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야기] 4인의 프린세스, 큰 내일을 꿈꿉니다[포천종합고교 동아리 ‘프린세스 플라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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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교차로협의회
  • 05.12.16 09:28:59
  • 조회: 271
경기도 포천종합고등학교 3학년 임혜은양(18)은 요즘 친구들 사이에서 ‘임사장’으로 통한다. 임양이 같은 반 친구들 3명과 함께 만든 ‘프린세스 플라워’(www.i-pochon.com)는 이미 학교 전체는 물론이고 지역에서도 유명한 ‘기업’이다.

압화를 이용한 생활소품을 제작해 창업에 성공한 포천종합고교 창업 동아리 ‘프린세스 플라워’. 왼쪽부터 황윤정·임혜은·신미소양. 졸업 전 취업한 최지연양은 이날 사진촬영에 참석하지 못했다.

들꽃을 눌러 만든 압화로 장식한 생활소품과 액세서리를 판매하고 있는 프린세스 플라워는 지난달 한국 YMCA전국연맹이 주최한 ‘제3회 청소년 벤처모의창업게임’에서 1등상인 산업자원부장관상을 받았다. ‘축 수상, 임혜은, 신미소, 최지연, 황윤정’. 포천종합고 교문앞에 임양과 세 친구들의 이름이 적힌 대문짝만한 현수막이 자랑스럽게 나부끼고 있다.



#소녀들, 의기투합하다.

“우리 한번 선생님이 말씀하셨던 비즈공예반 들어볼래?” 지난해 봄, 한 친구가 재미삼아 했던 제안이 시작이었다. 그저 액세서리 좋아하는 같은 반 친한 친구들 6명. 모두들 사업에 대해선 ‘ㅅ’도 모르는 상태였다.

포천종합고는 지난해 중소기업청에서 지원하는 창업시범학교인 ‘비즈쿨’로 지정되면서 예닐곱개 창업동아리가 만들어졌다. 비즈공예 창업동아리도 그중 하나였다. 처음엔 비즈로 시작했지만 비즈공예가 너무 시간이 걸리는데다 재료비가 비싸고 여름에만 팔린다는 의견이 많아 곧 들꽃을 말려 각종 생활용품에 응용하는 ‘압화’로 아이템을 바꿨다.

들꽃을 따 꽃잎을 한장한장 물들이는 데 걸리는 시간은 3시간 정도, 물들인 꽃잎을 시트 위에 얹어 3일간 말리면 1차 재료준비는 끝이다. 조팝이며 사발꽃, 제비꽃, 맨드라미, 장미 같은 각종 꽃잎들은 곱게 말려져 다림질이나 에폭시 처리후 부채, 머그잔, 냉장고자석, 컵받침, 손거울 등 세상에 단 하나뿐인 아름다운 제품으로 탄생했다.

“작고 깔끔한 조팝이나 사발꽃은 작은 액세서리에 잘 어울리고요, 장미나 접시꽃은 화려한 명함집이나 스탠드 등에 어울리죠. 압화를 하다보니 예쁜 꽃만 보면 저도 모르게 따고 싶어져요.” 아이들은 어느새 하루하루 압화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소녀들, 사업을 시작하다.

지난 5월부터 시작된 모의 창업게임엔 동아리 멤버중 현재 임양과 같은 반인 친구들 3명이 함께 출전했다.

1차 사업계획서 제출, 2차 프레젠테이션, 3차는 3개월간의 사업진행 결과 발표 등의 순서로 대회가 진행됐는데 하나하나가 만만치 않은 과정이었다. 생전 처음 만들어 보는 A4용지 10장 분량의 사업계획서를 준비하느라 밤을 새운 적도 하루이틀이 아니었다. 프레젠테이션에선 어떤 점을 강조해야 할지, 또 STP전략(시장세분화, 타기팅, 포지셔닝)을 어떻게 설명할지를 놓고 모두 머리를 맞댔다. 석달간의 사업을 진행하는 동안 학교나 지역 축제가 있을 때마다 좌판을 벌이고 홍보, 판매하느라 학생이라는 ‘본업’을 잊을 정도였다. 수업이 끝난 후엔 밤늦게까지 제품을 만들었고 주5일제로 수업이 없는 주말에도 꽃을 따거나 시장에 다니며 재료를 준비하느라 분주했다.

‘프린세스 플라워’가 제작한 생활소품들. 위쪽부터 차례로 거울, 컵받침, 냉장고 자석, 스탠드.

장장 5개월 동안 진행된 대회. 경쟁도 치열했다. 사업계획서를 제출한 전국 47개팀 314명의 청소년 중 3차의 과정을 거치며 추리고 추려 최종결과가 발표됐다.

“3등부터 불렀는데 우린 떨어진 줄 알았어요. 1등 발표땐 정말 눈물이 날 정도로 기뻤죠.”

그 순간만큼은 한여름, 손부채에 꽃을 다림질해 넣느라 땀띠가 날 뻔한 일도, 얇은 꽃잎이 날아갈까봐 선풍기도 못 틀고 기침 한번 제대로 못했던 고생도 한순간에 사라졌다.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감수성을 살린 제품이고, 들꽃이라는 지역사회의 천연자원을 직접 채취해 활용했다는 점 등이 주최측이 밝힌 선정 이유였다.



#소녀들, 미래를 꿈꾸다.

총 창업자금은 중소기업청과 학교에서 나오는 동아리 지원비를 합해 80만원. 대회 기간인 7~9월 석달동안 각종 행사에 참가하고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벌어들인 돈은 2백50만원. 재료비 등을 제한 후 손에 떨어진 순수익은 1백만원 남짓이다.

들인 공에 비해 참 적다. 그러나 애초에 돈이 목표는 아니었다. 창업 경험을 해 보자는 게 목표였기에 사업자 등록도, 적극적인 판로 개척도, 적정한 가격책정도 하지 않았다. 졸업후 ‘기업’은 동아리 후배들에게 물려줄 생각이다.

이제 졸업. 3년 내내 같은 반이었던 네 친구들은 각자의 길을 간다. 지연이는 미용사 자격증을 따 미용실로 취업했고, 혜은이는 간호학과 진학이 결정됐고, 윤정이와 미소는 수시 2차에 원서를 넣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사업이라면 무조건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직접 해 보니까 그렇게 어렵진 않은 것 같아요. 사업경험을 통해 도전정신과 뭐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언제든지 부업으로 창업을 할 수도 있겠단 생각도 들고요. 하하하.”

추위마저도 녹일 듯한 밝은 웃음. 이들이 얻은 자신감과 도전정신이야말로 고교 3년이 아깝지 않을, 세상을 살아나갈 가장 큰 밑천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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