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야기] 민간처방으로 건강식품 특허받은 명광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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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교차로협의회
  • 06.01.19 08:47:40
  • 조회: 531
우리나라 한의학에는 예로부터 민간에서 내려오는 각종 ‘비방(秘方)’들이 있었다. 다행히 문헌을 통해 고증되는 비방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으며 이 가운데 일부는 맥이 끊기기도 했다. 때로 민간 비방들은 과장돼 ‘만병통치약’으로 부풀려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민중의술’은 의약의 급속한 발전으로 뒷전으로 밀려났고 제도적으로 보호되지 못해 사라졌거나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최근 들어 민중의술은 기존 치료법에 대한 한계와 함께 대체의약에 대한 인식이 새로워지면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전국적으로 ‘민중의술살리기’ 연합체가 조직되고 있고 지난달 중순에는 서울·경기연합이 출범하기도 했다.

제도적인 홀대속에서도 민중의술이 그나마 전승돼오고 있는 곳이 사찰이다. 경남 창원시 북면에 있는 명성사도 이러한 사찰 중의 하나. 이곳 명광스님(47)은 우연히 민간에서 내려오는 비방을 접하고 이를 ‘미삼정’이라는 약제로 재현해냈고 10여년 전인 1994년부터 보건복지부로부터 ‘건강기능식품’으로 허가받아 상품화했다. 그 전에는 ‘제도권’ 한약이 아니라는 이유로 고발당하는 등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그는 “부작용이 있는 의약품은 제대로 규제도 못하면서 민간에서 내려오는 처방은 여러가지 이유로 규제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스님이 미삼정을 재현하게 된 이야기는 8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스님은 건강이 좋지 않아 26살 늦은 나이에 출가를 했다. 사람구실을 제대로 못할 바에는 차라리 출가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 것이다. 자신의 몸조차 가눌 수 없었던 그는 그후 해인사에서 5년동안 병든 스님을 간호하며 지냈다. 그러던 어느날 아픈 스님을 병원에 입원시켜 놓고 돌아오다 그의 삶을 바꾸는 ‘우연한 일’을 겪게 된다.
“아픈 스님에 대해 걱정하면서 기차에서 내렸는데 한 젊은이가 말을 걸어왔어요. 대뜸 하는 말이 ‘아픈 사람을 구할 수 있는 비방이 우리 집에 있다. 전수할 사람을 아직 찾지 못하고 있는데, 생각이 있으면 찾아오라’면서 주소를 적어주었어요.”

며칠 뒤 그는 쪽지에 적힌 주소를 찾아갔다. 경북 청도 근처의 산골집이었다. 집안에 들어서니 기차에서 만난 젊은이가 반갑게 맞아주었고 그의 부친을 소개해주었다. 나이든 부친은 처음에는 “그런 약이 없다”고 했다. 그날 이후 스님은 몇달에 걸쳐 그 집을 수차례 방문했고 결국 할아버지는 ‘비방’을 건네면서 말했다. “이를 전수할 사람이 없어 고민했는데, 스님에게 비방을 전해드릴 수 있어 다행입니다. 부디 이 비방대로 약을 만들어 질병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구해주세요. 돈이 있는 사람에게는 돈을 받고, 형편이 안좋은 사람에게는 그냥 주도록 하십시오. 그게 제가 대가없이 드리는 뜻입니다.”

명광스님은 빛 바랜 종이에 적혀 있는 그 비방을 가지고 와 4개월여동안 약초를 섞어가며 환(丸)으로 만들어 ‘미삼정’이라 이름붙였다. 한의사가 아니어서 약으로 팔 수 없었던 스님은 이를 대중화하기 위해 고심끝에 94년 건강기능식품으로 허가받았다. 이어 동국대 생리학연구소 김철호 박사의 약효실험을 거쳐 특허를 공동신청해 3년 만인 지난달 특허청으로부터 특허를 받았다. 특허받은 약효는 항종양과 간염억제, 면역증강 활성 및 당뇨병 치료 분야. 러시아 모스크바 국립의과대 제55병원 재활의인 이익관씨는 “미삼정은 특히 면역증강과 함께 고혈압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러시아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도 민간요법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여 대체의약의 한 분야로 발전시키고 있는 게 요즘 추세”라며 “한국의 경우 수많은 비방들이 정통의학이 아니라는 이유로 방치되고 있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스님은 “약이란 그 자체가 효능을 지니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복용하는 이의 마음가짐”이라며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지니는 것이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스님은 “몸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약에 의존하려는 사람들이 있는데 무턱대고 약을 맹신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도 없다”고 꼬집었다. “무엇보다 맥이 끊길 뻔한 전통민간요법 중 하나를 되살린 것에 보람을 느낀다”는 스님은 “앞으로 민중의술살리기 단체가 전국적으로 활동을 하면 더욱 많은 민간의술을 발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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