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야기] 사랑의 씨앗을 심습니다 따뜻한 마음을 거둡니다[‘사랑농사’짓는 파주 시몬의 집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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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교차로협의회
  • 05.11.02 09:33:57
  • 조회: 319
#‘시몬의 집’으로 가는 길

햇빛 맑은 가을날 오후 ‘지상의 천사’들이 사는 곳이 있다고해서 찾아나섰습니다. 서울에서 행주대교를 건너 고양시를 통과하면 파주시가 나옵니다. 용미리 고개를 넘으면 광탄면. 신산초등학교 앞에서 유일레저 팻말을 보고 달리다가 언덕배기가 나온다 싶으면 오른쪽을 살피라고 했습니다. 예전에는 이쯤에 ‘시몬의 집’이라는 표지판이 있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사라졌다는 얘긴데 최근 면사무소에서 철거했다고 합니다. 이유는 결핵 요양원 ‘시몬의 집’이 비인가 시설인데다 불법건축, 소방법 위반 등으로 고발된 ‘불량 시설’이기 때문입니다.

물어 물어 찾아간 ‘시몬의 집’ 마당에는 몸이 비쩍 마른 결핵환자들이 햇볕을 쬐고 있었습니다. 가을걷이가 끝난 들판에서 이삭을 줍다 연락 받고 나온 박루시아 원장 수녀님(66). 그는 머리에 쓴 ‘베일’이 아니면 수녀님인지 농사꾼인지 모를 정도로 소박했습니다. 장화에 묻는 흙덩이와 몸뻬바지에 붙은 검불을 걷어내며 이 주머니, 저 주머니에서 콩알을 수북이 꺼내놓았습니다. 족히 한 홉은 되어보입니다. “잠깐 사이에 많이 주웠네.” 흡족함에 얼굴 가득 미소가 피어올랐습니다.

“얘들도 땅에 떨어진 채로 그대로 있으면 얼마나 섭섭하겠어요. 온전히 거둬져서 사람들 입속으로 들어가야 제 할일 다했다 생각할 텐데…. 사람도 마찬가지야. 온전하게 거둬져서 하나님의 입속으로 들어가야지…. 요즘은 우리 식구들과 이삭을 주우러 자주 다녀요. 떨어진 이삭 하나 줍다 보면 세상에 버려질 것이 하나 없고,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알게 될 것 같아서….”



#농사짓고 닭치는 수녀님

“농사일이 힘들지 않으세요?” “하느님께서 제게 일 열심히 하라고 건강을 주신 것 같아요. 하느님의 뜻에 따라 할 일을 하고 있을 뿐이지요.”

원장 수녀님은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누추한 사람들을 돌보는 것을 소명으로 여깁니다. 이곳에 오기 전까진 용인의 부랑인시설 등에서 일을 했습니다. 거기서도 흙 만지는 일, 허드렛일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이곳에 온 지 3년. 원장 수녀님은 익숙한 손길로 밭을 손 봅니다.

“올해는 농사가 잘돼서 그나마 다행이에요. 근데 겨울을 어떻게 날까 걱정이네요.” ‘시몬의 집’은 수녀들이 직접 농사를 지어 자급자족하고 있지만, 시설 유지는 후원자들의 후원에 의해 운영됩니다. IMF 외환위기 이후 후원의 손길이 급격히 줄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더군다나 최근에는 ‘소방시설 미비’로 벌금에 과태료까지 1천만원 상당의 납부고지서를 받았습니다.

“생활비도 빠듯한데 벌금에 개·보수 비용까지 그런 큰 돈이 있어야 말이지. 하느님께 의탁하고 견디는 데까지 견뎌야지 뭐….” ‘범법자’의 처지이면서도 원장 수녀님은 의외로 담담했습니다.

현재 ‘시몬의 집’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18세 청년부터 80세 노인에 이르기까지 모두 20여명. 결핵과 함께 뇌성마비, 자폐, 다운증후군 등 태어나면서부터 사랑 한번 받아보지 못한 채 살아온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처음엔 몸싸움도 하고 행패도 당하고 그랬지요. 그런데 좀 지나면 마음이 없던 저 사람들에게 ‘마음’이 생겨나요. 우리가 자기들을 도와주는 고마운 사람들이라는 걸 알고 순한 양처럼 말도 잘 듣고 오히려 도와주려고 하지요.” 원장 수녀님은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도 만들어 내지 못하는 ‘마음’이 이곳에서는 잘도 만들어진다”며 웃었습니다. 그랬습니다. 이곳은 ‘베푸는 마음’이 생기고, ‘사랑’을 배워가는 곳입니다.

돌아오는 길에 저도 기도를 했습니다. 올 겨울은 제발 좀 덜 춥고, 벌금 같은 건 누가 좀 대신 내주고, 닭장의 닭들은 부지런히 알을 낳아 잘 먹어야 병이 낫는 ‘시몬의 집’ 식구들에게 헌신해 주길 바란다고. 최소한 수녀님들이 땔감 걱정, 벌금 걱정은 안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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