셋째 아이를 낳았다.

“처음부터 한국에서 살고픈 마음에 안갈 수도 있었던 군대에 자원입대했어요. 캐나다나 호주도 살기는 좋지만 아무래도 우리 가족이 살 곳은 한국이라는 생각에서였죠. 그런데 외국에서 태어난 아이가 한국 국적을 갖는 게 보통 힘든 일이 아니더군요. 당시엔 우리나라가 이중국적 자체를 허용하지 않았으니까요. 하지만 덴마크에서 나가려면 여권이 필요해 어쩔 수 없이 그 나라 국적에 등록을 했죠. 우여곡절 끝에 정말 힘들게 첫째와 셋째에게 한국 국적을 주게 됐어요.”

사내인 둘째는 한국 국적이어서 병역기피용 이중국적 의혹(?)은 피할 수 있었지만 원하든 원치 않든 자녀 둘은 이중국적을 갖게 됐다. 김씨는 “이중국적 자체가 좋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아이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인 것은 맞다”고 말했다. 만약 딸들이 성장해서 다른 나라를 택할 경우 막지는 않겠다는 의미다.

젊을 때 여러 국가에서 사는 것에 어떤 장·단점이 있을까. 부인 신씨는 “2~3년마다 옮겨 다니다보니 성장기 아이들의 정서엔 문제가 좀 있는 것 같다”면서 “하지만 다양한 문화의 경험이라는 측면에서는 좋은 것 같고 특히 교육여건에서 선진국이 훨씬 나은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는 “처음엔 캐나다에 계신 아버지 댁에 아이들을 맡기고 우리 부부만 귀국하는 것도 고려했지만 아이들 정체성에 문제가 생길 것 같아 결국 함께 들어왔다”며 “지금은 첫째도 외국생활을 잘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힘든 결정이었지만 후회는 없다.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 가족의 행복을 위해서 따로 떨어져 사는 건 비극이니까. 김씨의 꿈은 세계여행이지만 아이들이 성장할 때까지 한국을 떠날 수는 없다. 아이들이 자라서 자신의 진로와 국적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을 때, 김씨는 부인과 함께 전세계를 훨훨 날듯 돌아보고 싶다. 진짜 코스모폴리탄의 인생은 그때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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