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야기] 춤 바람난 가족 신 바람 넘쳐요[소문난 ‘댄스가족’구미 장정구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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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교차로협의회
  • 05.09.21 09:08:32
  • 조회: 774
때는 1989년 봄. 무대는 경북 구미시 송정동. 낮엔 회사원, 밤엔 댄스스포츠 선수로 활동하던 장정구씨(42)는 집 앞 미용실에서 일하던 이재연씨(38·여)에게 ‘작업’을 걸었다. “춤 한번 해보실래요?” 이씨는 이 남자의 저의를 의심하면서도 ‘남들이 하지 않는 일이라면 하고 싶은’ 마음에서 선뜻 그의 손을 잡았다. 두 사람은 댄스 파트너가 됐고, 이듬해 ‘평생의 파트너’가 됐다. 16년이 지난 지금, 이들은 구미시에서 이름만 대면 다 아는 ‘댄스가족’으로 자리잡았다.



장씨는 댄스스포츠·미술 등을 가르치는 ‘한국특기적성스포츠문화연구소’ 소장, 이씨는 자신의 이름을 딴 ‘이재연댄스아카데미’ 원장으로 있다. 3년전 장씨의 동생 진욱씨(33)가 ‘춤바람난 가족’에 합류했다. 진욱씨는 지난 3월부터 ‘잼공연예술아카데미’를 운영하며 벨리댄스와 댄스스포츠를 가르치고 있다. 여기에 장씨의 초등학생 두 딸과 아들까지 댄스스포츠를 배우고 있으니, 일가족 6명이 모두 춤에 빠져있는 셈이다.



#댄스 파트너에서 평생 파트너로

경력은 단연 장씨가 으뜸. 스무살 무렵 우연히 댄스스포츠 TV중계방송을 보고 마음을 빼앗겼다. 댄스스포츠 강좌를 찾아 수소문한 끝에 대구까지 가서 YMCA의 댄스강좌를 들었다. 아내 이씨와 파트너를 이룬 뒤로는 수십차례 전국대회를 휩쓸고, 국제대회에서도 1~2위의 성적을 거뒀다.

이씨는 “결혼 상대가 아니라 댄스 파트너를 찾다가 나를 만난 것”이라고 눈을 흘기면서도 “남편 때문에 시작한 춤이 내 인생을 바꿔놨다”며 싫지 않은 눈치다. 그러면서도 이씨는 “남편 외 다른 사람과는 춤을 춰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집에서는 부부, 밖에서는 댄스 파트너. 호흡이 착착 맞았다. 미용실·웨딩숍 등을 운영하던 이씨는 95년 댄스학원을 열었고, 장씨 역시 10여년 전 직장을 그만두고 댄스스포츠에 전념하고 있다.



#핏속에 흐르는 ‘끼’ 여동생도 합류

부부는 춤이 자신의 운명임을 첫눈에 알았지만, 동생 진욱씨는 뒤늦게야 춤의 매력을 발견했다. 오빠와 올케언니의 댄스학원에 발길도 하지 않던 ‘새침떼기’. 93년 은행 입사, 10년 만에 과장으로 승진할 만큼 직장생활에 열중했다. 그러나 2003년 9월, 진욱씨에게도 ‘춤바람’이 불어왔다. 올케언니의 댄스학원에 우연히 들렀다 ‘필’이 꽂힌 것.

“춤에 대해 좋지 않은 선입견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정작 쿵쾅거리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선수들을 보니 너무 멋진 거예요. 좋은 음악을 듣고, 음악에 맞춰 몸으로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거잖아요. 순간 지금까지 너무 팍팍하게만 살아온 게 아닌가 싶더라고요.”

진욱씨는 그 길로 오빠의 특기적성연구소 댄스스포츠 지도자 과정에 등록했다. 온 몸의 근육이 뭉치고 발뒤꿈치가 까져 굳은살이 박히는데도 매일 학원에 나와 춤을 췄다. 집에서는 갓 태어난 둘째아이를 업고 몸을 흔들었다. 핏속을 타고 흐르는 ‘끼’는 속이지 못했다. 춤 입문 1년 만에 전국아마추어댄스스포츠 경연대회 룸바·차차·자이브 종목에 참가, 각각 1·2·3위로 입상했다. 가장 놀란 사람은 눈물이 쏙 빠지도록 혼내며 진욱씨를 가르친 오빠 장씨였다.

진욱씨는 지난 2월 은행에 사직서를 내고 아예 춤으로 전업했다. 주변에선 “탄탄대로를 두고 웬 춤이냐”며 의아해했지만, 오빠와 올케는 “끼도 발산할 수 있고 직업적인 전망도 좋다”며 그의 결정을 열렬히 환영했다.



#심사위원으로 선수로 대회장 휩쓸다

제각기 학원 운영과 연습에 바빠 자주 만나지는 못한다. 그래도 2~3주에 한번씩 열리는 댄스대회에는 모두 모인다. 부부는 심사위원으로, 진욱씨는 선수로 참가한다. 장씨 부부의 세 아들, 딸도 유년부 종목에 출전한다. 큰딸 아리(13)는 지난 18일 경기 수원시 수원여대에서 열린 댄스스포츠 전국대회에서 유년부 1위로 입상했다. 대여섯살부터 댄스스포츠를 연마한 아름이(10·여)와 병식이(9)의 실력도 수준급이다.

이씨는 “가족 여행이 옷보따리 싸서 대회장 찾아다니는 것”이라며 “서울·거제·수원·마산 가릴것없이 전국 곳곳 안 가본 데가 없다”고 말했다. 장씨는 “댄스라는 가족 공통의 관심사 덕에 자연스럽게 대화도 많아지고 분위기도 좋다”고 말했다. 진욱씨도 3살, 5살난 두 아이에게 곧 춤을 가르칠 계획이다. 진욱씨는 “춤추는 분위기 속에서 자라서인지 아이들이 음악만 나오면 춤을 추자고 손을 잡는다”고 자랑했다.

가족의 호흡은 생활에서도, 춤에서도 딱 맞아떨어졌다. 신바람이 취미가 됐고, 취미가 인생을 바꿨다. 구미 장진욱씨 가족의 ‘춤바람’은 아직도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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