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야기] 아버지의 사랑이 전해옵니다[아버지의 국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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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교차로협의회
  • 05.11.25 09:17:16
  • 조회: 287
어린이가난하고 참혹하기조차하지만 그조차도 추억이기에 얼마간 그립기도 한 몇 십년 저쪽의 시간들은 마치 사진작가 강운구 선생의 사진같다. 눈이 세차게 내리는 날 쇠양동이를 머리에 인 몸뻬바지 어머니와 겉옷을 뒤집어쓰고 따라가는 꼬마, 그리고 개 한마리.

그 사진처럼 힘겨웠지만 술이라도 얼큰해지면 꼭 한자락 추억할 수밖에 없는 할아버지의 6·25 전쟁 이야기. 요즘 아이들은 할아버지·할머니가 꼭 그 아이들만했을 적에 겪어야 했던 ‘빛 바래고 포화에 그슬린 흑백사진 같은’ 동심을 짐작이라도 할까.

은진이네 증조할아버지 제사에는 꼭 국밥이 올라간다. 할아버지가 은진이만했을 때 터진 전쟁 때문이다. 할아버지가 ‘두수’라는 이름의 꼬마였을 때 6·25가 나자 서울에 있던 증조할아버지의 안부도 모른 채 피란을 떠나야 했다. 당시 다른 수많은 아이들처럼.
두수는 여동생 소영이와 함께 시체를 수없이 보고,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 피란길에 올랐다가 전쟁이 끝나고 구사일생으로 무사히 고향마을로 돌아온다. 피란 떠날 때 배불렀던 어머니는 막내를 낳고 피란길에서 헤어졌던 할머니와도 감동의 재회를 하지만, 서울에 있다는 아버지 소식만은 알 길이 없다.

기적처럼 아버지를 봤다는 삼촌의 도움으로 아버지 소식을 알게 되지만, 아버지는 고향으로 내려오지를 않고 돈과 편지만 부쳐온다. 아버지를 찾으러 서울에 간 두수는 서울역에서 지게꾼으로 막일을 하면서 끼니도 거른 채 돈을 모으는 아버지를 보고 목이 멘다. 몇 년 만에 만난 귀한 아들에게 뜨끈뜨끈한 국밥을 한 그릇 시켜주고 자신은 차디찬 두부 한모로 끼니를 떼우려는 그 마음을 짐작한 것이다.
아들은 꼬깃한 지전을 꺼내 국밥집 아줌마에게 “국밥 한그릇 더 말아달라”고 목메어 말한다.

‘아버지가 수저를 듭니다. “이거 참, 내가 두수한테 국밥을 다 얻어먹는구나. 어서 먹자.” 그제서야 두수는 숟가락을 듭니다. 가슴 밑바닥에서 북받치는 울음을 국밥으로 간신히 틀어막습니다. “허, 구수하고 얼큰한 게 속이 확 풀리는 걸. 오늘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국밥을 우리 두수 덕에 먹는구나. 두수도 그러냐?” 아버지가 두수의 그릇에 국밥을 덜어줍니다. 한 숟가락, 두 숟가락, 세 숟가락…. 아버지가 덜어 준 국밥 위로 두수의 굵은 눈물방울이 떨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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