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야기] 韓紙로 韓流를 만든다[닥종이 인형 세계에 알리는 ‘구닥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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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교차로협의회
  • 05.12.26 09:13:28
  • 조회: 395
아줌마들이 닥종이 인형을 만들기 시작한 이유는 소박했다. 취미삼아, 소장하고 싶은데 너무 비싸서, 한지 공예가 좋아서…. 그런데 지속적인 모임을 만들고 꾸준히 하다보니 어느날 덜컥 일본의 한 공모전에 당선됐고 지난 10월 교토에서 전시회까지 두차례 열었다. 닥종이 인형 작가모임 ‘구닥다리’다. 당초 9명으로 시작했으나 개인 사정상 탈퇴한 회원이 있어 현재는 강은숙(42), 김명희(49), 신성옥(49), 안정희(46), 이용순(45), 이유진(43), 조순희(45), 조정옥(44)씨 등 모두 8명이다.

자신이 만든 작품을 들고 있는 ‘구닥다리’ 회원들. 왼쪽부터 신성옥, 강은숙, 조순희, 이용순, 김명희, 안정희, 이유진씨. 조정옥씨는 사정이 있어 이날 함께 하지 못했다.



#8인의 아줌마작가 의기투합

‘구닥다리’란 이름은 9명이 모여 ‘닥’종이 인형으로 작가와 관객 사이에 ‘다리’를 놓자는 의미로 지은 것. 이들이 인연을 맺은 것은 같은 선생님 밑에서 인형 만들기를 배우면서부터다. 인형을 끝까지 배운다는 것은 생각보다 만만찮다. 이용순씨가 인형을 처음 배우던 때도 같은 반 수강생이 24명이었지만 결국 이씨만 과정을 수료했다. 6개월 과정에 남는 작품이 3개 정도. 그날 바로 작품이 나오는 게 아닌 탓에 지레 지쳐 중도 탈락한다. 장거리 경주에서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역전의 용사들이 모였으니 돈독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한달에 한번씩 꼭 만나 작품 계획을 세우고 자료 연구도 한다.



전시 주제는 주로 토속적인 놀이 문화나 우리네 풍습에서 찾는다. 이를 위해 성남 모란시장도 가고 순창 5일장을 보러 1박2일짜리 여행도 함께 떠난다. 인터넷에도 의지하지만 아무래도 직접 보는 것만 못해서다. 소재를 정하고 난 뒤에도 혹시라도 트집잡힐 일이 있을까 싶어 두꺼운 책을 뒤져가며 고증도 철저히 한다. 보통 전시회 한번에 1년을 투자하는데 이런 자료조사에 보내는 시간이 절반이다.



#토속적 소재 日전시회서 호평

이번 일본 전시의 주제는 팔도의 민속놀이였다. 8명이 각자 1도씩 맡아 송파산대놀이, 북청사자놀이, 지게놀이 등을 재현했다. 그 옛날 고싸움할 때 여자들이 끝부분을 잡고 있었다는 것도, 두레농악에서 신호용으로 쓰는 관악기 이름이 ‘뗑갈’이라는 사실도 모두 이번 작업을 통해 알게 됐다. 안정희씨는 “우리가 우리 것에 대해 너무 모르고 살았다 싶을 정도로 새로운 것을 많이 배운다”고 말한다.

각각의 인형을 잘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시장 안에 전체 작품을 어떻게 배치하느냐도 관건. 이들은 가로 6m, 세로 9m짜리 대형 한반도 지도를 만들고 인형을 각 도마다 설치했다. 독도를 빠뜨릴 수 없어 그 위에도 인형을 올려놓았다고.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일본인 관람객들이 ‘가와이(귀엽다)’를 연발하며 인형에서 눈을 떼지 못하더란다. 교토 지역 일간지와 NHK방송까지 전시회 소식을 보도했다. 이 정도면 ‘지우히메’나 ‘욘사마’ 부럽지 않다. 이 아줌마 작가들이 전시장에서 입고 있던 한복까지 덩달아 인기 급부상. 사진 한번 같이 찍자는 일본인도 많았다. 자신감을 얻은 회원들은 아예 한복 바람으로 교토 거리를 활보했다. ‘이런 게 문화 교류구나’ 싶었다. 특히 재일동포들한테 ‘웬만한 정치인보다 낫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는 가슴 한가득 뿌듯함이 차올랐다.



#한국과 세계 잇는 다리 될 터

집안일과 작품을 병행하기 힘들어 그만두고 싶은 고비도 있었으나 이젠 인형과 헤어지려야 헤어질 수 없게 됐다. 작품전에서 느낀 보람도 보람이지만 무엇보다 인형과 정이 담뿍 들었기 때문. “초반엔 ‘어떻게 해야 더 예쁠까, 표정이 더 좋을까’만 신경썼어요. 근데 지금은 풀과 한지가 만났을 때 나는 퀴퀴한 냄새가 좋은 거예요. 그 냄새가 좋아서 못 그만 두겠어요.(김명희)”

요즘 ‘구닥다리’는 내년 전시 주제를 구상하느라 한창 바쁘다. 작가와 관객을 잇겠다고 시작한 모임. 한국과 세계를 연결하는 다리로 거듭나고 싶은 욕심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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