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야기] 신이 내린 퍼즐을 풀어라[인간유전자정보 비밀캐는 신형두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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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교차로협의회
  • 05.10.05 09:19:03
  • 조회: 470
왜 어떤 사람은 소주 두 병을 먹어도 끄떡없지만 어떤 사람은 딱 한 잔에도 얼굴이 빨개질까. 고기를 배불리 먹어도 살이 안 찌는 사람도 있고, 물만 먹어도 살이 붙는다고 투덜대는 사람도 있다. 같은 약을 먹어도 약효가 빠른 사람이 있고, 전혀 없는 사람도 있다. ‘그거 다 체질 때문’이라고? 과학적으로 얘기하면 바로 단일염기다형성(SNP) 때문이다.

사람의 염색체는 모두 23개. 이 염색체 속에는 수만개의 DNA가 있다. DNA엔 이중나선 형태로 유전정보를 담은 아데닌(A) 시토신(C) 티민(T) 구아닌(G) 등 4가지 염기가 2개씩 쌍을 이루고 있는데 이 염기서열은 약 30억개에 달한다. 문제는 사람마다 염기서열이 다 똑같지 않다는 것. 바로 특정한 유전자의 염기가 다른 부분을 SNP라고 한다.

SNP제네틱스 신형두 대표(42). 그는 SNP를 연구해온 세계적으로 이름난 과학자이다. 서울 가산디지털단지 내 그의 사무실을 찾아갔을 때 실은 당황스러웠다. 007영화에서 나오는 것처럼 슈퍼컴퓨터가 빽빽이 차 있는 거대한 실험실을 연상했지만 정작 첨단 진단 장비라는 것도 그리 크지 않았고, 데스크톱과 노트북 컴퓨터뿐이다.

“요즘 장비가 워낙 좋아져서 실험은 기계가 알아서 다 해요. 데이터를 놓고 정확한 분석을 하고 의미를 파악하는 게 중요하죠. 그게 SNP연구의 노하우이자 기술력입니다.”

대체 SNP는 어디에 활용되고 왜 중요한지 먼저 물었다. 한마디로 말하면 SNP가 소위 게놈연구의 핵심이란다. 그는 당뇨병과 비만유전자를 예로 들었다. 5번 염색체에 있는 TGFBI유전자엔 28가지 SNP가 존재하는데 이 중 3가지가 복부비만, 당뇨병, 혈중인슐린 농도와 관계가 있다는 것을 그가 올해 봄에 밝혀냈다고 한다. 만약 비만이나 당뇨환자가 자신의 유전정보를 안다면 당뇨와 비만에 미리 대처, 예방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설사 병이 났다 하더라도 개인의 유전자 특성에 따라 맞춤처방이 가능하다. 물론 부작용도 줄일 수 있다. 미국에선 약물부작용으로 고생하는 환자가 한해 2백20만명이나 된다.

신대표는 각 분야에서 명의로 꼽히는 10여명의 국내 의료팀과 손을 잡고 유전연구를 하고 있다. 당뇨는 서울대 의대 박경수 교수, 간질환은 서울대 의대 간연구소장, 천식은 박춘식 순천향대 교수, 루프스는 한양대 배상철 교수…. 한국인이 많이 걸리는 10대질환이 어떻게 유전학적으로 관계가 있는지를 밝혀내는 게 바로 그의 연구 목적이다. 의료팀으로부터 환자의 DNA를 받아 질병과 관계가 있는 SNP를 찾아낸다. 한 질병에 보통 1,000명 정도 환자의 DNA 데이터를 분석하니 만만치 않은 작업이다.
“국내 SNP 연구팀이 여럿 있지만 우리 회사처럼 많은 연구결과를 낸 곳은 없습니다. 연구원이 저를 포함해 13명에 불과하지만 SNP 연구는 세계 최고 수준이죠. 지난해에 발표한 논문만 34편이고 올해는 연말까지 약 50편 정도 될 것 같아요. 세계적으로 권위있는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도 많습니다.”

사실 대학교수가 1년에 연구논문 2~3편만 써도 꽤 열심히 연구했다는 소리를 듣는다. 외국의 학자들은 그의 연구성과에 혀를 내두른다.
2003년 9월 만성 B형 간염에 관여하는 TNFa유전자변이 발견, 2004년 2월 천식발병의 원인이 되는 Eotaxin 1·2유전자변이 발견, 2004년 10월 루프스질환관련 DNASE1유전자변이 발견, 2005년 3월 비만과 당뇨관련 TGFBI유전자변이 발견, 2005년 7월 골다공증 관련 유전자 OSCAR 발견, 2005년 8월 알코올중독과 관련된 ADH1B유전자변이와 당뇨진단에 유용한 NRF1 일배체형 유전자변이 발견, 9월 당뇨병과 콜레스테롤 중성지방수치 관련 PCK1 발견….

5년 동안 내놓은 연구논문은 73편. 특허도 13건이나 된다. 분석장비도 첨단화되고 노하우가 쌓여 해마다 연구 성과가 높아지고 있다. 연구논문량은 세계 최고로 꼽히는 미국의 SNP연구소 디코드와 비슷한 수준. 그의 연구소는 디코드에 비하면 인원도 턱없이 적고 1년 연구비도 10분의 1인 2백만달러에 불과한데도 말이다.

대체 그는 어떻게 이런 연구를 시작하게 됐을까? 85년 서울대 수의학과를 졸업한 신대표는 황우석 교수의 후배다. 박사학위를 받은 뒤 소혈액형을 공부하다 96년 미국 국립보건원에서 연구원 생활을 시작했다. 여기서 맡은 업무가 에이즈에 관련된 SNP연구. 그의 연구팀은 IL10 유전자 변이가 에이즈 진행에 관계돼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논문은 치열한 논쟁 끝에 세계 최고라는 사이언스나 네이처에는 수록되지 못했지만 PNAS라는 미국의 저명학술지에 게재됐다.

한국에 오게 된 것은 연구활동이 힘든 게 아니라 오히려 너무 느려서 답답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시스템이 달라 ‘나홀로’ 연구를 할 수도 없다. 차라리 한국에서 일을 한 번 벌여볼까 생각하다 일을 저질렀다. 2000년 5월 에인절투자자로부터 15억원을 받아 SNP제네틱스란 회사를 설립했다. 좋은 직장을 팽개치지 말라고 주위에선 말렸지만 과학 연구도 미지의 세계에 대한 탐험이다.

“SNP연구는 환자의 DNA확보가 가장 중요합니다. 의료진과 함께 하는 공동연구거든요. 그런데 명망있는 국내 의대 교수님들은 처음엔 못미더워했지요. 사기꾼으로 보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어렵게 의료팀을 설득, 서울대 간연구소 등 7개의 의료팀과 공동연구를 시작했다. 물론 위기도 있었다. 자금을 모두 써버려 주위에서 재투자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올해 상반기에만 수억원의 흑자를 냈다. 조만간 연구결과가 축적된 천식진단용 칩을 내놓을 계획. 잘만하면 ‘재벌처럼 많은 돈을 벌 수 있겠다’고 넌지시 물었더니 자신있게 ‘그렇다’고 했다. SNP 연구작업은 놀랍게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SNP란 결국 신이 인간의 몸속에 숨겨놓은 퍼즐. 신대표를 포함한 수많은 과학자들이 문제를 풀고 있다. 그가 이 거대한 퍼즐에서 풀어낸 단서가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것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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