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야기] 수자원공사 성남권 관리단 농사삼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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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교차로협의회
  • 05.11.04 09:37:34
  • 조회: 335
조용한 사무실에 갑자기 전화벨이 울린다. “지금 밖에 비온다구! 옥상에 깨 말려놓은 거 빨리 걷어!” 전화기 너머 들려온 다급한 목소리는 대뜸 뜬금없는 지시를 내린다. 사무실 안에 있느라 비오는 줄도 몰랐던 직원들. 화들짝 놀라 옥상으로 뛰어가면서도 “외근 중에도 깨 걱정 하시다니, 역시 우리 단장님 천직은 농부인가봐~” 킥킥거리는 웃음을 감추지 못한다.



“이봐, 아무래도 우리 고랑 배추가 더 싱싱한 것 같지 않아?” “무슨 소리야, 벌레 먹은 자국 보이더구먼. 우리 고랑이야말로 밤낮으로 벌레 잡아줬더니 깨끗하잖아.” 드라마 얘기, 아이 크는 얘기가 오가야 할 회사 휴게실. 여기 직원들은 이상한 주제를 가지고 서로 옥신각신한다. 도대체 양복 잘 차려입은 사람들이 이런 생뚱맞은 상황을 연출하는 이곳은 어디일까. 한국수자원공사 성남권관리단의 사무실 풍경이다. 이곳 직원들이 농사 삼매경에 빠지게 된 건 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노는 땅서 유기농 작물재배

박희웅 단장(55)은 정수장 시설 내에 2,300평에 달하는 땅이 야적장으로 버려진 채 놀고 있는 모습을 볼 때마다 못내 마음에 걸렸다. 어느날 직원들을 불러놓고 느닷없는 제안을 했다.

그곳에 직접 농사를 지어 불우이웃돕기에 쓰면 어떻겠느냐고. 농사는커녕 콩나물도 길러본 적 없던 직원들, 순간 당황했지만 불우이웃을 돕자는 그 명분에 대놓고 반대할 용기는 없었다. 그때부터 아마추어 농사꾼들의 좌충우돌이 시작됐다. 배추, 깨, 고구마, 옥수수, 참외, 수박…. 유기농 농사는 벌레와의 전쟁이었다. “꺄악~” 여자 직원들의 비명소리가 여기저기서 메아리쳤다.



위로부터 깨, 옥수수, 고구마

남자 직원들도 벌레 한마리 잡는 데 핀셋과 나무젓가락까지 동원해 온갖 씨름을 했다. 땅에선 배추벌레가, 하늘에선 배추나비가 무차별 공격을 해대는데 점심시간엔 잠자리채를 들고 나와 나비채집까지 불사해야 했다. 시설관리과는 이쪽 고랑, 고객지원과는 저쪽 고랑을 맡도록 하는 등 과별 책임제도를 도입한 후에는 과별로 은근한 경쟁의식까지 생겼다.



#초보농꾼들 한여름 비지땀

앞에선 마치 전업농부처럼 직원들을 독려했던 박단장도 사실 뒤에선 수시로 시골에서 농사짓고 계신 부모님께 전화를 걸어 물 주는 법부터 거름 주는 법까지 하나하나 코치를 받았다.

그렇게 뙤약볕에 몸을 불살랐던 여름이 가고 드디어 수확의 계절 가을이 왔다. 아기 머리통만한 고구마에 고소한 기름이 잘잘 흐르는 참깨, 들깨를 뽑아내며 “이야, 이거 정말 우리가 키운 거 맞아?” 연신 자화자찬을 이어가는 직원들. 밭을 둘러보느라 출근시간을 1시간 앞당기고 점심시간에 잠시 눈도 붙이지 못했던 지난 고생들은 이 뿌듯함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수자원공사를 견학차 들렀다가 옹골찬 무공해 농작물을 본 여성단체로부터 대번에 대량으로 주문이 들어왔다. 이젠 주문량에 맞춰주느라 박단장은 토요일, 일요일에도 밭에 나와 깨를 베어내고 고구마를 뽑는다.



#수익금 사회복지단체 기탁

벌써 6백만원이 넘는 수확을 올렸다. 여기서 나온 성금은 박단장이 307번째 천사로 활동하고 있는 ‘성남 천사운동본부’와 함께 쓰러져가는 집에 사는 어려운 이웃의 러브하우스 건축비용으로 쓸 예정이다. 특히 김치 파동으로 김치값이 금값이 된 올해 밭에서 난 배추는 더욱 인기만점이다. 여성단체 회원들과 함께 직접 김장을 담가 양로원 같은 불우이웃 시설에 갖다드릴 계획이다.



얼마전엔 성남 수자원관리단의 소문이 본사까지 퍼져 수자원공사 중앙관리들도 시찰을 다녀갔다.

“우리 지역이 모델이 돼 각 지역별 정수장마다 놀고 있는 땅에 이렇게 생명의 싹을 틔울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물이 생명’이라는 수자원공사 컨셉트와도 맞으니 국민에게 신뢰도 줄 수 있고, 어려운 이웃도 도울 수 있으니 일석이조 아니겠어요?” 수확기의 박단장은 내내 사람좋은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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