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야기] “한국, 너무너무 사랑해요”[불가리아 첼리스트 키릴로바 가족의 특별한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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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교차로협의회
  • 05.11.30 09:17:28
  • 조회: 857
가끔씩 이방인 가운데 한국인보다 더 한국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다. 더욱이 이들은 한국에 살지 않으면서, 또한 한국에 한번도 와본 적이 없으면서 한국문화에 흠뻑 빠져 있기도 하다. 한국인이 조국을 위해 스스로 민간외교관 역할을 하는 이들이 있지만, 이방인이 한국을 위해 민간외교관 역할을 하는 경우는 쉽지 않다. 과연 한국과 한국문화의 그 무엇이 이방인을 감동시켜 스스로 한국문화를 알리는 민간외교관이 되게 하는 것일까.

불가리아인으로 첼리스트인 다니엘라 키릴로바(44·여)가 어쩌면 한국인보다 더 한국문화를 사랑하는 바로 그 이방인이다. 지난 17일 처음 한국을 방문한 키릴로바는 2001년부터 아리랑국제방송을 통해 한국문화를 접한 이후 한국문화를 불가리아에 알리는 ‘한국문화 전도사’ 역할을 톡톡히 해오고 있다. 그는 한국을 방문한 적도 없고 또 한국과 한국문화에 대해 체계적인 공부를 하지도 않았지만, 텔레비전을 통해 한국문화를 접하면서 그만 한국문화에 푹 빠졌다고 한다.



#우연히 접한 아리랑방송에 빠져든 것이 계기

불가리아의 ‘한국문화 마니아’ 키릴로바가 한국과 인연을 맺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1년. 불가리아의 작은 도시 바르나에 살고 있는 키릴로바는 그 지역의 케이블방송국 ‘M-sat’을 통해 방영되고 있는 아리랑국제방송을 우연히 접하게 됐다. 어느날 TV 채널을 돌리다 아리랑방송의 ‘Let’s Speak Korean’ 프로그램을 보게 된 것. 그는 이 프로그램에 흥미를 느꼈고 새로 ‘발견’한 이 채널을 통해 한국문화에 대해 더 알고 싶어졌다. 생전 처음 보게 된 아리랑방송을 시청할수록 한국음악에 대한 호기심은 더해갔다. 키릴로바는 “이러한 지적 호기심은 아리랑방송의 훌륭한 프로그램과 수준 높은 영어자막을 통해 충족될 수 있었다”면서 “지금은 아리랑방송이 제공하는 모든 프로그램들에 대해 샅샅이 말할 정도로 아리랑방송의 마니아가 되었다”고 한다.

특히 키릴로바의 가족은 모두가 음악인 가족이어서 한국음악 프로그램을 자연스럽게 좋아하게 됐다고 한다. 남편 크리스는 트럼본 연주자로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부부 모두 학교에서 음악을 가르치고 있다. 이번에 함께 한국을 찾은 딸 카멜리아(17)도 첼로를 배우고 있는 음악도이다.

이들 가족의 아리랑방송에 대한 사랑은 이내 한국에 대한 사랑으로 이어졌다. 프로그램을 보면서 ‘아리랑’을 포함해 한국음악을 직접 연주했고, CD로 만들어 ‘For the Love of Korea’라는 타이틀로 아리랑방송국에 보내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More Than Kimchi’ 프로그램을 보고는 김치를 직접 만들어 먹기도 했다. 또 독일에서 활동중인 첼리스트 조양창씨가 바르나에서 연 음악아카데미에서 한국음악을 배우기도 했다.



#“온가족이 한국문화 알리기 더욱 앞장”

환한 미소 그런데 한창 한국음악과 문화에 대해 ‘맛’을 들여갈 즈음인 2003년 6월, 돌연 채널이 사라졌다. 한국의 아리랑방송에 문의해본 결과 송신시스템을 변경했는데, 이를 방송사측에서 대처하지 않았다는 것. 이들 가족은 방송사를 찾아가 이러한 사정을 알려주었고 다시 방송이 재개되었다.

우여곡절을 겪고 한숨을 돌리고 있던 지난해 봄, 이들 가족은 다시 한번 큰 슬픔에 잠겼다. 아리랑방송 채널이 다시 사라져버린 것이다. 그런데 방송사의 해명을 듣고 이번에는 크게 낙담하지 않을 수 없었다. 더 수익이 나는 상업채널을 방송하기 위해 아리랑방송을 중단했다는 답변을 들었던 것. 그래서 이들 가족은 처음에는 친구 등을 ‘동원’해 방송사측에 항의전화를 했다. 이들의 극성스런 ‘전화 공세’가 계속되자 방송사측에서 한발 물러서 타협안을 제시했다. 지역 주민들에게 서명을 받아 방송재개 탄원서를 제출하면 긍정적으로 검토해보겠다는 것. 이들은 10일에 걸쳐 212명의 서명을 받아 방송사에 제출했고, 방송사도 이들의 열성적인 ‘아리랑방송 살리기’에 감동을 받아 다시 한번 전송을 재개하는 조치를 취했다.

키릴로바는 “두 번의 일을 통해 어떤 일이든 진정으로 원한다면 불가능한 일은 없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이들 음악가족의 한국음악에 대한 사랑은 더 깊어갔다. “우리 가족은 동양음악을 즐겨듣는데, 모두 아리랑방송의 ‘Sound & Motion’이라는 프로그램 덕분입니다. 동양음악은 매우 영적이고 조용하면서도 굉장히 감정적이어서 불가리아인들의 정서와도 통하는 것 같아요. 또 한국 무용은 마치 가을 낙엽이 하늘을 떠다니는 것처럼 온화하며 아름답습니다.”

이들 가족의 한국사랑은 마침내 아리랑방송사측에도 알려졌고, 지난 17~19일 개최된 아시아 최대 규모의 방송영상물 견본시인 BCWW에 초청돼 처음으로 한국땅을 밟았다. 키릴로바는 “불가리아에서 한국은 ‘경제강국’ 정도의 인식이 퍼져있었는데, 요즘에는 경제뿐만 아니라 음악 등에서도 독자적인 문화를 보유한 ‘문화강국’으로 차츰 인식되고 있다”면서 “앞으로 온가족이 한국문화를 알리는데 더욱 앞장서겠다”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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