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야기] 케이크와 달콤한 사랑[빵 만드는 사람들, 그들만의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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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교차로협의회
  • 05.12.28 08:49:19
  • 조회: 478

“케이크 선물 받으면 기분 좋잖아요. 얼마나 좋아할까, 어떤 표정을 지을까 계속 설레면서 케이크를 만들다 보면 꼭 연애하는 사람처럼 혼자 웃을 때가 많아요.”
빵을 만들면서부터 선물 걱정이 싹 사라진 사람들. 생일, 친척집 방문은 물론 온 집안의 이벤트 때마다 케이크 만들고 쿠키 구우면서 밤을 새도 행복해 하는 사람들. 나이도 다르고 취미도 다르고 학교도 다르고 사는 곳도 다르지만 크리스마스가 되면 연말이 가까워지면 꼭 송년회하듯이 하나둘 스튜디오로 모여 각자 누군가에게 선물할 케이크를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경희대 작곡가를 졸업한 한혜선씨(26)는 취미로 케이크 만들기를 하다 아예 가게를 냈다. 한씨가 대학 1학년 때 엄마로부터 받은 선물은 오븐.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쿠키를 만들어 학교 친구들이랑 교수님께 깜짝 선물을 해왔다. 대학 4학년 때 워커힐호텔 베이커리부에서 6개월간 연수를 시작하며 처음으로 전문가의 빵 만드는 모습을 접했다. 한씨는 삼년전, 이브와 크리스마스 이틀 동안 케이크 20개를 만들어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못만났던 친구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케이크 배달한 것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고 한다. 그때의 경험을 살려 지금은 친구 세명과 함께 ‘쁘티펫(작은 파티)’이라는 케이크&쿠키 스튜디오를 냈다. 이제 한 달, 주문 제작 방식으로 운영하는데 어릴 때부터의 빵과의 짝사랑이 결실을 맺은 것이라며 행복해 한다.

중학교 때부터 가족과 친구들 먹거리를 책임지던 조숙한 소녀였던 박신애씨(28)는 이제 어엿한 주부가 됐다. 요리 경력도 자그마치 십수년. 지난 4월 좋아서 하던 일을 평생 업으로 삼겠다며 쿠킹 스튜디오 ‘인더키친’을 냈다. 그는 해마다 생일날, 자신을 위한 케이크를 만든다. 자신이 가장 먹고 싶은 것을 만들지만 실제로는 친구들이 신나게 먹는 표정을 구경하며 더 즐거워한다.

부모님을 위한 간식만큼은 떨어지지 않게 만들어 놓는 노승혁씨(27)는 빵 만들면서 가장 보람있었던 것으로 여자친구 생일 케이크를 직접 만들어 준 일을 꼽는다. 눈썰미가 좋은 노씨는 타르트 만드는 걸 좋아한다. 타르트 받침 역할을 하는 생지만 있으면 토핑으로 만들어내는 맛이 무궁무진해 재미있다고 한다.

신용일씨(33)는 십년째 떡과 열애중이다. 연세대 체육교육학과를 졸업한 그는 부전공이었던 의류환경을 무기로 코오롱상사에 입사, 1년간 대기업 사원으로 지냈다. 부모님이 원하는 평범한 아들은 딱 거기까지였다. 1년을 채우고 지화자 떡집에서 새벽 4시부터 허드렛일을 하며 어깨너머로 떡만들기를 배웠다. 처음 3주는 하루종일 수십개의 떡시루 닦는 일만 했다고.

케이크처럼 예쁜 미니 떡 디자인에 빠져 2년을 보내고 유치원 때부터 차곡차곡 모은 통장을 털어 파리로 갔다. 그때만 해도 더 예쁜 떡 디자인을 위해 파리의 케이크를 보고 배우려는 욕심이었다. 프랑스 최초의 제과 학교 르노트르에서 제과 제빵 정규 수업을 시작한 그는 프로페셔널 과정을 끝내고 노영희씨가 운영하는 요리 스튜디오 ‘푸디’의 보조 푸드 스타일리스트로 있다.

르노트르 최초의 조교로 케이크 수업 과정을 진행할 정도로 인정받은 실력이지만 메인 요리를 모르는 파티셰는 있을 수 없다며 스튜디오 어시스트를 자처한 것이라고. 대학에 들어가서는 엄마 눈치 보지 않고 자유롭게 부엌을 접수했다. 가끔 새벽에 쿠키를 가득 구워 식탁에 올려놓는 이벤트로 엄마를 기쁘게 했던 그는 지금도 조카가 빵 만들어 달라면 새벽에라도 일어나 쿠키도 굽고 빵도 만든다.
“잘 빚은 반죽을 오븐에 넣고는 그 반죽이 부풀어 오르는 것을 보면 제 마음도 부풀어 올라요. 볼 때마다 설레는 기분, 직접 해보지 않으면 모르실걸요.”

지독한 중독, 그의 행복 지수는 남들과는 다른 계기판으로 움직인다. 마치 사랑의 시를 쓰듯 케이크 장식을 하며 무아지경에 빠지는 그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슈크림 빵.
“대학 1학년 때, 처음으로 만든 빵이 슈크림빵이었어요. 그냥 책 보고 만들었는데 책이랑 똑같이 만들어졌어요. 맛은 제과점 것보다 더 맛있는 것 같았지요. 그때 ‘집에서도 이런 걸 만들 수 있구나’ 하는 자신감을 얻었죠. 아마 그때 실패했더라면 지금 빵 만들고 있지 않을지도 모르죠. 르노트르에서 첫 수업시간에 슈크림빵 만들기를 배웠는데 그제서야 진짜 슈크림빵 맛을 알게 되었어요.”

프랑스 정통 디저트 케이크는 깜짝 놀랄 만큼 달다고 한다. 프랑스 사람들이 마시는 에스프레소 커피엔 단 케이크가 어울리지만 연한 아메리칸 커피를 주로 마시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겐 단맛이 덜한 시폰 케이크가 어울리는 것 같다고.
그가 가장 좋아하는 케이크는 프랑스 정통 디저트 케이크인 ‘오페라’. 1.5㎝ 높이에 빵과 시럽이 6겹으로 켜켜이 쌓아져 있는 ‘오페라’의 오리지널한 맛은 갤러리아 백화점 지하에 있는 ‘르 보아’나 ’드썅’에서 찾을 수 있다고 한다.

세상에서 가장 강렬한 유혹이 바로 달콤한 유혹 아닐까. 케이크를 만들며 누군가를 생각하고, 누군가가 그리울 때 케이크를 만드는 사람들. 케이크를 만들 순 없지만 특별한 날이 아니라도 마음이 특별하게 움직이는 날엔 가까운 케이크 하우스에 들러 보자. 누군가 하루종일 반죽하고 장식하고 그렇게 만들어낸 케이크를 고르는 것으로도 잠시 행복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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