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야기] “우린 왜 힘들게 살까? 한국의 현주소 진단”[만화가 강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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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교차로협의회
  • 06.02.13 08:51:02
  • 조회: 752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진단해봤습니다. 세계 10대 경제대국이고 IT강국이며 국민소득 2만달러를 향해 가는 나라의 국민인데 왜 다들 죽겠다고 그러는지 그 원인을 밝혀보고 싶었어요. ‘웰빙’을 하면 잘 먹고 잘 살아야 하는데 왜 이리 힘든지, 외국은 어떤지 알아보자는 겁니다.”
사실 그림 그리는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문제는 자료수집.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시대이다 보니 어제 수집해놓은 자료가 오늘 벌써 구닥다리가 되어버려 곤혹스러운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일상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추리를 한 것이죠. 왜 한국사람들은 힘들게 사는가에 대한. 컴퓨터가 너무 발달해 인간성 상실의 시대가 온 것은 아닌지, 한국인의 ‘빨리빨리’ 기질 때문인지 다양한 각도에서 원인을 분석하고 규명할 겁니다. 그동안 국내외에서 수집한 자료가 상당합니다.”
강철수는 대표적인 다작(多作) 작가다. 지금까지 그린 작품이 넉넉잡아 2,000여편. “그동안 그린 컷이 1백만개가 넘을 것”이라는 그의 말이 과장으로 보이지 않는다. 1962년 ‘명탐정’을 발표하며 데뷔했으니 얼추 한해에 50편 이상의 작품을 낸 셈이다. 그는 “원래 꿈은 만화가가 아니었는데 중학교때 우연히 발표한 만화 때문에 인생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우연히 시작한 길이었으되 그는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구축했으며 자신의 다재다능함을 만화에 십분 활용했다.

사실 그가 서라벌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한 뒤 MBC ‘호랑이 선생님’ 등 드라마를 집필했던 중견 방송작가 강철수라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80년 계엄령이 떨어졌을 당시를 기억하며 그는 “MBC 정동사옥 앞에 계엄군이 쫙 깔렸는데 창문으로 몰래 드라마 대본을 넘겨준 적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몇년전 자신의 만화 ‘발바리의 추억’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KBS 드라마 ‘헬로 발바리’의 대본을 직접 집필하기도 했다.
드라마 집필뿐이 아니다. 그는 ‘잡기’에 능한 작가다. 바둑실력은 아마 5단으로 웬만한 프로기사 수준이고 당구도 고 3때 300을 쳤고 지금도 400 정도의 실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게다가 한해에 두세달은 해외에서 보내는 여행광이다. 그가 다녀간 국가가 얼추 60여개국. 그의 다양한 재능과 취미는 작가생활의 큰 밑천이 되었다. 원어민에 가까운 일본어 실력을 바탕으로 일본문화를 깊이있게 다뤘고 바둑만화를 신문에 연재해 큰 인기를 누리기도 했다.

“만화가는 매일 공부하지 않으면 안돼요. 재능 믿고 까불다보면 금세 밑천이 떨어지고 낙후돼 버리죠. 해외여행을 자주 다니는 것도 다 배우기 위해서입니다. 끊임없이 충전하지 않으면 금세 소진되어 버리는 직업이니까요.”
그는 여행하면서 많은 걸 깨달았다. 돈이 얼마나 귀중한지를 알게 됐다. 자신이 얼마나 작은 인간인지 깨닫고 다른 사람과 문화를 더 이해하게 됐다고 얘기했다. 하느님이 못 고치는 성격도 여행으로 고칠 수 있다고 그는 믿는다.

여행을 좋아하는 그가 ‘발발거리고’ 돌아다니는 ‘발바리’를 대표 캐릭터로 선택한 것은 어찌보면 필연이다. 이제는 이현세의 ‘까치’, 허영만의 ‘강토’처럼 강철수의 ‘발바리’가 되어버렸다. 발바리는 어떻게 탄생하게 됐을까.

“1973년 발표한 ‘사랑의 낙서’에 처음 등장하니까 벌써 33년이 됐네요. 당시 여자한테 만날 차이는 주인공 캐릭터를 그려야 했는데 만날 돌아다니니까 발바리라고 이름 붙였어요. 처음엔 대학생이었고 복학생, 재수생으로 나오다가 지금은 백수가 됐죠. 사실 나이로 보면 내 또래인데요.”
최근에 붙잡힌 연쇄강간범 용의자 ‘발바리’ 때문에 살짝 기분이 나빴다는 그는 “예전에 주간경향에 ‘팔불출’이란 만화를 연재했는데 당시 한 국회의원이 대정부질문에서 ‘우리가 팔불출인줄 아느냐’고 물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며 “발바리 때문에 영화도 찍고 연극도 하고 신문연재도 계속했으니 그 이름이 거론되는 것만으로도 고마워해야 할 것 같다”며 웃었다. 그 역시 최근의 한국 만화계에 대한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 만화가들에겐 재미를 줘야한다는 봉사정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반짝 떴다 지는 작가가 되지 않기 위해 마라톤을 하듯 긴 호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의 충고는 결코 만화가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었다.

“만화하고 신문하고 책은 재미없으면 끝이에요. 사무라이처럼 독자랑 진검승부하는 것이거든요. 뻔히 보이는 수로 독자들에게 빈틈을 보이는 순간 무대에서 퇴장할 수밖에 없어요. 세상 변하는 속도가 너무 빨라서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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