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야기] 그들의 꿈은 ‘온라인 장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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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교차로협의회
  • 06.02.17 09:37:51
  • 조회: 240
#“40평생 처음으로 눈이 예뻤어요”

“이번에 서울에 눈이 많이 왔죠. 저는 40년을 살아오면서 눈을 좋아해본 적이 한번도 없어요. 눈이 오면 집안에 갇혀지내야 하거든요. 그런데 이번 눈을 보면서 ‘눈이 참 예쁘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했어요.”

지난해 12월 (주)옥션에 온라인가게를 연 고희숙씨(40)는 요즘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 눈이 처음으로 예쁘게 보였다는 그의 말처럼 집을 나서지 않고도 할 수 있는 일이 생겼기 때문. 세살때 불시에 찾아온 소아마비로 인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장애인의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고씨. 그렇지만 피아노를 배우고 운동을 하면서 별로 장애인의 서러움을 느껴보지 않았다. 하지만 나이가 들자 먹고사는 문제가 벅차게 다가왔다.

지난해 12월9일은 고씨에게 결코 잊을 수 없는 날이다. 옥션의 장애인창업스쿨 3기 과정을 마치던 그날, 그는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다. 무엇보다 이제는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솟았다. 이 과정을 공부하면서 인터넷을 통해 돈을 벌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 전에 정보통신부 등 정부기관에서 지원하는 컴퓨터 교육을 받았지만 실무적이지 않아서 그냥 막연하기만 했다. 그렇지만 이번 장애인창업스쿨은 달랐다. 당장 인터넷을 이용해 장사를 하는데 필요한 지식을 가르쳐주었다. 3개월 과정을 마치면서 당시의 뿌듯한 마음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벅차오른다.



그는 곧바로 옥션 사이트에 여성의류 물품을 올리면서 도전장을 냈다. 비록 작은 시도이고 많은 주문을 받지 못했지만 자신도 디지털 상인의 대열에 합류했다는 그 자체만으로 감사했다. 이는 지금까지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기분이었다. 그는 40년을 살아오면서 처음으로 눈이 예쁘게 보인 것처럼 그의 삶 역시 새로운 기분으로 다가왔던 것이다. 고씨는 양궁 장애인 국가대표로 10년간 활동하며 올림픽에도 3회나 출전해 동메달을 두개나 땄던 주인공이기도 하다. 메달을 땄지만 그때 뿐이었다. 그 이후 관심을 가져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인터넷을 통해 상품을 파는 것은 달랐다. 바로바로 반응이 왔다. 힘든 면도 있지만 매일매일이 ‘기쁜 하루’였다.



그의 꿈은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온라인 교육 강사. 현재 장애인들이 온라인창업에 필요한 실무지식을 얻을 수 있는 곳은 장애인창업스쿨이 유일하다. 장애인고용촉진공단이 교육시설을 지원하고 옥션이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이 스쿨은 20명을 뽑는데 수백명이 지원할 정도로 인기다. 그렇지만 장애인들의 ‘창업 갈증’을 해소하기엔 창구가 너무 좁다. 때문에 고씨는 하루 빨리 전문지식과 실무를 익혀 이들을 위해 온라인 창업강사로 나설 계획이다.



#청각장애인에 희망주는 장사꾼 되고파

청각장애인인 고광채씨(25)는 고희숙씨보다 한발 앞서 2기로 장애인창업스쿨을 이수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옥션과 자신의 사이트 위트라이프(www.witshop.co.kr)에서 주방용품을 팔면서 ‘장사의 맛’을 느끼기 시작했다. 고씨는 현재 창업을 원하는 모든 청각장애인들의 모델이 될 정도로 탄탄대로를 달리고 있다. 인터넷으로 주문받은 물품이 고객의 손에 도착할 때까지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등 세세하게 신경을 쓴다.

지난해 가을 유가가 한창 뜀박질할 때에는 보온도시락으로 짭짤한 재미를 봤다. 장사꾼들에게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정보를 분석하고, 타이밍에 적합한 아이템을 내놓는 안목이 필수적. 고씨는 유가가 오르면 각종 물가도 오르고 그러면 직장인들도 긴축생활을 위해 보온도시락을 찾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고씨의 보온도시락 아이템은 장애인창업스쿨에서 후배들에게 교육프로그램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그는 1년 정도 열심히 돈을 벌어 유럽여행에 나설 계획을 가지고 있다. 장사꾼은 모름지기 정보에 밝아야 하기 때문에 안목을 키우는 해외여행은 돈이 들더라도 가기로 했다. 투자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씨는 모든 청각장애인들에게 희망을 주는 장사꾼이 되는 게 가장 큰 소원이다.



#장애인들의 일터로 떠오른 온라인 장터

차별만큼 사람을 속상하게 하는 일이 있을까. 장애인의 눈으로 보면 세상은 온통 차별투성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차별로 인해 절망하는 장애인들이 수없이 많을 것이다. 특히 장애인들이 자립해야 하는 성인이 되면 ‘뭘 하면서 먹고 살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이 문제만큼은 장애인이나 비장애인 모두 다를 게 없기 때문. 다행히 온라인 공간은 심각한 차별이 없는 곳이어서 그나마 장애인들이 도전해볼 만한 일터로 각광받고 있다. 이곳 역시 살벌한 생존경쟁의 일터이기는 마찬가지. 장애인이나 비장애인들이 너도나도 온라인에서 일터를 열려고 하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다.

고광채씨와 고희숙씨 역시 수많은 온라인 창업자들이 겪는 문제에 부딪치면서 자신의 꿈을 향해 한걸음 한걸음 걸음마를 하고 있다. 이들처럼 장애인들은 온라인에서나마 마음껏 꿈을 펼칠 수 있었으면 한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우리 사회의 지원 시스템은 너무나 미비하다. 장애인이 자신의 꿈을 향해 한걸음씩 앞으로 나아가듯이 이들을 위한 사회적 지원시스템도 한걸음씩 더 나아가는 세상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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