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야기] 지구는 점점 무거워집니다[제품의 생산으로 인해 자연이 떠안는 부담 “생태적 배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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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교차로협의회
  • 06.02.24 08:44:55
  • 조회: 340
제품생산으로 자연이 떠안는 부담 “생태적 배낭”
혹시 TV에 금광 장면이 나올 때 궁금해하신 적 없으신가요? 내 손가락에 끼워진 가느다란 14K 금반지. 한줌도 되지 않을 금을 캐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흙더미와 돌들이 파헤쳐졌을까. 3g의 금반지 뒤에 숨겨진 무게는 과연 얼마일지 말이죠.

거기에서 출발한 것이 바로 ‘생태적 배낭’(ecological rucksack)이란 개념입니다. 생태적 배낭이란 특정제품 하나를 만드는 과정에 관련된 물질 전체 무게에서, 그 제품의 무게를 뺀 값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1㎏짜리 그릇 하나를 굽는 데 사용된 재료가 흙 2㎏과 석유 9㎏이라면, 그릇 하나의 생태적 배낭은 10㎏(=11㎏-1㎏)이 되는 셈이지요. 이 수치가 커질수록 그 제품의 생산으로 인해 자연이 떠안게 되는 부담이 커진다고 해석하면 됩니다. 우리가 반짝이는 금반지를 끼는 대가로 애꿎은 자연이 무거운 배낭을 짊어져야 한다는 소리죠.

독일 부퍼탈 연구소가 정리한 ‘생태적 배낭’ 수치에 따르면, 인간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철의 경우 1㎏에 해당하는 생태적 배낭이 무려 20㎏에 달합니다. 철광석의 채굴에서부터 완제품의 생산에 이르는 과정엔 철 자체 무게의 20배 정도되는 물질이 관련된다는 뜻이죠. 알루미늄 1㎏의 생태적 배낭은 35㎏, 니켈은 141㎏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좋아하는 금 1㎏의 생태적 배낭은 얼마일까요. 자그마치 54만㎏입니다. 우리가 3g의 금반지로 손가락을 치장하는 동안, 자연은 1,620㎏의 무게에 짓눌려 신음하는 꼴이죠. 어디 그뿐인가요. 은 1㎏의 생태적 배낭은 7,500㎏, 다이아몬드 1㎏은 5백26만㎏이라는 어마어마한 무게를 자연에 지워줍니다. 등산할 때 메는 배낭은 자신이 직접 지기 때문에 최소한의 필요한 무게만을 채워넣지만, 생태적 배낭은 아무도 신경쓰지 않습니다. 자연이 대신 짊어지기 때문이죠.
생태적 배낭이란 개념은 1990년대 후반, 부퍼탈 연구소를 중심으로 논의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도 네덜란드, 미국, 오스트리아, 일본 등의 연구소에서 더욱 정밀한 생태적 배낭 수치를 정립하기 위해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대전 한밭대 조영탁 교수(생태경제연구회 회장)는 “생태적 배낭은 우리가 그동안 자동차 대수, 화폐의 규모만을 추적하느라 보지 못했던, 숨겨진 생산과정을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합니다.
아직 완전히 확립된 개념이 아니기에 정부정책에 구체적으로 반영되진 못하고 있지만, 유럽 등지에선 이미 생태적 배낭 개념에 기반한 ‘Factor X’ 운동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Factor 4’는 경제를 두배로 성장시키되 생태적 배낭 수치는 반으로 줄여나가자는 뜻입니다. 자연파괴를 최대한 늦추는 동시에 후진국이 함께 성장하기 위해선, 앞으로 선진국은 ‘Factor 10’까지 도달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최근 부퍼탈 연구소 등은 수입품의 생태적 배낭까지 포함된 각 국가별 GDP의 생태적 배낭을 측정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조교수는 선진국일수록 오히려 생태적 배낭 수치는 적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합니다. 탄광·금광·공장 등이 모두 후진국으로 옮겨지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수입품까지 포함된 국가경제 전체의 생태적 배낭수치를 측정해 종합적인 대책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죠.
‘생태적 배낭’이 더욱 정밀해지고, 더 많은 국제적 신뢰를 얻어 언젠가 국가 정책과 기업들에 중요한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는 날이 올까요. 그러나 우리가 보지 못했던 비하인드 과정을 환기시켜 주는 것만으로도 생태적 배낭은 의미있는 개념일겁니다. 잠시라도 좋으니 가끔씩 생각해봅시다. ‘내 머리핀에 박힌 작은 큐빅 한알의 생태적 배낭은 얼마일까’ ‘내 자동차의 생태적 배낭은 얼마일까’….

노엄 촘스키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가 경제시장에서 내리는 결정의 결과를 짊어져야 할 사람들은 현재의 시장에 없는 사람, 즉 미래세대입니다. 언젠가 경제체제가 붕괴된다면 그 이유는 금융위기나 생태환경의 재앙일 가능성이 큽니다.”
자연이 언젠가 힘겹게 떠받쳐왔던 무게를 견디지 못해 우리의 미래세대 앞에 털썩 배낭을 떨어뜨리는 순간만은 막아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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