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야기] 꿈을 주는 ‘도깨비마을 사람들’ [전남 곡성군 고달면 두계천 ‘도깨비마을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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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교차로협의회
  • 06.02.24 08:45:36
  • 조회: 309
‘도깨비마을 사람들’이 도깨비살이 내려다 보이는 섬진강변에 모였다. 왼쪽부터 노래 담당 조윤봉씨, 김성범 촌장, 채록 담당 김학근선생님, 동화구연 정채완씨. 이젠 퇴임한 김선생님은 이날 조씨의 기타 반주에 맞춰 오랫만에 지휘봉을 잡았다. 도깨비 조각은 김촌장의 작품이다.
‘옛날 옛적 전남 곡성 섬진강변에 훗날 장군이 될 마천목이란 소년이 살았다. 소년은 어느 날 어머니에게 드릴 물고기를 잡으러 강변에 나갔다가 반짝이는 푸른 돌 하나를 주웠다. 그날 밤 소년의 집 앞에 푸른 불을 번쩍이며 도깨비들이 나타났다. “당신이 주워간 돌은 우리 대장이니 돌려주시오.” 그러자 소년은 “고기를 잡을 수 있도록 강에 독살(물고기를 잡기 위해 돌로 쌓은 방죽)을 쌓아주면 너희 대장을 놓아주겠다”고 답했다. 그날 밤 도깨비들은 방망이와 불로 조화를 부려 독살을 쌓았다.’

지금도 곡성군 고달면 두계천엔 ‘도깨비살’이라 부르는 독살의 흔적이 남아 있다. 여기까지는 ‘전설의 고향’에서 흔히 봐온 이야기. 그런데 이 ‘도깨비살’ 앞엔 최근에 세운 ‘도깨비대장’ 조각이 있다. 읍내 군민회관 맞은편 작은 교실에선 ‘도깨비 마을’ 노래가 흘러나오고 ‘도깨비살’ 동화 구연이 펼쳐진다. 아이들은 창작동화 ‘도깨비살’을 읽는다. 전설의 뒤안길로 사라질 지역 설화를 ‘오늘’로 불러들인 이들은 ‘도깨비마을 사람들’. 곡성 토박이 4명이 이끄는 종합창작집단이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 온 지역 이야기가 점차 사라지는 게 안타까웠습니다. 우리 고장 설화로 요즘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창작동화 쓰고, 동시 쓰고, 동화구연도 하고, 노래도 만들고 있습니다.”

‘촌장’ 김성범씨(45)는 동화작가이자 조각가. 광주에서 살다 2001년 고향 곡성에 작업실을 마련했다. 동학농민전쟁, 도깨비살 등 고향에서 소재를 찾아 동화를 쓰면서 설화의 풍성함과 중요성을 실감했다. 아이들에게 신나게, 즐겁게 옛 이야기를 들려줄 방법은 없을까. 작은 시골이니만큼 아이들을 위한 문화 교육이나 공연이 없다는 점도 김씨의 마음을 바쁘게 했다.

곡성에서 옛 이야기를 가장 많이 아는 사람을 찾아 나섰다. 앞집 수저통 숟가락 개수까지도 빤하게 아는 작은 고장. ‘걸어다니는 문화재’로 통하는 퇴임 교원 김학근 선생(71)만한 적임자가 없었다. 40여년 교직 생활 틈틈이 채집하고 기록한 고장 설화가 100여편. 가뭄이 들 때 오줌을 갈기면 신이 노해 비를 내려준다는 신선바위 이야기, 말이 물고 온 신숭겸 장군의 목이 묻혀 있다는 태안사 이야기, ‘효녀 심청’의 근원이 된 관음사 이야기 등 평생 모은 설화를 선뜻 건넸다. “무조건 협조해야지. 젊은이들이 우리 고장 옛날 이야기로 창작물 만들겠다는데…”
읍내에서 컴퓨터 가게를 하며 음악을 해 온 조윤봉씨(41)가 노래 선생님으로 합류했다. 동화구연은 광주 YWCA에서 동화구연을 가르쳐 온 정채완씨(38)가 맡았다.

“구두쇠 영감이 시주를 받으러 온 스님에게 쇠똥을 넣어 보냈어요. 착한 딸이 뒤따라가 사과했죠. 잠시 후 비바람과 함께 집이 떠내려가는 거예요. 놀란 딸이 뒤를 돌아보다 그만 바위가 되었답니다. 그게 바로 ‘처녀바위’예요. 곡성에서 나고 자란 저도 몰랐던 이야기죠. 우리가 이렇게 뭔가를 하면, 우리 아이들은 많은 이야기를 듣고 풍요롭게 자랄 수 있겠구나 싶었죠.”

지난해 7월 ‘도깨비마을 사람들’을 결성해 수강생을 모집했다. 학교가 파하면 갈 곳 없는 아이들. 옛 이야기 들려주고 노래도 가르쳐준다는 말에 하나 둘 모여들었다. 당초 일주일에 노래 두 번, 동화구연 한 번, 글쓰기 한 번으로 작정했지만, 아이들이 날마다 찾아오는 바람에 내내 교실 문을 열어야 했다. 동네 사람들은 “애들한테 공짜로 노래 가르쳐 주는 곳인가보다”라고 여겼다. 활동비는 군청에 신청해 지원받았지만, 앰프·스피커·악보·악기 등을 사들이느라 주머니를 털었다. ‘도깨비살’ 이야기로 노래 만들고, 같은 이야기로 광주동화구연대회에 나가 입상도 했다. 아이들이 쓴 일기며 동시에 곡을 붙여 다함께 노래도 지었다. 지난해 말 첫 번째 발표회를 열었다.

“많아봐야 100명 모이는 동네 군민회관이었어요. 400여명이 왔죠. 아이들 노래 부르고, 동화구연 하고, 하모니카 연주도 하고…. 올 초 수강생을 모집하는데 한번에 40여명이 몰려들더군요.”
군청에서는 ‘우리 곡성 이야기가 이렇게 재생산될 줄 몰랐다’며 ‘앙코르 공연’을 요청했다. 공연을 준비하면서 아이들과 창작 동요와 인기 동요를 모아 ‘동요집CD’도 제작했다. 녹음실이 따로 없어 한밤을 틈타 교실에서 녹음하고, 사무실 컴퓨터로 편집했지만 인기는 그만이었다.
올해 목표는 동화집 발간. 모아놓은 곡성 이야기를 구연동화와 창작동화로 만들어 곡성뿐 아니라 전국 어린이들이 읽게 하기 위해서다. 그 후엔 ‘동화구연 뮤지컬’을 만들 계획. 전래 설화를 창작 동화로 풀어내고, 구연동화와 동요로 재창조하는 작업이다. 60여명의 초·중학생과 10여명의 어른이 같은 꿈을 꾸며 노래와 동화구연을 연습한다. 김씨는 “새로운 형태의 지역 문화예술 장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첫번째는 ‘도깨비살’ 이야기죠. 다음엔 ‘처녀바위’, 그 다음엔 신숭겸 장군 이야기를 해 보고 싶어요. 설화에서 소재를 찾으면 무궁무진하게 많거든요. 할아버지가 아는 이야기를 아이들이 동화 구연하고, 동네 어른들이 함께 노래하며 즐기는 공연을 만들 겁니다. 이제 시작이지만 한번 잘 해 볼랍니다. 우리, 도깨비에게 홀린 사람들 아닙니까. 도깨비가 조화 한 번 멋지게 부려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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