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야기] 사물놀이·무용·힙합 버무린 ‘예술가족’ [‘모두가 스타’김덕수씨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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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교차로협의회
  • 05.10.31 09:07:33
  • 조회: 631
아버지는 사물놀이, 엄마는 무용, 아들은 힙합. 제각각 가는 길이 다르지만 큰 틀로 보면 예술의 한길을 걷는 가족. 사물놀이 김덕수씨네 가족이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아들도 모두 스타다. 같은 집에서 살지만 각각 다른 시간대에서 활동하는 이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건 쉽지 않다. 이번에 가족이 한자리에 모인 건 한·일 우정의 해를 기념한 김리혜씨의 전통무용음악극 ‘하얀 도성사’의 공연이 계기가 됐다. 김리혜씨는 오는 11월3일 서울 호암아트홀 무대에 올릴 ‘하얀 도성사’ 준비로 바빠 보였다. 도쿄, 오사카, 나고야, 기타큐슈 등 일본 4개 도시 순회 공연도 갖는다고 하는 그는 기대에 들떠 있었다.

한국전통무용가 김리혜씨의 ‘하얀 도성사’ 공연 기념으로 한자리에 모인 가족들. 왼쪽부터 사물놀이의 대가 남편 김덕수씨, 김리혜씨, 음악채널 MTV코리아의 ‘워스트 원티스’ 진행자 겸 힙합 가수 김용훈씨.



#“오늘은 엄마가 주인공이니까 가운데로 오세요.”

아들 용훈씨는 아버지에 가려 언제나 뒷전인 듯 보이는 어머니를 힘껏 밀고 나왔다. 김리혜씨는 재일 한국인 2세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무형문화재 27호 승무, 97호 살풀이춤 이수자가 되는 등 예술적 성과를 이루었지만 ‘무용가 김리혜씨’보다 ‘사물놀이 김덕수씨의 아내’라는 말을 먼저 들어야 했다.



“누구의 부인으로 불리는 게 싫었어요. 남편의 성취가 나의 성취는 아니잖아요.” 이 점에서는 용훈씨도 마찬가지다. 결국 아내와 아들에겐 남편과 아버지가 예술가로서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이자 극복해야 할 라이벌(?)이었던 셈이다.



“우리 집은 절대 평범한 집안이 아니에요. 지구촌에 이런 가족은 없을 걸요.” 용훈씨가 가족 얘기를 꺼냈다. “아버지는 5살 때부터 유랑을 시작해 지금까지 거의 밖으로 돌아다니고, 어머니는 재일 한국인 2세로 누구보다 뿌리에 대한 갈등과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면서 글쓰는 일과 춤에 몰두하고, 저는 일본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자라 미국에서 공부하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래퍼로 활동하고 있지요.”



아버지는 가장 토종적인 사물놀이를 하는데 아들은 가장 미국적인 힙합을 한다고 하면 이상하지 않을까? 이에 대해 용훈씨는 “아버지가 의사라고 아들도 의사가 돼야 하나요?”라며 반문했다. 가장 중요한 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덕수씨 역시 용훈씨와 같은 생각이다. 김덕수씨도 “모든 음악은 리듬이고, 그 리듬에 실리는 기운에 따라 음악적 특색이 나타난다”면서 “용훈이가 저의 피를 받았으니 아들의 음악에서 분명 한국적 신명이 나올 것”이라며 느긋해 했다.



#“자유분방함 속 잘지내는 게 우리가족 특징”

김덕수씨는 “이번에 김리혜씨(김덕수씨는 아내를 꼭꼭 김리혜씨로 호칭했다)가 무대에 올리는 ‘하얀 도성사’는 어쩌면 우리 가족이 각각 걸어온 길의 합류 지점이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일본의 전통설화 ‘도성사’를 한국적 시각으로 재해석한 ‘햐얀 도성사’는 한국과 일본 모두에서 이방인 취급을 받아야 했던 재일 한국인 2세 김리혜씨의 외로움과 중간자적 입장, 고독과 방황이 춤으로 승화된 것이라는 게 김덕수씨의 설명이다. 갈등으로 점철된 한·일관계에 동반자적 입장과 화해의 메시지도 담고 있다. 이를 보여주기라도 하듯 이번 ‘하얀 도성사’ 공연에는 김리혜씨의 몸짓에 한·일 양국의 최고 장구재비 김덕수씨와 센바 키요히코의 리듬이 깔린다. 무용가 김리혜씨의 입장에서 보면 한·일 양국에서 소외돼 오던 재일 한국인 2세로서의 성취이며, 아내 김리혜씨로 보면 큰 산과 같은 남편을 장구재비로 부린다는 즐거움도 있어 보인다.



“여든의 명무를 일으켜 세우는 게 뭔 줄 아세요. 바로 신명입니다. 신명을 일으키는 게 누굽니까. 장구재비 아닙니까?” 김덕수씨는 아내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듯 “리듬이 있고서야 몸짓도 무대도 살아난다”고 맞받았다. 맞는 말이다. 춤은 곧 장단, 리듬을 밟고 다니는 일이다. 결국 춤과 장단은 서로 기운을 교류하면서 살아가는 부부의 연(緣)과 비슷한 것이 아닐까.



고집 센 예술가들이 다름을 인정하고 또 다른 세계에 대한 안목을 넓혀 나갈 수 있는 것은 엄청난 장점이다. 호수처럼 맑고 그윽한 어머니, 땅의 기운이 느껴지는 아버지, 불을 담은 그릇처럼 뜨거운 아들. 각각 다른 길을 걷는 3명의 예술가가 한가족이라는 것은 실로 크나큰 축복이라 아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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