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야기] “희망의 거래에 초대합니다”[강제출국 외국인 노동자들의 대안무역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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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교차로협의회
  • 05.10.13 09:30:05
  • 조회: 303
‘이주노동자 합법화 모임’ 의 문아씨(왼쪽)와 진성씨가 이주노동자가 만들어 보내준 대안무역 상품을 들고 대화를 나누고 있다. ‘작은 대안무역’ 글씨가 수높인 보자기는 자히드가 만들어 보내준 것이다.
강제추방되어 고국으로 쫓겨간 외국인노동자들은 그 후 어떻게 됐을까. 추방과 동시에 잊혀졌던 그들을 다시 떠올리게 된 건 지난 2월, 자히드(31)가 보내온 한통의 편지에서 시작됐다.
“고리대금 업자들이 수시로 집에 찾아와 협박을 합니다. 돈을 보내달라는 말이 아닙니다. 제발 한국에 다시 가서 일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주세요.”
이주노동자 합법화를 위해 명동성당에서 농성을 하던 자히드는 지난해말 방글라데시로 강제출국당했다. 고향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던 건 빚쟁이에게 시달리는 노모와 여동생들뿐. 4백여만원의 빚… 그에겐 너무나 큰 짐이다. 24시간 꼬박 한달을 일해도 10만원도 채 벌 수 없는 것이 방글라데시의 현실. 그는 좀 더 나은 임금을 주던 한국의 일터가 그리웠다. 9년간 몸바쳐 일했던 한국은 이미 그에게 방글라데시보다 친숙한 고향이 돼있었다.
“이젠 이곳의 문화가 오히려 낯섭니다. 나의 모든 친구들도 한국에 있습니다. 고향 적응이 너무 힘들어요.”
그의 편지를 받은 ‘이주노동자 합법화 모임’은 자히드를 위한 모금운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지금 한국에 있는 이주노동자를 위한 모금운동도 벅찬 형편이라 결국 모인 돈은 1백50만원. 자히드가 진 빚에 비하면 턱없이 모자랐다.
“일방적인 시혜로는 한계가 있더군요. 사실 그건 자히드가 바라는 바도 아니었구요.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다 떠올린 게 바로 ‘이주노동자를 위한 작은 대안무역’이었어요.”
합법화 모임의 진성씨(31)와 문아씨(33·여)는 자히드의 여동생들이 바느질 솜씨가 뛰어나다는 사실에 착안했다.
자히드네 집엔 오랜만에 생기가 돌았다. 온 가족이 모여앉아 한쪽에서 천을 염색하고, 다른 한쪽에서 수를 놓았다. 옷 한벌당 꼬박 하루가 걸렸다. 자히드가 처음 만든 옷을 소포로 보내온 날, 문아씨는 친구와 함께 저녁식사를 하러간 음식점에서 설레는 마음으로 포장을 뜯었다. 재봉틀보다 정교하게 한땀한땀 정성껏 수놓은 형형색색의 꽃무늬, 화려하게 프린트된 염색무늬.
“어머, 이 옷 정말 예쁘다… 어디서 산 거예요?”
음식점 주방 아줌마들이 다 몰려나와 옷을 펼쳐보며 감탄을 연발했다.
진성씨와 문아씨는 그날부터 자히드의 옷을 팔러 홍대 앞과 각종 집회 현장들을 돌아다녔다. 하루에 몇십벌씩 팔때는 기분이 으쓱했지만, 때론 주변 상인들이 경찰에 신고해 도망가야 할 때도 있었다. 그렇게 옷을 판 돈 2백만원을 자히드에게 부쳐 주던 날, 진성씨와 문아씨는 뿌듯했다.
“감사합니다. 이젠 정말 힘을 내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자히드는 빚을 갚고 새 출발할 수 있는 희망을 찾았다. 대안무역 상품소개 홈페이지(http://stopcrackdown.net/bbs hop)에서 그는 ‘디자이너 자히드’란 새 직함도 얻었다.
두달 전에는 네팔로 추방된 샤말 타파(32)도 대안무역에 참여하고 싶다는 e메일을 보내왔다. 이주노동자들은 강제추방 혹은 자진출국 형태로 네팔에 돌아오더라도 결국 먹고 살 수 없어 1, 2년 후엔 다시 다른 나라로 이주노동을 떠나게 된다. 샤말이 대안무역에 품은 희망도 이 나라 저 나라를 떠돌며 평생 이주노동자 인생을 살 수밖에 없는 네팔 사람들이 고국에 정착해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자금을 마련하기 위함이다.
“사실 자히드의 옷처럼 정교한 바느질은 그 나라에서도 어느 정도 교육받은 사람만이 가능하다고 해요. 대안무역 주문량이 늘면 자히드의 동생들이 앞집, 옆집, 이웃집 사람들한테도 바느질을 가르쳐줘가며 옷을 만들테니 방글라데시 지역공동체 살리기도 되고 일석이죠가 되죠.”
대안무역에서 살 수 있는 옷은 특별하다. 사람들이 옷 한벌을 살 때마다 이주노동자 가족들은 웃음과 희망을 얻는다. 이렇듯 대안무역은 ‘희망의 거래’다. 거래가 빈번할수록 희망도 점점 커지는 ‘마법의 무역’에 동참하시지 않으시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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