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 요리만 잘하면 되나요? 서비스가 좋아야죠[주방보조 호텔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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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교차로저널
  • 05.11.16 09:17:18
  • 조회: 346
‘권위 있는 귀족, 순수한 혈통’이 아니어도 상관없다. 여기 들어서면 누구라도 왕 대접을 받을 수 있다. 손님 한사람을 최고로 모시기 위해 수백명의 직원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곳, 바로 호텔이다. 방 청소와 욕실 정리는 물론이고 빨래와 구두닦이 서비스까지. 삼천 궁녀를 거느리는 기분이 이러했을까 싶다.



#호텔 주방보조로 변신

특급 호텔에서 근사한 유니폼을 입고 일한다는 건 일견 화려해 보이는 일이다. 박씨도 호텔에 도착하기 전까지 그런 그림을 상상했다. 드라마 ‘호텔리어’의 주인공처럼 말끔한 정장 입고 손님에게 인사를 건네게 되겠지? 이같은 기대는 이내 와장창 깨졌다. 밀레니엄 힐튼호텔 안의 이탈리아 식당에서 주방 보조로 일하라는 지시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호텔리어 체험에 웬 주방 보조?’ 의아한 생각이 들 법도 하다. 그러나 객실·주방·사무직을 불문하고 호텔에서 고객을 위해 일하는 사람은 모두 호텔리어. 주방은 고객들의 하루 세끼를 책임지는 중요한 곳이다. 빳빳하게 다려입은 유니폼의 꿈은 버리고 주방에 어울리는 모자와 앞치마로 의관을 정제했다.

점심시간을 2시간여 앞둔 주방은 정신없이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주방장에게 신고식을 하러 갔는데 세상에 이럴 수가. 주방장 이름이 아니타 비디니, 이탈리아인이다. 영어로 말을 걸어온다. 손님뿐 아니라 직원 중에도 외국인이 많은 곳이 호텔. 호텔리어에게 영어는 필수인 셈이다.

‘중1 교과서 영어’로 첫인사를 대충 때우고 나니 드디어 임무가 주어졌다. 한 무더기 쌓여있는 조개 까기. 해산물 파스타나 리조또에 들어간다. “이건 왜 이렇게 안 떨어지지?” 잘 까지지 않는 것은 비틀고 쥐어뜯어 껍데기에서 떼어냈다. 결국 너덜너덜해진 조갯살. 누구 입으로 들어갈지 걱정이다.



#최고의 음식과 서비스로

주방장 아니타 비디니와 독자 박인씨

호텔 주방장이라고 해서 요리만 잘하면 되는 것은 아니다. 손님이 얼마나 빨리 음식을 먹는지, 다음 요리는 언제 내보내야 할지, 남자인지 여자인지(성별에 따라 음식의 양을 조절한다) 테이블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어야 한다. 때문에 웨이트리스·웨이터와도 손발이 척척 맞아야 한다고. 손님이 메뉴에 없는 요리를 주문할 때는 순발력을 발휘해 즉석에서 만들어내야 한다.

이날 첫 근무인 박씨야 이런데 신경 쓸 겨를이 있을 리 없다. 아까부터 양상추 장식을 만드느라 낑낑거리고 있다. 분명히 주방장이 시범을 보인 대로 따라 했는데도 왜 이렇게 엉성한지. 잎야채 5~6장을 포개서 꽃 모양을 만들어야 하는데 여기저기 흘리고 비어져 나오고 난리도 아니다.

야채꽃 만들고 겨우 한숨 돌릴까 했는데 샐러드에 들어갈 연어를 토막내란다. 손님들은 밖에서 점심 먹고 있는데 밥 굶어가면서 하려니 여간 괴로운 게 아니다. 끝없이 일감을 안겨주는 주방장. 이번에는 오이 피클을 썰라고 시킨다. 영어 못 알아들은 척하고 버틸까? “잠깐만 쉬었다 하면 안돼요?” 물론 안된다. 호텔 고객들이 끝없이 밀려 들어오는데 호텔리어가 앉아서 쉰다는 건 안될 말이다.

시간이 오후 2시에 가까워지니 손님이 뜸해진다. 이 틈을 타 주방장이 박씨를 불러 특별히 파스타 만들기를 가르쳤다. 국수를 푸짐하게 삶은 뒤 주방장과 함께 나눠 먹는 영광까지.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손님들이 먹고 즐거워했을 거라 생각하니 흐뭇하다. ‘정말 호텔리어에 도전해볼까?’ 서울시내 특급호텔은 결원이 있을 때마다 수시채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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