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야기] 컴멀라의 ‘특별한 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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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교차로협의회
  • 05.09.21 09:07:46
  • 조회: 355
“추석 잘 보내셨어요?” “고향은 잘 다녀오셨어요?”

저마다 추석 안부를 묻는 명절후 첫 출근길. 연휴가 너무 짧았다는 불평도 있었지만 모두들 친척, 친지들과 나눈 정 한꾸러미씩으로 밝은 표정들이다.



누군가 추석 안부를 묻는다면…. ‘만수동 주부’ 컴멀라 구릉(47)의 지난 추석은 “네”라는 한마디로 대답하기엔 너무나 벅찬 명절이었다.



#한국인 남편의 ‘큰 선물’

네팔에서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일했던 컴멀라. 1996년 걸스카우트 잼보리 행사 참여차 한국 땅을 처음 밟았다. 아무도 아는 이 없는 낯선 한국땅…. 그녀는 돈을 벌기 위해 그냥 주저앉았다. 17살에 부모님이 정해준 남편과 결혼해 3남매를 뒀지만 남편이 집을 나간 이후 3남매를 키우는 것이 아득했던 컴멀라였다.

외톨이로 발을 디딘 그녀가 한국에서 결혼한 지 5년. 제법 익숙한 명절을 보낼 때도 되었지만 이번 추석엔 끝내 가슴속에 감춰뒀던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꿈에만 그리던 아들 쿠설(24)이 왔던 것이다. 그것도 명절을 쇠러 온 것이 아니라 다시 한가족이 되기 위해 온 것이다. 그동안 남편의 사랑에 겨워하면서도 가슴 한구석을 저리게 하던 아들이었다. 남편의 ‘큰 선물’에 컴멀라는 그저 눈물만 흘렸다. 남편은 작은 딸 자스민(20)도 대학공부가 끝나는 대로 입양하자고 했다. 그녀는 여전히 굵은 눈물방울을 떨어뜨리며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지방에 흩어져 살면서도 명절때면 부모 형제가 다 모여 정을 나누는 ‘한국인의 추석’이 너무 부러웠는데…. 올해는 그 어느 누구도 부럽지 않은 추석을 보낸 컴멀라. 그녀를 이렇게 행복하게 만든 천사는 다름 아닌 세상에서 가장 듬직한 남편(이강수씨·42·인천 만수동)이었다.





#한국 총각의 프러포즈를 받고

공장 몇 곳을 전전하던 컴멀라가 남편을 만난 것은 조그마한 가구회사에 근무할 때였다. 사촌누나네 회사에서 사무용 의자 만드는 일을 하던 강수씨는 처음엔 호기심으로 이것저것 물어왔다.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마음이 통했다. 강수씨는 컴멀라의 솔직하고 활발한 성격이, 컴멀라는 일도 열심히 하고 솔직한 강수씨의 착실한 성품이 맘에 들었다. 특히 외국 여자라고 놀리지 않는 점잖은 태도에 이끌렸다.



그러나 1997년 강수씨가 결혼하자고 했을 때 컴멀라는 대답하지 못했다. ‘난 결혼도 했고 아이도 있는데….’ 강수씨도 강수씨대로 벽에 부딪혔다. 총각이 애 셋 딸린 외국인 여성과 결혼하겠다니 좋아할 부모가 어디 있으랴. 그러나 그렇게 반대하던 어머니도 모든 것을 어머니 뜻대로 하던 착한 아들이 부리는 단 한번의 쇠고집을 이길 힘은 없었다.



현충사나 설악산 등을 다니며 데이트하면서도 언젠간 네팔로 돌아가 자기가 가르치던 학생들에게 알려주겠다며 열심히 메모하던 컴멀라. 강수씨의 끈질긴 설득에 2000년 컴멀라는 아이들에게 들려줄 얘깃거리와 메모장 대신 이혼수속을 밟기 위해 네팔로 돌아갔다. 그리고 이듬해 강수씨는 인천국제공항에서 방콕을 거쳐 네팔 카트만두로, 카트만두에서 다시 보카라시티로 비행기를 갈아타며 꼬박 이틀을 걸려 컴멀라를 찾아갔다. 프러포즈 4년 만의 결혼식이었다.





#좋은 며느리, 착한 아내, 한국 주부 5년차

“산적용 고기 연한 걸로 주세요.” “고사리 한국 거 맞아요? 중국산 아니죠?”

남편과 만수동시장에 가서 장보는 폼이 완전히 한국주부다.

한국 주부 5년차. 한국말을 정식으로 배운 적은 없지만 이젠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없고 산적과 각종 부침개, 잡채, 소고기국, 탕, 과일, 술까지 차례음식 고르는 솜씨며 음식 만드는 것도 익숙하다. 특히 배추김치, 물김치, 무김치, 깍두기 등 각종 김치와 매운탕, 동태찌개, 아귀탕 솜씨는 어머님이 인정하실 정도. 남편이 3남 1녀 중 막네이지만 어머님이 돌아가셔도 부모님 제사와 차례는 우리가 지내자는 남편의 제안에 컴멀라는 두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엔 말도 안 통하고 답답했는데 솔직한 성격이 맘에 들어유. 다 이뻐유.” 시어머니 조복례씨(79)의 며느리 보는 눈빛이 따뜻하다. 특히 의정부 사는 손윗 시누이와는 서로 흉보고 ‘따따거리다가도’ 금세 풀어지고 다시 전화로 수다떠는 좋은 시누이, 올케 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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