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야기] 사랑의 손길 10년, 너털웃음의 동물아저씨[군자동 ‘멀더’수의사 박대곤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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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교차로협의회
  • 05.09.16 10:49:20
  • 조회: 387
“추석 명절은 개들도 괴로워요!”
요즘 젊은 사람들에게 추석 명절은 그저 번잡한 ‘빨간 날’, 쉬고 싶은데 마음대로 쉬지 못하는 그런 날이다.

“명절 끝에 술병이 나거나, 배탈이 나 찾아오는 개들이 많습니다. 사람도 괴로운데 말 못하는 짐승은 오죽하겠습니까? 그러니 제발 명절에 개들에게 술 먹이지 맙시다!”

인정과 직관에 끌리는 경우가 많아 ‘멀더’(인기외화 ‘X파일’의 주인공 수사관)라는 별명을 가진 수의사 박대곤씨(37)의 말이다. 서울 광진구 군자동에서 10년째 동물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그는 “명절 무렵에는 개도 사람처럼 들뜨고 바쁘기는 마찬가지”라며 “추석 전에는 미용과 염색을 하러 오는 개가 많고, 추석이 끝나고는 이 사람 저 사람이 던져주는 음식을 먹고 탈이 나 찾아오는 개들이 많다”고 전했다.
“의사, 약사, 변호사…. 다같은 ‘사(士)’자 돌림인데 수의사는 대접이 좀… 그렇지요?”
“그러게요 (하하). 대학 때 22명의 동기가 있었는데, 다시 공부해서 의대를 간 친구들이 많아요. 저의 아버님도 제가 의사가 됐으면 하고 바라셨죠.”

사실, 할 공부 다하고 국가고시를 거쳐 자격증을 가진 ‘전문가’인데 ‘수의사’만큼 우리 사회에서 애매한 대접을 받는 직업도 드물다.
“군 제대후, 복학을 했어요. 조직 생활 체질이 아닌 것 같고… 조직에 들어가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을 찾다보니, 소동물(애완동물)을 다루는 수의사가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수의사로서의 삶을 결정한 그는 “싫으면 안 하면 되고, 할 거면 제대로 하자”는 신념으로 오로지 ‘수의사’로서의 한 길에 정진했다.

“기르던 동물이 아프면 치료하기보다는 길거리나 병원 앞에 버리는 경우가 많아요.” 다같은 생명인데 사람들이 ‘동물 생명’은 너무 하찮게 여긴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러다보니 동물 치료에 드는 비용에 대해 설왕설래가 많은 것도 현실. “뭐가 그리 비싸요? 동물병원은 보험 안돼나요? 이것만 받으세요!”라며 임의로 치료비를 주고 가는 손님도 있고, “좀 깎아 주세요…자주 올게요!”라며 애교로 마무리하는 사람도 있다. 어디 그뿐인가. 치료비 대신 동물을 두고 사라져 버리는 주인도 있다.
그를 더욱 안타깝게 하는 것은 기르던 동물이 아프면 전문가인 수의사보다 인터넷의 근거없는 정보나 주위 사람들의 말만 믿고 동물을 임의로 진료한다는 것이다.

“1998년 우리나라 개업 동물병원 최초로 홈페이지를 제작했어요.” 일반인들에게 애완동물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주기 위해 오픈한 그의 홈페이지(www.petclinic.co.kr)는 지금까지 꽤 인기가 있다. 홈페이지 운영과 함께 인터넷 동물용품 쇼핑몰, 동물 카페, 동물병원 운영프로그램 개발, 한국수의간호아카데미 등 ‘동물병원’과 ‘수의사’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한 일이라면 사비를 털어 투자했다.
“너무 많은 일은 하다보니 지치기도 하고, 진짜 잘 해야 하는 수의사 일이 자꾸 밀려나는 것 같아 지금은 동물병원과 수의간호아카데미만 운영하고 있어요.”

동물병원에서 일하는 동안 그는 사람같은 동물도 있고, 동물같은 사람도 있다는 것을 종종 느꼈다고 말했다. 동물을 통해 사람의 잔인함도 보았고 사람이 왜 사람인지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는 그는 직업인이 아니라 도 닦는 사람 같았다.
“소동물(애완동물)이 단지 사람들의 사랑을 받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사랑하기 위해서도 존재한다”며 “애완견 이전에 치료견으로서의 의미도 상당하다”고 소개했다.

그의 병원에도 집안 분위기를 바꿔보려고 애완견을 사가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반대로 개 때문에 분란이 생기는 집도 왕왕 있다. 이럴 땐 개를 좋아하는 사람도, 또 개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서로의 취향을 존중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로서의 그의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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