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야기] 태풍의 길목, 바람불어 좋은 섬[제주도 풍력발전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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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교차로협의회
  • 06.02.09 08:51:16
  • 조회: 422
바람 많고 돌 많고 여자 많은 삼다의 섬 제주. 그중에서 바람은 거칠고 억센 제주의 한숨이자 팍팍한 삶의 상징이다. 제주의 올레(골목길)가 구불구불한 것도, 사투리에 ‘왕 방 갑서(오셔서 보시고 가세요)’ 같은 축약형이 많은 것도 다 바람 때문이다. 휘몰아쳐 들어오는 바닷바람을 조금이라도 줄여보기 위해 S자형 골목을 만들었다. 바람에 파묻혀버리는 목소리를 정확히 전달하려면 한마디에 모든 뜻을 담아야 했다.

태풍의 길목인 제주는 바람의 분노에 유독 민감할 수밖에 없다. 바람의 섬 제주를 지키다 지난해 5월 세상을 떠난 사진작가 김영갑은 ‘제주도의 역사는 바람과 싸운 투쟁의 역사이기에 눈물과 한숨의 역사다. 바람을 이해하지 않고는 식량 한톨 얻을 수 없다’고 썼다. 제주 출신 작가 현기영은 소설 제목을 ‘바람타는 섬’으로 지었다.

수난의 역사를 상징하는 제주 바람. 그러나 그 바람은 이제 자연의 혜택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언제 어디서나 불고 있는 바람을 이용하려는 끊임없는 노력이 결실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바람부는 섬 제주는 이제 바람팔아 돈 버는 섬이 됐다.



#바람 판 돈 한해 37억원

현재 제주도의 풍력발전단지는 북제주군 구좌읍 행원풍력발전단지와 한경면 한경풍력발전소 등 2곳이다. 행원단지는 제주도가, 한경단지는 한국남부발전이 각각 만들었다. 행원단지는 높이 45m, 최대 날개직경 48m에 이르는 풍력발전기 15기가 쉴새없이 돌아가며 전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한경단지는 발전용량이 6메가와트에 이르는 풍력발전기 4대가 가동되고 있다.

이 두곳에서 생산되는 전기는 한국전력에 판매된다. 정부에서 청정에너지 생산을 지원하기 위해 사들이는 가격인 ㎾당 107원으로 계산하면 연간 수입액은 37억원에 이른다. 행원단지는 이미 투자비를 거의 뽑아냈다.



#너도 나도 풍력발전 하겠다

제주도가 바람을 이용한 청정에너지 생산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초. 당시만 해도 정부나 민간기업은 풍력발전에 별 관심이 없었다. 제주도는 호주의 목장지대에서 사용되는 2㎾급 소형 풍력발전기 4기를 자체예산으로 도입해 4개 자연부락에 설치했다. 이 풍력발전기로 12가구에 전기를 공급하는 시험을 진행하면서 풍력발전에 조금씩 눈을 뜨기 시작했다.

풍력발전에 관한 연구기반시설을 갖추게 된 것은 독일 기업이 참여하는 한·독 풍력복합발전시스템 연구과제를 북제주군 한림읍 월령지역에 유치하면서부터다. 95년에는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이 이곳에 신재생에너지연구단지를 출범시켜 본격적인 실증시험에 착수했다.

20여년 동안 풍력발전에 매달려온 제주도 김동성 사무관은 “행원풍력단지를 만들 때만 해도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였다”며 “바람만 불면 돈이 되는 현재 모습을 지켜보면서 풍력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김사무관은 풍력발전에 대한 전문성을 인정받아 산업자원부 풍력발전 기술기준위원으로 위촉되기도 했다.

현재 제주도에 정식으로 풍력발전사업을 신청한 사업자는 모두 4곳. 이중 신구범 전 제주지사가 대표로 있는 제주삼무풍력발전은 아시아 최초의 해상풍력발전기지를 꿈꾸고 있다. 삼무는 해상풍력발전기지에서 연간 84억원의 전기를 생산해 판매할 계획이다. 삼무는 육지에서 150m 이상 떨어진 바다에 80m 높이의 풍력발전기를 세우고, 이 기지를 활용해 해상관광자원도 개발한다. 제주도 에너지 담당은 풍력발전사업을 타진하고 있는 업체도 3~4곳에 이른다고 귀띔했다.

풍력발전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다. 제주도는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남부발전, 두산중공업, 제주대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제주연안에 해상풍력 실증연구단지를 조성한다. 이 단지가 완공되면 구좌읍 월정리의 신재생에너지 연구기지와 함께 육지와 바다에서 공동으로 풍력발전시스템을 연구하게 된다.



#풍력발전이 곧 관광자원

행원단지는 바닷가 풍차마을로 불린다. 바닷가에 늘어선 하얀 풍력발전기들이 바람을 타고 시원스레 돌아가는 모습은 장관이다. 행원 마을은 이색적인 풍차마을로 알려지면서 연간 1만여명이 찾는 관광명소로 탈바꿈했다. 행원단지내 풍력발전 모니터링 하우스는 컴퓨터를 통해 바람이 전기로 변하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관측하게 해준다.

제주도는 육지와 달리 수력이나 원자력이 없다. 전기생산을 화력에만 의존해야 하기 때문에 ㎾당 평균단가가 129원이나 된다. 이는 전국평균 65원에 비해 두배나 더 드는 비용이다. 반면 풍력발전의 생산원가는 90원이다. 화석원료에 비해 30원 정도가 싸다. 이는 현실적인 면에서도 제주도의 풍력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함을 보여준다.

제주도의 풍력이용률(하루중 바람이 불어 풍력발전기가 돌아가며 전기를 생산해내는 시간)은 25~30%에 이른다. 풍력산업으로 유명한 미국 샌프란시스코 풍력단지의 이용률이 15~20%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바람 많은 섬 제주가 빈말이 아님을 분명히 증명하고 있다.

해상풍력을 준비중인 신구범 삼무 대표는 “풍력발전은 전기를 생산한다는 단순한 경제성 이외에도 앞으로는 교토의정서 발효에 따른 탄산가스 배출권까지 판매할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며 “풍력발전을 관광과 연계하면 장기적 관점에서 상당한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유람선을 타고 제주 해안가에 펼쳐진 풍력발전단지의 경관을 구경한 뒤 해상풍력기지에 배를 대고 수백m 높이의 전망대에 올라가 차를 한잔 마시는 관광코스가 등장할 날이 머지않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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