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야기] 모습은 산타 할아버지 마음은 진짜 좋은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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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교차로협의회
  • 05.12.23 09:14:21
  • 조회: 245
[최용씨의 ‘우리 아빠, 산타 아빠’ 체험]



깊은 밤, 소리없이 찾아와 선물만 남겨두고 떠나가는 얄미운 사람. 어찌 됐든 선물이 남아있으므로 누군가 다녀간 것 같긴 한데, 얼굴을 못 본 아이들은 미심쩍어 아빠에게 질문을 한다. “아빠, 산타 할아버지는 정말 있는 거야?” 훌쩍 커버린 아이들의 질문 또한 해가 갈수록 집요하다. 그래서 독자 최용씨(40)는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아이들이 동심의 세계를 느낄 수 있도록 고민끝에 특단의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직접 산타로 변신하기로 한 것. 산타할아버지가 된 최씨의 하루를 따라가보자.



#산타로 변신한 아빠

기온이 뚝 떨어진 지난 일요일, 서울 근교의 놀이공원. 날씨야 춥든 말든 혜린(7)·서린(6) 자매는 사방팔방 뛰어다닌다. “와~ 눈이다! 아빠, 우리 여기서 눈싸움 하자.” “엄마, 나 저거 탈래.” 아이들이 놀이기구에 정신이 팔려있는 동안, 아빠 최용씨는 슬쩍 자리를 피해 산타아빠 집결 장소로 향했다.

이날 산타로 변장하고 놀이공원에서 퍼레이드를 선보일 아빠들은 최씨까지 모두 15명. 일단 몸에 맞는 산타 옷부터 잽싸게 골라 입었다. 빨간색 바지와 재킷을 입고 허리띠를 매니 제법 그럴싸하다.

분장의 하이라이트는 뭐니뭐니해도 흰 수염. 길이가 배까지 내려올 정도로 길어서 단순히 붙이는 것을 넘어 거의 뒤집어 쓰는 수준이다. 빨간색 모자까지 쓰고나니 밖에서 보이는 것이라곤 두 눈뿐. 초반엔 아이들이 너무 빨리 아빠를 알아볼까봐 염려했는데 이젠 못 알아보고 선물만 낼름 챙겨갈까봐 걱정이다.

“웃음 소리부터 연습하겠습니다. 이렇게 하시면 돼요. ‘산타가 왔습니다. 으허허허허!’” 옷만 차려입었다고 하루아침에 산타가 될 수는 없는 법.

산타로서의 기본 소양을 갖추고자 숙달된 조교의 시범을 따라했는데 웃음 소리부터 만만치 않다. 명색이 산타인데 촐싹거리며 웃을 수는 없지 않은가. 배에 힘을 딱 주고 복식 호흡으로 굵고 힘차게 웃어야 한다. 오직 아이들을 위해 웃음을 지어내느라 아빠는 배가 당겨 괴로운 바로 그때. 아무 것도 모르는 혜린이와 서린이는 놀이공원 반대편에서 치킨과 떡볶이, 만두를 먹느라 정신이 없다.



#진짜 산타할아버지다!

퍼레이드 내내 웃기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유능한 산타는 어린이들에게 시의적절한 멘트도 날릴 줄 알아야 한다. 애드리브에 약하다면 서너가지 정도는 미리 외워두어야 한다. “메리 크리스마스! 착한 일 많이 하세요.” “훌륭한 사람 되세요!” 혹시라도 말로만 때우려 한다는 의혹을 살까봐 선물 보따리 안에 사탕과 초콜릿을 가득 넣었다. 혜린이와 서린이를 위해 미리 준비한 선물도 보따리 안에 숨겼다.

드디어 아이들에게 선물하러 갈 시간. 산타로 분장한 아빠들이 줄 맞춰 놀이공원 한복판으로 나섰다. 산타를 알아본 어린이들이 여기저기서 달려온다. 연습한 대로 큰소리로 인사하는 최씨. “메리 크리스마스! 얘들아, 선물 줄까?” 어린이들과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무릎을 꿇고 앉아 보따리를 풀었다. 사탕과 초콜릿을 나눠주자 환호성을 지른다. 일부 아이들은 ‘사탕이 무슨 선물이냐’며 툴툴거리기도 한다.

저쪽에서 두 공주가 달려온다. 엄마와 함께 놀고 있던 혜린·서린이가 산타 행렬을 발견한 것이다. “혜린이 서린이 메리 크리스마스! 건강하고 씩씩하게 자라라.”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산타한테서 예쁜 선물을 받은 자매. 아이들은 잠시 어리둥절하다. 뜻밖에 선물을 많이 받은 아이들은 이 깜짝 뉴스를 친구들한테 자랑해야 하는데…. 유치원이 방학인 게 안타깝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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