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야기] 사랑한되 주고 행복 한말 받고[가족 자원봉사 모임 ‘민사고 러브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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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교차로협의회
  • 06.01.09 08:52:41
  • 조회: 379
#외롭던 민정이에게 언니가 생겼어요

민정이(가명· 초등4년)는 오늘 여느 때보다 훨씬 일찍 일어났습니다. 세수도 다른 때보다 더 열심히 하고 옷도 제일 예쁜 티셔츠로 갈아입었답니다. 오늘은 민족사관고 언니, 오빠들이 오는 날이랍니다. 민정이는 그중에서 지현이 언니를 가장 좋아한답니다.

여기 심향원에 있는 많은 친구들 중에 유독 나한테만 신경을 많이 써주고 손 붙잡고 다정하게 말 걸어주는 지현이 언니는 정말 친언니 같아요. 언니는 휴대폰에도 내 사진 넣고 다니며 자랑한대요. 언니를 처음 만난 건 지난해 3월이었어요. 처음엔 서먹서먹했는데 한달에 한번씩 언니, 오빠 가족들과 영화관도 같이 가고 장미꽃 축제, 목화축제에도 참가하고 박물관도 다니면서 정이 푹 들었지요. 일요일 오후엔 늘 학습지 하거나 텔레비전 보면서 집에만 있었는데 바깥 나들이 가는 게 너무 신나요. 꼭 가족이 생긴 것만 같아요. 지난 여름 민족사관고를 구경하고 학교 뜰에 타임캡슐을 묻었던 일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10년 후 멋진 헤어디자이너가 되고 싶다고 썼는데 비밀이라서 모두들 모를 걸요? 10년 후 멋진 모습으로 짜잔 나타나고 싶어요. 언니, 오빠들이 우리를 주인공으로 영어책도 만들어 줬어요. 솔직히 너무 어려워서 많이 보진 않았지만 우리 사진이 들어있어서 아주 기뻤죠.

오늘은 언니, 오빠들이 송년음악회와 게임을 준비했대요. 역시 지현 언니 첼로 솜씨가 제일 멋진 것 같아요. 히히. 사실 첼로 소리를 들어본 건 처음이에요. 어? 언니가 휴대폰 사진 다시 찍자고 부르네요. ‘김치~.’



#봉사하며 가족간의 사랑도 깊어졌어요

다섯가족 15명이 모여 함께 봉사활동을 하는 모임이 있다. 민족사관고 학생과 학부모들이 2004년 9월 만든 ‘민사고 러브이즈(KMLA Love is, cafe.daum.net/kmlaloveis)’가 바로 그 모임체다. 아동복지시설인 심향영육아원과 인연을 맺고 있는 이들은 봉사활동도 함께 하면 어색한 분위기도 떨칠 수 있고 훨씬 낫다고 입을 모은다. 학생들이 먼저 학교 인근 심향원에서 봉사를 하다보니 주말에 가끔 기숙사에 들러 아이들을 차로 데려다 주던 부모님들까지 자연스럽게 합류하게 됐다.

처음엔 아기들에게 목욕시켜주는 봉사를 했다. 그러다가 ‘가족들 속에서 정을 느끼며 문화체험을 하는 것이 더 필요할 것 같다’는 심향원과 ‘러브이즈’ 가족들의 마음이 이심전심으로 통했다. 그래서 초등학교 3학년에서 6학년 아이들 8명을 러브이즈 5가족이 맡아 자녀처럼, 동생처럼 지내기 시작했다. 지난해 3월 ‘내 나무 심고 가꾸기’에서 다음달 ‘눈썰매장 가기’까지. 이들은 1년치의 문화체험 행사를 한달에 한번씩 진행 중이다. 또 틈날 때마다 들러 민사고 학생들의 ‘특기’인 영어도 가르쳐 주고 책도 읽어준다. 심향원 아이들도 무척 밝아졌지만 러브이즈 가족들도 잊지 못할 경험들을 했다.



민사고의 지현이는 자기와 짝을 맺은 민정이가 요즘 부쩍 표정이 밝아져 안심이 된다고 했다. 민정이가 심리검사 결과 ‘내면에 스트레스가 가득 차 있고 극도로 내성적’이라는 말에 정말 가슴이 아팠기 때문이다. 동생이 없는 유주는 방울토마토도 입에 넣어주고 딸기를 얼굴에 붙이며 장난치는 여동생들이 학교에 가서도 눈에 선하다. 심향원 아이들을 돕기 위해 직접 만든 영어교재를 무더위 속에서 열심히 팔다가 탈진했던 예인이도, 시험공부하며 나흘밤을 꼬박 새우고 나서 심향원 아이들과 ‘졸음 등산’을 했던 병우도 모두 뿌듯한 경험이었다고 말한다.

서울에서 아침 일찍 출발해 하루종일 걸리는 일. 한번 모임을 가지려면 어른들은 어른들대로 아무리 적어도 3번은 만나 준비물도 점검하고 장도 봐야 한다. 어떻게 하면 더 유익한 체험을 할 수 있을지 인터넷 검색도 한다.



정기적인 봉사활동은 처음이라는 병우 엄마 유석란씨(42·서울 동부이촌동)는 “몸은 정말 힘든데 봉사하면서 오히려 우리 가족이 성장한 것 같다”고 말한다. 다른 일엔 좀처럼 시간을 내지 못하는 바쁜 아빠들도, ‘앞으로 40년은 해야지’ 하고 입을 모은다. 지난 5월엔 아이들이 색종이로 ‘엄마 아빠 감사합니다’라는 카네이션을 만들어줬다. 친엄마·아빠에게 주지 못하는 아이들 심정을 생각하곤 모두들 몰래 눈물을 훔쳐야 했다. 밖에 나들이를 가서도 뭘 사달라고 응석부리기는커녕 너무 질서정연한 모습에 오히려 가슴이 메고, 하루종일 봉사하고 서울로 돌아오면서도 혹시나 내가 상처준 것은 없을까 돌아보고 또 돌아보는 엄마·아빠들이다.

민사고 러브이즈는 심향원 봉사와 함께 매달 한번 무의탁 독거노인과 노숙자들에게 급식봉사를 하는 단체에서의 활동 등으로 지난 연말 중앙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 실시한 가족자원봉사 체험 공모전에서 아름가정상을 받기도 했다.

민사고 러브이즈는 앞으로도 쉬지 않고 사랑을 전할 것이라고 한다. 또 후배가족들을 대상으로 러브이즈 2기도 모집해 봉사의 기쁨을 더 많은 가족들과 나누고 싶다고 새해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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