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야기] 편견과 부담 껍질을 깨자[한국 남성학연구회 만든 정채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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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교차로협의회
  • 05.09.22 09:25:48
  • 조회: 861
“솔직히 ‘남자다움’이라는 짐을 지고 살기 싫습니다. 이젠 우리도 남자들에 대한 사회적인 억압과 편견, 남성들의 새로운 역할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최근 일본에서 열린 ‘제10회 일본 남성 페스티벌’에 참여했던 정채기 교수(43·강원관광대 영유아보육과)는 일본에서도 역시 남성학이 아직 소외된 영역이지만 꾸준히 목소리를 높여가고 있는 상황이 부러웠다고 했다. 페스티벌에 처음 초청받은 1997년 2회 축제부터 9번을 줄곧 참석한 정교수는 일본의 경우 초창기 남성 개인에 대한 성찰이 주제로 다뤄지다가 올해는 남자의 네트워크 부분으로 옮겨가면서 남성들의 문제를 개인적 고민을 넘어 사회 전반적인 문제로 풀어가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설명했다.
남성운동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교류하자는 취지로 만든 이 축제는 96년부터 매년 일본 전역을 돌며 열리고 있다. 남성들의 고민에 대한 각종 세미나와 함께 남성들이 연출하는 스커트쇼, 알코올없이 수다떨기 등 남성과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행사들도 많다.

올해는 ‘왜 남자들은 겨울연가를 재미있게 보지 못하는가’ ‘남성고민 핫라인 10년’ 등의 분과가 흥미로웠다고 했다. 가정내 비폭력문제나 남자갱년기, 남자들의 대화법 등 5년, 10년 계속되는 주제도 있단다. 그만큼 끈질기게 남성들의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교수는 94년 한국에 ‘남성학’을 최초로 소개한 주인공이다. 본업은 교육학과 교수이지만 부업(?)이 만만찮다. 한국 남성학연구회를 만들어 이끌고 있고 2000년 초반엔 딸사랑아버지모임의 공동대표로도 일했다.

이같은 활동들을 하게 된 바탕엔 개인적인 경험이 깔려있다. 어려서부터 작은 키와 약한 체구 탓에 친구들에 치이며 아웃사이더로 밀려났다. 눈물 많고 감성적인 성향도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강한 남성상에는 어울리지 않았다. 93년 결혼을 앞두고는 콤플렉스가 절정에 달했다. 앞날을 기약 못하는 시간강사 생활. 유년시절부터 겪어온 남성성에 대한 반감과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남편, 가장 역할에 대한 현실적인 결핍 등이 맞물리며 남자는 도대체 어떤 존재이고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가 밀려왔다.

주변사람들과 얘기하다 보면 비슷하다 못해 다 똑같은 문제에 시달리고 있었다. ‘여성학은 있는데 남성학은 왜 없나’란 의문을 갖고 남성학을 이론적으로 정립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해외의 남성학 사례들을 모으고 이론적인 근거들을 찾기 시작했다.

이제껏 연구한 결론은 남성학, 여성학이 아니라 서로를 파트너로 보는 젠더학으로 가야 한다는 것.
“이미 유럽과 미국에선 여성학 대신 젠더학이 일반화되고 있습니다. 이번 일본 방문 기간에도 도쿄에서 젠더스터디학회가 열렸는데 남녀 한명씩이 공동대표로 발제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성매매특별법만 해도 파트너십이 발휘될 수 있도록 남자들을 자연스럽게 끌어들여야 하는데 정서적인 접근에 실패해 되레 반발이 나타나고 있는 거죠. 남녀가 상생의 길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학문적으로 이론화한 남성학을 본인은 어떻게 실천하고 있을까.
집안 쓸고 닦기, 목욕탕·베란다 청소와 음식물 쓰레기 버리기 등 가사분담은 당연. 드라마를 보고 눈물 흘리는 남편을 봐도 부인은 당혹스러워 하지 않는다. 정씨는 3남1녀 중 장남이지만 형제들에겐 “장남 역할을 할 자신도 없고 하고 싶지도 않다”며 장남 포기 선언을 했다. 지난 추석에도 아내가 만삭이라 전남 광양의 집에 가는 대신 바로 찻길 하나 건너에 있는 처가에서 추석을 보냈다. ‘남자라서’ ‘여자라서’라는 관념을 초월한 자유로운 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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