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야기] 매일 죽는 女子 [‘국내 有二’ 스턴트우먼 조주현·홍남희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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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교차로협의회
  • 05.11.03 09:03:17
  • 조회: 1033
요즘 한국영화나 드라마의 액션장면은 할리우드 못지 않다. 스턴트 기술이 점점 좋아지고 있기 때문. 007같은 액션은 이제 흔하게 볼 수 있고 드라마 다모에선 화려한 무술솜씨로 ‘폐인’이란 신조어까지 나왔다. 현재 국내에서 활동하는 스턴트는 200여명. 액션배우 지망생과 스턴트 지망생까지 합치면 엄청난 숫자다. 그렇다면 이중 스턴트우먼은 몇이나 될까? 제대로 활동하고 있는 스턴트우먼은 놀랍게도 딱 2명이다.
태권도 5단, 검도 5단, 합기도 2단 경력 13년차 스턴트우먼 조주현씨(35·사진 오른쪽 위). 국내 유일의 스턴트우먼이다. 스턴트생활 12년 동안 여자 후배 하나 없었다. 1년 전에야 스턴트를 해보겠다는 후배 홍남희씨(23)를 받았다고 한다.

“남들에게 평생 한번 일어날까 말까 한 일을 하루에도 수십번씩 하잖아요. 제가 이 직업이 아니면 어떻게 헬기에서 떨어지고, 온 몸에 불을 붙이고...그런 걸 해볼 수 있겠어요. 상상이나 공상에서나 가능한 일을 직접 해보잖아요. 교통사고라도 할 때마다 새로워요. 차도 타고, 8차선 도로나 시골길 등 모든 것이 달라지잖아요. 매번 다른 사고를 당하죠. 하하.”
아마도 그녀는 스턴트를 할 팔자였나보다. 멋진 액션 영화를 보고 잔 날 밤엔 낭떠러지가 있는 막다른 곳에서 건너편으로 훌쩍 날아 뛰어내리는 꿈을 꾸기 일쑤. 어른이 되어서도 가끔은 멋진 영화의 한 장면처럼 차를 몰고 바다로 뛰어드는 몽상을 했단다.

스턴트를 하게 된 것도 우연이었다. 고교 때엔 기계체조선수여서 운동신경은 좋았다. 다니던 무술도장 관장이 스턴트를 하는 것이 인연이 됐다.
키 169㎝, 52㎏. 마른 듯하면서도 강단있어 보이는 조씨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스턴트 전문 교육을 하고 있는 액션스쿨 회원. 무술지도 강사도 맡고 있다. 액션스쿨에서 8년째 해마다 50명씩 연수생을 배출하는데도 스턴트우먼이 없는 것은 그만큼 힘들기 때문. 지망생은 해마다 10명 정도 되지만 연수기간 6개월을 마치는 지망생은 거의 없다는 것. 의욕이 있어도 신체조건이 안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요즘엔 여배우들이 마르고 키가 커서 스턴트우먼 지망생의 신체조건은 매우 중요하다고 한다.

“연수기간을 마쳐도 바로 스턴트가 되는 게 아니거든요. 연수를 마친 후 테스트에 통과하면 액션스쿨 회원이 되죠. 회원이 되어서도 열심히 기술을 연마해야 마땅한 역할이 있을 때 시작하는 거죠. 그런데 연수과정에서 대부분 포기를 해버립니다. 그동안 2명 정도 있었는데 결혼하고, 그나마 한 명은 다치고…. 할 수 없이 남자들은 1년에 한 번 기수로 뽑는데 여자는 수시 모집이에요. 가능성만 있으면 언제라도 교육시키려고요.”
드라마나 영화에서 여자 배역의 사고 장면에 대역이 많은데 그 많던 대역은 모두 체격 작은 남자 스턴트가 여장을 하곤 대역의 대역을 해왔다고 한다.

힘든 만큼 돈이 되는 것도 아니다.
“스턴트를 쓴 지 몇년 안됐어요. 저도 5~6년 전부터 제대로 일했지, 그전엔 1년에 촬영이 몇번 없었어요. 일당으로 받는데 생활이 형편없었죠. 삯바느질도 했어요. 동네 아주머니들이랑, 밤새 해도 스커트 치맛단 1장밖에 못해요. 그래서 1,300원을 받았던가….”
조주현씨는 방송에서 10등급(중간 정도)의 보수를 받는다. 방송 시간에 따라 다른데 70분짜리일 경우 70만원 정도라고 한다. 액션 장면이 많은 대하 사극드라마에 출연하게 되면 조금 낫다.

“나갈 때마다 받으면 재벌되죠. 1회 방영분에도 동해로, 남해로 전국 방방곡곡 가야죠. 사극은 특히 1회분에도 강원도 숲에서 격투하다가 남해 바닷가에서 칼 싸움하고.…연봉 3천만~4천만원 정도. 좀 덜 벌거나, 더 벌 때도 있지만. 근무 시간에 비하면 일반 직장인보다 조금 나은 거 같아요. 하루종일 근무하는 게 아니니까요.

영화 출연은 일당으로 받는데 출연횟수가 많으면 편당 계약을 한다. 광고 촬영이 가장 쏠쏠한 편. 이미연이 제주도에서 말을 타는 CF 장면은 조씨가 최근 대역한 광고이다. 그녀가 대역한 드라마와 영화 등 영상 매체를 모두 합하면 1,000편 정도. 그 중 기억에 남는 것은 MBC 드라마 ‘다모’에서의 채옥(하지원) 대역. 깊은 밤 대나무 숲이나, 장대같은 빗속 아니면 들판을 질주하는 말 위에서 등 힘든 장면이 유독 많았다.

스턴트는 목숨을 담보로 하는 직업. 늘 위험하다. 액션스쿨 회원은 출연료의 18~19%를 복지기금으로 액션스쿨에 낸다. 복지기금은 촬영으로 인한 사고나 장비 구입·관리, 그리고 스턴트 교육에 사용된다. 해마다 뽑는 연수생 50명의 6개월 간 연수비용은 전액 무료다. 스킨스쿠버와 승마 교육 때만 당근 값 정도의 실비를 받을 뿐. 경비는 현재의 선생님이자 미래의 선배인 액션스쿨 회원들 출연료의 일부다.

다행히 그녀는 마음을 나눌 후배가 생겼다. 후배 홍남희씨는 작년 4월 액션스쿨의 연수생이 되었다. 액션스쿨 회원으로 프로 스턴트우먼이 된 지는 이제 1년 남짓. 홍씨는 액션스쿨 창립자인 정두홍 무술감독이 강남에 낸 멀티짐에서 회원을 대상으로 한 스턴트반 지도강사도 하고 있다. 조주현씨의 시작과는 사뭇 다른 출발이다.
조주현씨는 얼마전 무술조감독 제의를 받았다. 그녀가 시작하면 모두 개척이 된다. 최초의 여성무술감독을 꿈꾸는 그녀는 매일 아침 낙법 연습과 맨손 체조로 하루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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